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아르빌에서 무슨 일 생겼을까

[특감단 파견] 기무부대장 관련 '투서' 조사... 국정원·기무 갈등설

등록 2005.02.06 16:42수정 2005.02.06 17:32
0
원고료로 응원
지난해 9월 이라크 아르빌에 도착해 위병소를 통과하고 있는 국군 자이툰부대. (자료사진)
지난해 9월 이라크 아르빌에 도착해 위병소를 통과하고 있는 국군 자이툰부대. (자료사진)국방부 제공

국방부가 이라크 북부 아르빌에 주둔하고 있는 한국군 자이툰부대에 특별감찰단을 파견키로 해, 현지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에 국민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방부는 지난 3일 "최근 자이툰부대의 기무부대장을 비난하는 투서가 청와대와 국방부에 잇따라 제기돼 투서 내용의 진위를 가리는 차원에서 오는 15일부터 일주일간의 일정으로 특별감찰단을 보내기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국방부 감사관실 직원 4명과 기무사 요원 2명 등 모두 6명으로 구성된 특별감찰단은 투서에 적시된 자이툰부대의 기무부대와 공병대, 헌병대를 비롯한 부대 전반적인 업무에 대해 특감을 실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특별감찰단 파견으로 이어진 '투서'

우선 이번 특별감찰단 파견은 '투서'에서 비롯됐다. 지난 1월 '한신철'이라는 이름으로 국방부에 제기된 투서에 따르면, 자이툰부대의 L모 기무부대장(중령·육사41기)이 장군 직위에만 허용된 욕실을 갖춰달라고 현지 공병대에 요구하고, 납품업체 선정과 부식조달 업무 등에도 관여했다는 것이다.

투서 내용을 보고받은 윤광웅 국방장관은 국방부 감사관실과 기무사령관에게 이같은 투서 내용의 사실 여부를 현지에 가서 확인하도록 지시했다. 그러나 그때는 자이툰부대에 대한 테러위협 때문에 현지 입국이 어려움에 따라 현지 특감을 미루고 일단 자이툰부대 복귀인력을 대상으로 확인과정을 거쳤다.

이와 관련 기무사의 한 관계자는 "복귀자들을 대상으로 1차 조사한 결과로는 투서 내용이 대부분 과장되어 '음해성'으로 결론을 내렸다"고 전제하고 "이같은 조사결과를 토대로 송영근 전 기무사령관(2월 5일 퇴임)이 1차 조사결과를 국방장관에게 보고했다"면서 "그러나 국방장관이 이 문제를 확실하게 매듭지으라고 지시해 15일에 현지에서 재조사를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사자인 L모 595기무부대장도 투서 내용이 음해성이라고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송영근 사령관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군 일각에서 '의혹'을 계속 제기하자 윤 장관은 현지를 방문해 투서의 진위 여부를 철저히 가릴 것을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따라서 특별감찰단의 현지 조사가 마무리되면 이에 대해 확실한 결론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특별감찰단 조사결과에서도 투서 내용이 사실무근으로 밝혀질 경우, 일국의 국방장관이 출처가 불분명한 익명의 투서에 휘둘리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국정원-기무 요원 사이의 업무영역 둘러싼 갈등도 특별감찰단 파견에 일조

이번 투서와 관련된 또다른 배경으로는 아르빌에서 활동중인 기무 요원과 국가정보원 요원 사이의 업무영역을 둘러싼 갈등설이 거론되고 있다. 즉 현지의 기무 요원들과 국정원 요원들 사이에 갈등이 빚어지는 과정에서 투서가 제기되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는 고영구 국정원장과 송영근 전 사령관이 지난해 말 회동해 이 문제를 협의하면서 양측의 갈등은 일단 봉합 국면에 들어갔으나, 최근 투서가 제기돼 갈등이 다시 재연됐다는 얘기가 군 일각에서 나돌고 있다.

기무사의 한 관계자는 "그것(갈등설)은 지난해 11월 자이툰부대 파견 초창기에 595기무부대를 편성할 때의 오래 전 일이다"면서 "초창기에 기무와 국정원 양쪽이 모두 현지에서 의욕적으로 정보를 수집하다보니 업무영역을 둘러싸고 다소간의 트러블이 있었다"고 일부 시인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당시 국정원이 이런 문제점을 청와대에 보고해 송영근 사령관이 고영구 국정원장과 청와대에 해명했다"고 밝히고 "지금은 관련 업무를 NSC에서 관장하기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면서 "그것은 지금 문제도 안되고 특히 이번 특별감찰단과는 관련이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여권의 한 고위급 외교안보 소식통에 따르면, 업무영역을 둘러싼 국정원과 기무의 갈등은 아직 매듭지어지지 않았다.

국방위의 한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현지에서는 595기무부대 요원 20여명이 활동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비해 국정원은 파견 요원 수는 훨씬 적지만 기무사 요원 수에 준하는 현지의 정보사 요원들을 통해 전투정보를 수집·분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국가정보기관인 국정원은 예산조정 등을 통해 정보사를 통제하고 있다).

이 때문에 국정원은 정보사 요원들이 수집한 정보를 토대로 기무에서 올린 일부 보고가 '허위'라고 청와대와 NSC에 보고했고, 나중에 다시 기무에서 국정원 보고가 잘못된 것이라고 반격을 가하는 등 정보기관 사이에 갈등이 빚어졌다는 후문이다.

따라서 투서 내용의 진위 여부는 물론 국정원·기무 사이의 갈등 배경에 대해서도 이번에 특별감찰단의 현지 조사가 마무리되어야 확실한 결론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콩나물밥 이렇게 먹으면 정말 맛있습니다 콩나물밥 이렇게 먹으면 정말 맛있습니다
  2. 2 한강 노벨문학상 수상에 '조선일보' 왜 이럴까 한강 노벨문학상 수상에 '조선일보' 왜 이럴까
  3. 3 유인촌의 문체부, 청소년은 건드리지 말았어야 했다 유인촌의 문체부, 청소년은 건드리지 말았어야 했다
  4. 4 사진에 담긴 진실... 이대로 두면 대한민국 끝난다 사진에 담긴 진실... 이대로 두면 대한민국 끝난다
  5. 5 윤 대통령 측근에 이런 사람이... 대한민국의 불행입니다 윤 대통령 측근에 이런 사람이... 대한민국의 불행입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