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쓰나미' 이어 '자본 쓰나미'?

[세계사회포럼] 남아시아 활동가들 "서방, 재건 빌미 경제잠식"

등록 2005.01.29 06:48수정 2005.01.29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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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28일 열린 아시아민중회의에서 남아시아지역 활동가들이 서방세계에 의한 경제침탈을 우려하며, 쓰나미 피해지역에 대한 지원을 호소했다.

28일 열린 아시아민중회의에서 남아시아지역 활동가들이 서방세계에 의한 경제침탈을 우려하며, 쓰나미 피해지역에 대한 지원을 호소했다. ⓒ 오마이뉴스 김영균


"남아시아에 제2, 제3의 쓰나미가 올 수도 있습니다."

남아시아에 다시 '쓰나미' 공포가 번지고 있다. 남아시아 지역에 살고 있는 이들이 느끼고 있는 두번째 쓰나미에 대한 공포는, 이전 것에 비해 훨씬 더 크고 깊어 보인다.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해 말 남아시아를 덮친 쓰나미가 인력으로 어쩔 수 없는 '자연의 물결'이었다면, 이곳에 우려되는 쓰나미는 인간이 만들어낸 '자본의 물결'이다.

세계사회포럼 사흘째인 28일(현지시각) 오전, '아시아민중회의'에서 만난 남아시아지역 활동가들은 쓰나미 피해지역 재건에 참여하고 있는 서방세계와 초국적 기업에 의한 경제 침탈을 우려하고 있었다.

이들에 의하면, 애초 서방세계와 초국적 기업들이 쓰나미 피해를 입은 국가들에게 재건을 약속했지만, 현재 재건사업은 피해 주민들의 땅과 바다를 빼앗고 경제 주권을 침탈하는 양상으로 가고 있다는 것. 특히 이들은 경제 침탈이 피해 국가 정부와 서방 선진국, 초국적 기업 등 '3자 결탁'에 의해 이뤄지고 있는 점을 매우 걱정하고 있다.

서방 식량원조에 숨은 뜻

남아시아 활동가들이 우려하는 사태의 징후는 이미 드러나고 있는 중이다. 쓰나미의 막대한 피해가 뒤늦게 드러난 아체(인도네시아) 지역의 경우, 군부의 정보 통제와 서방 국가들의 재건사업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아시아 최대의 농민단체인 '비아 깜파치나' 해밀 사라기 사무총장은 "아체 지역은 쓰나미가 오기 전부터 군부에 의한 킬링필드(대량학살)가 자행되고 있었고, 외신이나 원조기구의 출입도 철저히 통제됐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의 다른 활동가는 정보 통제 상황에서 이뤄지고 있는 지원사업의 결과를 크게 우려하고 있었다. 그는 "쓰나미 피해지역 식량 지원이라는 미명하에 서방세계가 대량의 식량을 인도네시아, 특히 아체지역에 들여오고 있다"며 "이같은 식량 원조가 (인도네시아) 쌀 시장의 개방과 붕괴 등을 불러와 지진이나 해일과 같은 막대한 피해를 남기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비아 깜파치나의 또다른 회원도 "곧 3월 수확기가 오고, 그 때가 지나면 (재건사업에 필요한) 충분한 식량이 확보되는데도 서방세계의 지원이 너무 많아지고 있다"며 "이는 아체 지역의 또 다른 재난으로 제2, 제3의 쓰나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이들의 주장은 서방 선진국가의 식량지원이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이뤄지기보다는 장기적인 시장 확보를 위한 포석이라는 얘기다.

"피해지역에 세워지는 것은 쇼핑센터일 뿐"

쓰나미로 인해 피해를 입은 남아시아 지역 주민들의 위기는 비단 식량 문제만이 아닌 듯 하다. 남아시아지역 활동가들에 의하면, 피해가 극심한 해안지역 주민들은 재건 사업을 내세운 정부와 외국 기업 때문에 평생 살아온 삶터를 잃어버릴 처지에 놓였다.

스리랑카에서 활동하고 있는 자야티나(60)는 "스리랑카 정부는 쓰나미 재건 사업을 자본주의 국가들과 국제기구에 이미 맡기고 쓰나미 피해자들인 어민과 농민들을 해안에서 강제로 쫓아내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정부가 복구라는 미명 아래 초국적 기업과 함께 해안지역에 고속도로와 현대적 도시를 건설하고, 관광산업을 정착시키려 한다"고 비난했다.

인도네시아에서 온 '사킬레스'라는 이름의 활동가도 "현재 초국적 기업들이 속속 들어오고 있고, 진행 상황은 매우 절망적"며 "정부는 (사회)인프라를 복구한다고 하지만, 피해 지역에 세워지는 것은 쇼핑센터뿐일 것"이라고 성토했다.

태국의 NGO 활동가인 사이룽(34)은 "많은 피해자들이 자신들의 땅을 떠나도록 강요당하고 있다"며 "이들은 정부가 마련한 캠프로 가기 싫어하지만, 언제 끌려갈지 몰라 두려움에 떨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28일 세계사회포럼 행사중 하나로 진행된 아시아민중회의에서는 이같은 남아시아지역 쓰나미 피해 재건사업의 문제점이 집중적으로 논의됐다. 아시아 각국 시민단체들은 오는 31일 세계사회포럼 폐막 직전 쓰나미 피해지역에서 이뤄지고 있는 서방세계와 초국적 기업의 재건사업에 반대하는 성명서를 채택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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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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