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고르 카레엔 서비스가 걸쭉하다

맛 작가의 잘 나가는 맛 집 이야기 (16)

등록 2005.01.28 01:34수정 2005.01.28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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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맛 집이 좋은 곳인가를 평가하는 데는 몇 가지가 있다. 맛, 분위기, 서비스 정도, 주차 여부 등의 교통 편의성, 가격 대비 만족도 등. 그렇다면 이런 평가 기준들을 중요도에 따라 순위를 매겨본다면 어떨까? 사람들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을 수 있겠지만 첫째 가는 것은 역시 맛일 것이다.

그런데, 과연 맛만 있으면 그 집은 손님이 몰리는 것일까? 맛만 있으면 다른 요소들은 좋건 말건 그 집은 훌륭한 맛 집이라고 평가를 해야 하는 것일까?


현실은 어떤가. 맛 집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문을 닫기도 하고 우후죽순으로 생기고 있고, 맛에 있어서도 이제는 어느 정도의 평준화가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더 이상 맛만으로는 승부가 나지 않는 세상이 된 것이다.

맛은 비슷한데 어떤 집은 매일 손님들로 가득 차고, 다른 집은 파리를 날리고 있다면 문제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 인테리어도 크게 다르지 않고 똑같이 주차 시설은 열악하고 가격도 다르지 않을텐데, 과연 어떤 점이 두 집의 승패를 가르고 있는 것일까? 여기서 '서비스'라는 화두가 제시되는 것이다.

a <타고르> 카레

<타고르> 카레 ⓒ 김영주

홍대 근처에 자리 잡고 있는 정통 카레집 <타고르>는 문을 연지 올 해로 6년째 접어드는데 손님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맛? 물론 좋다. 그러나 이 집엔 한 가지가 더 있다. 손님에 대한 서비스 정신으로 단단히 무장된 40대 초반의 김광호 사장이 운영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 이유는 김광호씨의 전력을 보면 금방 답이 나온다.

김광호씨는 롯데호텔 서비스 부서에서 일을 한, 서비스 분야 경력만 16년에 달하는 것이다. 특히 서비스를 좋게 하지 않으면 금방 망할 업종인 예식장의 서비스 분야를 총괄했는데, 강남의 공항터미널 예식장의 오픈을 준비하면서 서비스 분야를 책임졌던 것이다.

흔히 요리사가 맛 집을 창업하면 성공하는 비율이 5% 미만이라고 한다. 자신이 만든 맛에 대한 자부심이 있는 것까진 좋은데 과도한 경우가 많아 자신이 창조한 맛을 손님들의 입맛에 맞추려 하기보다는 무조건 손님들이 따라오기만 바랄 때가 많다는 것이다. 반면 홀 출신은 60%가 성공하는데 이유는 손님의 요구에 맞추는 것이 습관이 되어 있는 것이다.


서비스는 다름 아닌 고객의 눈높이를 맞추는 작업이라는 것이다. 예전엔 손님이 하는 주문을 재빠르게 이행하면 되었지만, 지금은 손님이 요구를 하기 전에 미리 알아서 해야 하는 시절인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손님을 기억하는 것, 김광호씨는 최소한 7,80%의 손님을 기억한다고 한다.

그렇다고 김광호씨가 맛에 대해 소홀히 한 것은 아니다. 맛에 대한 철저한 훈련 역시 거의 모든 음식이 준비될 수밖에 없는 공항터미널 예식장 준비 과정에서 습득하게 되고, 언젠가는 자신 스스로 식당을 운영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아이템에 대한 고민을 계속 해왔던 것이다.

김광호씨가 세운 원칙은 이랬다. 독실한 크리스찬이기 때문에 일단 술을 파는 아이템은 피했고, 무엇보다 건강 음식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2년 정도의 음식에 대한 연구를 통해 최고의 건강 음식이면서 전망이 밝다고 본 것이 바로 카레였고, 유명한 카레집들을 다니며 맛을 보기 시작한다. 물론 당시만 해도 우리나라에 정통 카레집은 몇 군데 되지 않았기 때문에 그들과의 차별성을 연구하는 시간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한다.


마침 94년부터 지금의 자리에서 알고 지내던 후배가 인도 정통 카레집을 하고 있었는데 장사가 되지 않아 고민하던 중 과감히 인수하여 2000년 10월에 다시 문을 연 것이 지금의 <타고르>인 것이다.

당시 홍대 근처에는 카레집이 3곳이 있었는데 2곳은 문을 닫고 가격대비 만족도가 떨어졌고 특히 당시의 카레는 젊은 입맛을 맞추지 못했다고 한다.

카레가 우리나라에 들어와 본격 연구가 되기 시작한 것은 불과 13년이다. 일본은 안중근 의사에게 준 도시락이 카레 도시락이었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로 100년 역사를 자랑하는 것이다.

그래서 김광호씨가 '타고르'를 시작하면서 방향을 잡은 것은 그 전의 카레가 인도식 정통 카레를 고집했는데, 우리 입맛에 맞게 바꾸는 것이다. 요즘 사람은 달면서도 깊이가 있는 맛을 좋아한다는 점에 착안을 한 것이다.

a 이탈리아 치즈돈

이탈리아 치즈돈 ⓒ 김영주

육수 만들기는 제철 과일(사과, 파인애플, 오렌지, 레몬 등)과 걸쭉함을 위해 닭발을 넣고 2시간 정도 끓인다. 이 육수로 원액(소스)을 만드는 것이다. 여기에 울금(강황)과 20여 가지의 향신료, 카레 가루 같은 것을 넣고 2시간 정도 끓이는 과정을 거친 다음 24시간 숙성을 한다. 그래야 독한 맛이 없어지는 것이다. 다음 과정은 감자, 당근 등을 넣어서 녹이는데 강황과 밀가루의 비율은 5 : 5 정도를 지킨다.

김광호씨는 자신이 건강 음식인 카레를 만든다는 자부심이 크다. 인도 사람들은 그래서인지 치매나 중풍이 없고 특히 카레의 항암작용에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타고르'의 대표적인 메뉴는 해물 카레, 퓨전은 이탈리안 치즈돈, 동남아 과일을 이용한 카레, 돌솥 카레 등이다. 이제는 3,40년 전통의 맛 집이 잘 나간다고는 볼 수 없다는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기에 고객들의 바뀌는 입맛에 부응을 해야 한다. 스승이 특별히 없는 카레 연구에 한 평생을 바치기로 굳게 마음먹은 것이다.

카레 연구의 방향은 건강식으로서의 카레를 알리는 데 주력하겠다고 한다. 또한 중요한 것은 사람들의 카레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것이다. 중,장년층은 카레가 맛없다고 생각하는데 대부분이 접하는 게 분식집 카레이기 때문이다.

예비 창업인에게 조언을 부탁드렸더니 충분한 준비를 얘기하면서 여기에는 음식기술뿐만 아니라 마음씨, 얼굴 표정, 외모도 포함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 집이 맛있느냐 여부는 주인 인상이 70%를 차지한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맛 집을 찾는 이유는 간단하다. 진정한 맛을 느끼기 위해서다. 맛에 만족을 얻기 위해서다. 그렇다면 그 맛은 어디에서 오는가? 최고의 맛을 내기 위한 맛 집의 노력과 정성에서 온다. 그런데 이것만으로는 이제는 부족하다. 진심어린 서비스가 거기에 더해져야 한다. 만약 그렇지 못하다면? (밥)맛 떨어진다.

덧붙이는 글 | 02-326-09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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