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와 시골장터에 다녀왔습니다

강추위 속에 찾은 우리 농산물 장터

등록 2005.02.02 21:48수정 2005.02.03 14:19
0
원고료로 응원
【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전국적으로 매서운 강추위가 겨울 막바지에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오랫만에 찾은 내고향 포항에도 이 추위가 비켜가진 않았나 봅니다. 따뜻한 실내에서만 생활하다 하루 시간을 내어 어머니와 함께 포항시내에서 멀지 않은 기계우리장터에 다녀왔습니다.


어머니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포항시를 벗어납니다. 태어나서 대학에 진학할 때까지 20여년을 생활한 고향이기에 어느 한 곳 낯선 데 없어 정겹습니다. 내가 자리를 비운 새 생겨난 건물들과 도로들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며 연식이 오래된 우리집 차는 도로를 달립니다. 어릴 적 메뚜기를 잡았던 논밭이야기, 주변 어르신들 이야기, 새로 생긴 대구~포항간 고속도로 이야기 등 이런저런 고향이야기를 어머니께 들으며 어느새 목적지에 다다릅니다.

시내에 위치한 대형할인매장이나 백화점의 농산물 코너는 따뜻한 실내에서 편리하게 물건을 구입할 수 있지만 시골의 지역민들과 가격을 흥정하며 직접 사는 것에 비해 물건이 덜 미덥고 정이 안 간다는 어미니 말씀에 흔쾌히 따라 나서간 했지만 차에서 내리자 금세 손발을 얼 것 같은 추위 탓에 조금 후회가 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런 어리광도 잠시, 강추위 속에 몰아치는 차디찬 바람에도 별다른 바람막이 없이 앉아 있는 시장분들을 보니 왠지 마음이 짠해집니다.

a 황량한 장터 분위기

황량한 장터 분위기 ⓒ 이창욱

그리 규모가 크지도 않은 장터의 분위기는 강추위 탓에 찾는 손님이 적어서인지 황량한 분위기마저 풍깁니다. 춥지만 장사를 계속하고 있는 아주머니들은 누군가 피워놓은 불길가에 모여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몸을 녹이고 있습니다.

a 불을 쐬며 추위를 녹이는 장터 아주머니들

불을 쐬며 추위를 녹이는 장터 아주머니들 ⓒ 이창욱


a 강추위에 완전무장한 상인분들

강추위에 완전무장한 상인분들 ⓒ 이창욱


a 손님을 구경하는 아주머니들

손님을 구경하는 아주머니들 ⓒ 이창욱

너무 적은 손님탓인지 오히려 시장분들이 물건을 고르는 어머니와 나를 구경하기도 합니다. 어머니가 사과와 고구마를 고르는 사이 주위 도로를 지나던 차량들이 몇 대 멈추고 장터는 잠시 손님들로 붐비기도 합니다. 붐비는 손님들로 인해 좁은 장터는 조금 활기를 띠고 모여 앉아있던 시장분들은 각자 제자리로 돌아가 물건 자랑에 나섭니다.

a 잠시 손님들로 붐비기도 하고

잠시 손님들로 붐비기도 하고 ⓒ 이창욱


a 잡곡류(좌) 시골장터의 판매품목들(우)

잡곡류(좌) 시골장터의 판매품목들(우) ⓒ 이창욱

추운 날씨탓에 손님들은 금방 물건을 골라 구입하고는 길을 떠나고 다시 장터에는 시장 아주머니들과 우리 모자만 남아 있습니다. 추위를 견디지 못하고 길을 재촉하는 내게 어머니는 특유의 주부 근성으로 가격 흥정에 나서, 아주머니가 3만원을 부르는 사과 한 박스를 무려 5천원이나 깎아 2만5천원에 구입합니다. 이제 다음주에 있을 설까지 먹을 먹거리로 사과와 고구마를 사서 차에 싣고 다시 집으로 돌아갑니다.

a 한복을 입으신 아저씨

한복을 입으신 아저씨 ⓒ 이창욱

한복을 입은 동네 아저씨는 추위에 귀를 감싸쥐시며 길을 건너시고 그 뒤로 얼마전 내린 폭설이 아직 녹지 않고 남아있는 산이 보입니다. 일주일 뒤면 설연휴입니다. 명절을 맞아 미처 장을 보지 못하신 분들이 있으시다면 주위에 위치한 재래시장이나 시골장터를 찾아 물건을 골라보면 어떨까요?


추위에 고생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믿을 만한 제품을 싼 가격에 사는 기분 좋은 경험을 하실 수 있으실 겁니다. 게다가 추위에도 굴하지 않고 생업에 종사하시는 우리네 이웃을 만날 수 있어 더욱 기분이 좋구요.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집 정리 중 저금통 발견, 액수에 놀랐습니다 집 정리 중 저금통 발견, 액수에 놀랐습니다
  2. 2 김건희·채상병특검법 부결, 여당 4표 이탈 '균열' 김건희·채상병특검법 부결,  여당 4표 이탈 '균열'
  3. 3 과음으로 독일 국민에게 못 볼 꼴... 이번엔 혼돈의 도가니 과음으로 독일 국민에게 못 볼 꼴... 이번엔 혼돈의 도가니
  4. 4 "KBS 풀어주고 이재명 쪽으로" 위증교사 마지막 재판의 녹음파일 "KBS 풀어주고 이재명 쪽으로" 위증교사 마지막 재판의 녹음파일
  5. 5 [영상] 가을에 갑자기 피어난 벚꽃... 대체 무슨 일? [영상] 가을에 갑자기 피어난 벚꽃... 대체 무슨 일?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