▲싸리 채반에 감쪼가리가 잘도 마른다. 조금 늦은 감이 있지만 지금 이 때 감떡 한번 만들어 먹으면 아이들 간식으로 최고다.김규환
이젠 까무잡잡한 밀가루를 되게 개서 솥과 시루 밑 부분이 만난 곳에 엄지손가락 굵기로 뭉쳐 줄줄이 이어 붙여 김이 새나오지 않게 하고 솥뚜껑 부위도 빠짐없이 꾹꾹 눌러 돌려서 마감을 한다.
마른나무로 불을 때니 이내 “푹푹” 수증기를 내뿜는다. 20여분 지났을까 비집고 나오는 김을 온전히 모두 흡수하라고 재차 벌어진 밀가루 옷을 눌러주고 불을 약하게 줄이자 솥뚜껑 위로 김이 치솟는다.
“엄니, 불 그만 때끄라우?”
“잉, 잉그락만 놔두고 새시로(새로) 넣지는 말그라.”
“알았어라우.”
어린 나는 불을 때다보면 눈대중이 없기도 했지만 한번 붙은 이글거리는 불에 빠져 넋 놓고 한없이 때고 싶은 욕망이 가득했다. 그래도 솥 안에 있는 물이 졸아들면 안 된다는 걸 알기에 어머니께 여쭈었다.
뜸들이듯 약하게 불을 유지하여 한참을 기다렸더니 김이 솔솔 빠지며 달큰한 향기가 부엌에 모락모락 퍼졌다. 부지깽이로 불장난을 하노라니 얼른 꺼내먹고 싶은 마음 간절하다. 입맛을 쪽쪽 다시며 안절부절 엉덩이를 한시도 붙이지 못하고 들썩거렸다.
“시나브로 익게 놔둬야 됭께 시방 성아 불러오고 막둥이 깨우거라.”
신이 나서 정지 문을 박차고 고샅으로 뛰었다. 회관 앞 국기봉 아래에서 썰매를 타던 형을 쉽게 찾았다.
“성, 엄니가 감떡 묵게 오래.”
“알았어.”
“빨랑 가자고.”
“알았다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