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있어 남은 나의 삶이 즐겁다

[오마이뉴스와 나] 등대불 같은 내 친구 <오마이뉴스>

등록 2005.01.30 11:57수정 2005.01.31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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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이런 사진은 찍어서 뭐 하게요?” “인터넷에 올려서 여러 사람하고 같이 보려고요.” “뭐, 홈페이지에 올릴 거예요?” “아니에요. <오마이뉴스> 시민기자예요. 그곳에 올리려고요.” “그래요. 난 <오마이뉴스> 들어가서 가끔씩 기사를 읽는데 요즘은 <오마이뉴스>가 싫어졌어요.”

그렇게 대답은 하면서도 내가 사진 찍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다. 싫어한다는 그 젊은 남자의 말을 듣고 내용이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왜 <오마이뉴스>를 싫어하는데요?” “다른 건 다 좋은데. 대통령하고 여당이 무조건 잘했다고 하니깐 싫어지더라구요.” “아, 네. 그렇군요. 내가 쓰는 이야기는 주로 사람 사는 이야기예요. 사진 좀 더 찍어도 될까요?” “그럼요 사진은 더 찍어도 됩니다.” “그럼 시간이 되면 <오마이뉴스>에 한번 들어 와 보세요.”

얼마 전 바닷가에서 만난 젊은 남자였다. 그는 그곳에서 작은 트럭을 개조해서 이동식 횟집을 운영하고 있었다. 그 사람처럼 <오마이뉴스>를 아는 사람을 만나면 굉장히 반갑다. 하지만 내가 만나는 사람들 중에는 <오마이뉴스>를 모르는 사람도 있다. <오마이뉴스>를 싫어하든 좋아하든, 모르는 사람이든 아는 사람이든 나에게는 모두가 소중한 이웃이다. <오마이뉴스>가 등대불 같은 내 친구이듯이 말이다.

내가 <오마이뉴스>에 글을 쓰면서 <오마이뉴스>는 어두웠던 긴 터널 같은 내 삶에서 한 줄기 밝은 빛을 비추는 등대불 같은 존재가 되었다. 가끔씩 친구들을 만나면 나에게 묻는다. “너 요즘 어떻게 지내니?” “나 <오마이뉴스>에 글 쓰면서 잘 지내고 있지”한다. 그럼 그들은 “응? <오마이뉴스>가 뭔데?”라고 되묻는다.

내가 <오마이뉴스>를 만난 것은 2002년 12월, 내 나이 51살 때였다. 그때 만난 그는 나에게는 크고 푸근한 산이요, 어머니 품같이 넓은 바다, 맑고 드높은 하늘과 같았다. 처음 그를 대할 때 난 두렵고 겁도 났고 조심스러웠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그는 나에게 아주 편하고 너그럽게 대해 주었다.

나에 대한 모든 것을 거리낌 없이 털어 놓아도 나는 아무런 걱정이 되지 않았다. 좋은 일, 나쁜 일, 슬픈 일 나의 짧은 역사와 나의 잘못까지도. 부끄러운 일을 알려 줘도 그다지 부끄럽지 않았다. 내가 자랑을 늘어놔도 그는 시샘하지 않고 다 받아들여 줬다. 내게 채찍질이 필요하면 조용히 나를 지켜봐 주었다. 그렇게 나의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편하게 받아들인 것이다.

그런 그 친구에게 나는 세상 얘기와 모습들을 될 수 있으면 많이 들려 주고 보여 주고 싶어졌다. 이왕이면 재미있는 일을 많이 들려 주고 싶지만 아직은 그게 잘 안되고 있다. 특별한 이변이 없는 이상은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할 것이다. 그렇게 너그러운 친구가 나를 지켜보고 있으니 자연히 나도 변할 수밖에 없는 일이다.

올해로 3년차 되는 난 그의 덕분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가장 큰 변화는 내가 세상을 보는 눈과 마음이 넓어진 것이다. 내가 쓴 글이 TV동화(2003년 9월 방송, 2005년 3월 방송 예정)로 거듭나는 기쁨도 있었다. 또 내가 가장 처음 올린(손자 키우기 두 달 만에 그만둔 사연)이란 글이 2003년도 여성의 날 특집 다큐프로로 만들어져 방송이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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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손자 키우기 두 달만에 그만둔 사연

몇 군데 글을 쓰고 원고료라는 것도 받아보고 상품도 받았다. 지역신문 한 면 전체에 내 기사가 실려 우리 동네에서 유명 인사가 되기도 했다. 그런 변화된 모습에 가족들과 가까운 친지들이 나를 다시 봐주었다. 지금도 나의 변화는 계속 되고 있다.

그 중에 가장 보람을 느끼는 것은 나의 가슴 속 저 밑바닥에 숨어 있어서 나 자신조차도 잘 몰랐던 점을 찾기 시작한 것이다. 이 부분은 아무리 생각해도 눈물이 나고 가슴 벅찬 일이다. 이 나이 먹도록 내가 꿈꾸던 것이 뭔지, 과연 하고 싶은 일이 무언지를 생각하게 해주었고 찾게 해주었다. 아직은 미약하지만 그 꿈을 찾아서 여행을 떠나기 시작한 것이다.

내적인 힘이 전혀 없던 내게 내적인 힘을 생기게 해 준 원동력이 되기도 했다. 그는 내가 하루에 몇 번씩 놀러가도 싫어하거나 귀찮아하지 않는다. 그를 오랫동안 못 만나면 난 그가 너무나 궁금해진다. 그가 지금은 어떻게 변해 있을까? 어떤 색깔의 어떤 옷을 입고 누구를 만나고 있을까? 올해도 난 그를 만나러 그곳으로 나들이를 자주 할 것이다.

올해 내 나이 54세. 그는 나에게 아직 늦지 않았다고 따뜻한 격려도 아끼지 않는다. 난 또래의 다른 친구들보다 나만의 비밀스런, 하지만 가장 믿음직스런 친구가 하나 더 있다는 것이 너무나 든든하고 자랑스럽다. 그는 내게 ‘좀 더 멀리, 좀 더 높이, 좀 더 넓게, 좀 더 깊게’ 진실을 보고 듣고 경험하라고 가르치고 있다.

올해도 난 그와 함께 많은 경험을 하고 남은 나의 삶을 풍요롭게 가꾸어 나갈 것이다. 그런 그는 내가 길을 잃고 헤매일 때, 어느 쪽으로 가야할까 망설일 때, 상심하고 있을 때, 캄캄한 바다에서 한 줄기 밝은 등대 불이 되어주고 있는 것이다. 그가 있어 남은 나의 삶은 즐겁고 보람된 삶이 될 것이다.

“친구들아 바로 이런 모습이 새로운 내 친구 <오마이뉴스>란다.”

덧붙이는 글 | <오마이뉴스와 나> 기사 모집에 응모합니다.

덧붙이는 글 <오마이뉴스와 나> 기사 모집에 응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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