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찾는 사람에게는 상금을

봄을 찾아 비음산에 올랐습니다

등록 2005.02.01 19:55수정 2005.02.01 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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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일요일(30일) 아침 12시경. 처제 가족과 비음산(창원에 위치하고 있습니다)에 오르기 위해 아파트를 출발했습니다. 우리는 '용동못' 입구에 차를 주차시키고, 산을 오릅니다. 바람이 제법 차서 귀가 얼얼합니다.


등산로 입구에는 '외륜산맥보존회'가 내건 현수막이 바람에 나부낍니다. 아마 낙남정맥 중 창원을 둘러싸고 있는, 천주산- 봉림산- 비음산- 대암산- 장복산으로 이어지는 띠를 그렇게 일컫는가 봅니다. 기회가 된다면 봄이 오기 전에 대암산으로 해서 장복산도 올라볼 생각입니다.

우리는 500여m를 지나다가, 오른쪽으로 방향을 틉니다. 경사가 제법 심합니다. 나는 아이들에게 "어떤 종류든지 꽃을 발견하면 5000원을 주겠다"며 현상금을 내겁니다. 아이들은 이리저리 재빠르게 쏘다녀 보지만, 겨우 움튼 오리나무만 발견할 뿐입니다. 그런데 가만 길이 이상합니다. 며칠 전에 온 눈이 얼어 붙어 빙판이 된 모양입니다.

a 얼어 붙은 등산로

얼어 붙은 등산로 ⓒ 한성수

우리는 조심조심 길을 오릅니다. 이제 능선에 닿았습니다. 아이들은 벌써 배가 고프다며 아우성입니다. 우리는 양지 바른 곳에 자리를 잡고, 김밥과 따뜻한 물로 요기를 합니다. 처제가 보온병에 넣어온 뜨끈한 유자차를 마시니 식었던 몸이 후끈 달아오릅니다. 우리는 주변에 흩어진 쓰레기를 함께 주워서 같이 갈무리를 하고 다시 출발합니다.

다시 오른쪽으로 방향을 잡으니 이제 내리막길입니다. 이길은 양지여서, 눈이 녹아 질퍽거립니다. 미끄럽기도 하거니와 신발에 흙이 잔뜩 엉겨 붙어, 아이들은 눈길보다도 오히려 못하다고 야단입니다. 이제 갈래길이 나옵니다. 오른쪽으로 1㎞ 가면 비음산 정상이고 아래는 약수터 가는 길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정상 쪽으로 향하자, 아래서 올라오던 등산객들이 "아이들 데리고 정상을 오르는 것은 너무 미끄러워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읍니다. 우리는 할 수 없이 다음 기회에 비음산을 찾기로 하고 약수터 쪽으로 향합니다. 길가에서 나는 구름버섯을 발견하고 셔터를 누릅니다.


a 구름버섯

구름버섯 ⓒ 한성수

등산로 주변에는 간벌을 해서 나온 나무를 차곡차곡 쌓아 두었는데, 많이 삭은 모습입니다.

"아버지가 어렸을 때, 간혹 소나무를 한짐 해오기도 했는데, 그 때는 경찰관이나 산림청직원이 종종 솔을 추러 오기도 했단다."
"솔 추는 것이 뭔데요."


"그때는 대부분 나무를 땔감으로 사용했단다. 그러니 온 산이 벌거숭이가 되지 않았겠느냐? 그래서 정부에서 소나무를 베지 못하도록 단속을 한 거지."
"그러면 다른 나무를 베는 것은 괜찮았어요?"

"그래, 다른 나무는 잡목이라 해서 베어도 괜찮았단다. 아마 소나무를 특별히 보호한 것은 푸른 산을 가꾸기엔 상록수인 소나무가 제격이었겠지. 그러나 소나무가 과연 경제림으로서의 효과가 있는지는 모르겠구나. 저렇게 쌓아둔 나무를, 땔감으로 사용하는 농가에 가져다 주거나 다른 용도에 사용한다면 좋을 텐데."

a 간벌해서 쌓아둔 나무

간벌해서 쌓아둔 나무 ⓒ 한성수

그러고 보니 등산로 주변에 서있는 소나무는, 그 동안 잘 가꾼 탓인지 곧게 쭉 뻗은 것이 제법 그럴 듯해 보입니다. 얼마 전에 봉림산에 오를 때 간벌 작업이 한창이었는데, 산은 가꾸면 저리 효과가 나는가 봅니다.

아마 우리도 아이들에게 정성을 기울이다 보면, 저 나무처럼 곧고 바르게 자라겠지요. '굽은 나무가 선산을 지킨다'는 격언이 있으나 나는 선산을 못 지켜도 좋으니, 우리 아이들이 이 사회의 서까래라도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a 잘 가꾼 소나무

잘 가꾼 소나무 ⓒ 한성수

잘 정돈된 약수터에서 시원한 약수를 한모금 마시니 힘이 솟습니다. 태양열로 이 약수터를 밝힌다고 하니, 참 세상이 좋아진 모양입니다. 우리는 다시 작은 고개를 넘어서 출발했던 지점으로 돌아옵니다. 다락 밭이나 집 울타리로 심은 매화나무의 꽃망울이 잔뜩 힘을 주고 있습니다.

a 때를 기다리는 매화의 꽃망울

때를 기다리는 매화의 꽃망울 ⓒ 한성수

주자창에 있는 포장마차에서 우리는 선 채로 어묵 몇 점을 먹습니다. 우리는 집으로 향하는 길에 어시장에 들러 오징어와 숭어를 닮은 밀치회를 샀습니다. 날씨가 이리 찬데도 많은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어시장은, 언제와도 사람 내음이 묻어 있어 참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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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주변에 있는 소시민의 세상사는 기쁨과 슬픔을 나누고 싶어서 가입을 원합니다. 또 가족간의 아프고 시리고 따뜻한 글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글공부를 정식으로 하지 않아 가능할 지 모르겠으나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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