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끼워팔기로 흥한 자 끼워팔기로 망할 것"

[인터뷰] 웹브라우저 '오페라' 테츠너 사장, 마이크로소프트 비판

등록 2005.01.31 17:07수정 2005.02.03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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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존 본 테츠너 오페라소프트웨어 CEO.

존 본 테츠너 오페라소프트웨어 CEO. ⓒ 오마이뉴스 이성규

휴대인터넷(와이브로) 서비스 개시 시기가 1년여 앞으로 성큼 다가오면서 국내 휴대폰용 웹브라우저 시장의 선점을 둘러싸고 반(反) 마이크로소프트(MS) 진영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특히 MS의 인터넷 익스플로러(IE) 끼워팔기로 시장 진입에 큰 애를 먹었던 웹브라우저 제작업체들은 휴대폰용 웹브라우저 시장에서의 설욕을 다짐하며 국내 업체들과의 접촉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북유럽의 대표적인 웹브라우저 개발업체인 오페라소프트웨어의 CEO 존 본 테츠너씨가 3박4일 일정으로 방한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지난 토요일 인천공항을 통해 한국에 들어온 테츠너 사장은 SK텔레콤, KT 등 국내 이동통신사를 비롯한 단말기 제조업체 관계자와 두루 접촉한 뒤 2월 1일 일본으로 건너갈 예정이다.

지난 1월 31일 오전 서울 시청앞 한 커피숍에서 <오마이뉴스> 기자와 만난 테츠너 사장은 데스크톱의 웹브라우저 시장과는 달리 휴대폰용 웹브라우저 시장에서 MS가 시장지배력을 이어 가기는 힘들 것이라는 흥미로운 전망을 내놨다. 이른바 끼워팔기 판매방식 때문이다.

MS의 전세계적 독점을 가능하게 했던 '끼워팔기'가 앞으로는 MS의 지배력 강화에 장애가 될 것이라는 게 테츠너 사장의 판단이다. 그는 그 근거로 휴대폰용 웹브라우저 시장을 예로 들었다.

만약 MS가 휴대폰용 운영체제(OS)를 공급하면서 모바일 익스플로러(ME)를 끼워넣는 방식으로 판매를 계속한다면, 이동통신업체들이 브라우저를 통해 고객들의 정보를 확보할 수 있는 여지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것. 다시말하면 MS의 끼워팔기가 지속되는 한 고객들의 정보는 모두 MS가 독점하게 된다는 의미다.


따라서 고객정보의 통제권 강화를 꾀하려는 이동통신업체나 단말기 제조업체들은 MS 제품을 자신들의 단말기에 채택하는 결정에 부정적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테츠너 사장은 주장했다.

그는 "이는 이미 세계적 추세"라며 "끼워팔기로 흥하면 끼워팔기로 망할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테츠너 사장은 조만간 음성인식기능과 웹페이지 낭독 기능이 담긴 오페라의 새 버전을 출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시각장애인을 겨냥을 제품이다. 그는 "아버지가 장애인들을 돌보며 연구에 매진했던 심리학자이었기 때문에 제품 개발에 아버지의 영향이 적지 않았다"며 소수자 친화형 제품임을 강조했다.

다음은 존 본 테츠너 오페라소프트웨어 사장과의 일문일답이다.

- 이번에 방한하게 된 목적은.
"기존에 관계를 맺어왔던 이동통신업체 뿐 아니라 새롭게 관계를 맺을 수 있는 회사와 다양하게 접촉하기 위해서다. 그리고 그 회사 관계자들과 직접 만나 얘기를 하고 싶었다. 주로 한국의 이동통신회사와 단말기 제조업체 등과 만났고 만날 예정이다."

- 올초 발표될 오페라의 새버전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어떤 새 기능이 탑재되나. 특히 음성인식기능을 탑재한 브라우저에 대해 관심이 많은데.
"아버지가 장애인을 돌보며 연구했던 심리학자이다. 나는 그 영향을 많이 받았다. 그래서 우리 회사의 모토가 '접근용이성'이다. 장애인이든 누구든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브라우저를 만들고 싶다는 얘기다. 올초 발표된 새 버전에는 HTML의 코딩을 바꿔서 새로운 페이지를 구성할 수 있는 기능이 포함될 것이다. 예를 들면 데스크톱에 알맞는 화면을 랩톱이나 핸드폰 크기에 맞춰 줄이고 요약하는 기능이 새 버전에 들어갈 것이다. 기존 기능을 업그레이드한 것이라고 보면된다."

- 언제쯤 새 버전이 발표되나.
"곧 발표될 것이다. 현재 첫 번째, 두 번째 시험판(베타버전)이 나왔다. 제품의 안정성을 시험하고 있다. 따라서 정확한 출시 날짜를 말씀드리기는 어렵다. 우리 회사는 마케팅 담당자 위주가 아니라 엔지니어 위주로 운영되는 특징이 있다. 엔지니어의 개발이 완료돼야 출시가 된다. 그래서 정확한 출시 일자를 말하지 못하는 것이다."

- 새롭게 탑재된 음성인식 및 웹페이지 낭독 기능에 대해 소개해 달라.
"접근용이성에 부합하기 위해 채택한 것이다. 지난해에 이러한 기술을 직접 발표한 바 있다. 시각 장애인들이 음성만으로 웹브라우저를 제어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음성을 인식하고 웹페이지를 낭독하는 기능은 올초 발표된 버전부터 탑재될 것이다."

- 영어 뿐 아니라 모든 언어가 가능하다는 것인가.
"목적은 그것이다. 첫 버전은 영어판이다. 점차 확대해 나갈 것이다. 다만 IBM의 기술로 개발된 것인 만큼 IBM의 도움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 IBM과는 남다른 관계를 맺고 있는 것 같다.
"일화를 하나 소개하겠다. IBM이 예전에 브라우저를 개발하려고 했었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기대에 못 미쳐 외면을 받았다. 그때 IBM이 접촉한 업체가 바로 우리 오페라소프트였다. 지금도 텍사스 오스틴에 소재한 IBM 본사에 가면 오페라를 탑재한 가전제품들이나 기기들이 많이 있다. 협조적인 관계를 지금도 맺고 있다."

- IBM이 오페라소프트와 협조적 관계를 맺게된 또다른 배경이 있다면.
"MS와 IBM은 대립적 관계다. 알다시피 우리도 MS와는 껄끄러운 관계다. MS는 그들만의 기술만 쓰려고 하기 때문이다. MS가 성장하면 할수록 MS의 통제로부터 벗어나려는 흐름이 강해진다. 이것이 지금의 추세다. 우리와 모토롤라, IBM이 서로 마음을 맞추게 된 이유도 이러한 추세와 관련이 깊다. MS의 통제권으로부터 벗어나려는 추세에 맞춰 우리 오페라가 나서게 된 것이다."

- 모바일폰 브라우저 시장에서 MS의 영향력에 대해 어떻게 전망하고 있나.
"MS가 데스크톱에서 얻은 명성을 바탕으로 모바일폰 시장에 진출하려 하고 있다. 하지만 모바일폰 시장에서 MS의 OS는 대세가 아니다. 앞으로 MS와 리눅스가 경쟁하게 될 것인데 여기서 MS가 이길지는 회의적이다. 물론 지금 제대로 형성되지 않은 작은 시장에서 MS가 우위를 보이고 있을지는 모른다. 하지만 이는 인지도 효과에 의한 것일 뿐이다."

- 휴대인터넷(와이브로) 서비스가 본격 제공되기 시작하면 모바일용 브라우저 시장은 달아오를 수밖에 없다. 어떻게 전망하나.
"이동통신사업자는 MS와 최소한의 관계만을 가지려 들 것이다. MS는 OS 뿐 아니라 브라우저 등을 묶어서 공급하지 않나. 다시 말하면 끼워팔기를 하고 있다. 이동통신업체가 MS의 제품을 쓰는 순간 '적과 동침'하는 관계가 성립된다. 이동통신사들이 자발적으로 MS를 쓸 것인지 회의적으로 보고 있다. 이통사 등이 자체 포털 등을 운영하고 있는 상태에서 MS 사용에 조심스럽지 않을까 생각된다."

- MS의 끼워팔기 행위가 결국 MS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말인가.
"바로 그렇다. 이동통신회사가 소비자에 대한 자체 통제권을 지니고 싶어하는 것은 세계적 추세다. 현재 이동통신사의 이윤율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소비자에 대한 통제력 상실은 이윤율을 더욱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특히 MS가 과거처럼 이동통신회사의 소비자 통제권을 허용하지 않으려고 할 경우 이동통신회사는 MS의 제품을 쓰지 않을 것이다. 끼워팔기로 흥한자는 끼워팔기로 망할 수도 있다."

- 오페라가 지난 10년 동안 꾸준히 성장한 비결이 뭔가.
"열심히 일하고 포기하지 않은 것이 아닐까 한다. 과거 상황을 얘기해 보겠다. 처음 브라우저 시장에 뛰어들었을 때 모자이크와 싸웠고, 그후 넷스케이프, 모질라 등과 싸웠다. 물론 인터넷 익스플로러와도 꾸준히 경쟁해 왔다. 미치지 않고 서야 이런 싸움을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최고의 기술력과 꾸준한 노력을 통해 꾸준한 성장을 도모해 온 것이다.

대세와 유행이라는 것이 있다. 유행은 곧 꺾이고 사라진다. 우리는 유행보다는 대세를 민감하게 연구해 왔다. 기술이 진보할 것이라는 대세를 놓치지 않고 꾸준히 연구·개발해 왔기 때문에 우리가 이만큼 성장한 것이 아닌가 한다. 기술진보에 대한 통찰력이 바로 우리의 꾸준한 성장 비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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