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착 같이 모은 포인트. 집안으로 유입되는 모든 상품은 나에게 '검열' 당했다.김수원
어느 한쪽으로 치우친 수행에서 벗어나기 위해 만들어진 다섯 가지 임무에는 100% 수행도를 150%로 두었다. 왜냐? '빡셨기' 때문이다. 사실 말하기 부끄럽다. 3단계 검은 동그라미를 30%로 두고 계산했다. 100%가 넘지 않은 날이 많았지만 '100% 만족스러운 인생이 어디 있나?' '젊은 시절에는 안되는 일이 더 많다' '삶은 뜻대로 되지 않기에 더욱 살 만하다' 등 어디서 주워 들은 삶의 철학들을 마음에 새기며 위로했다.
자, 이제 한 달간 나의 희로애락의 응집체인 가계부 이야기를 꺼내 본다. 마음의 준비를 좀 해야겠다.
아껴 써야 했다. 절약해야 했다. 되도록 쓰지 말아야 했다. 그러나 쓰지 않고 살 수는 없었다. 교통비 지출이 그랬다. 운동 삼아 몇 시간씩 걸어 다닐 형편이 아니었다. '스파이더맨'이 부러웠다. 핸드폰 요금도 마찬가지였다. 현금처럼 쓸 수 있는 뭔가가 간절히 필요했다. 오케이캐시백 같은 포인트 적립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 가위도 가지고 다녔다. 칼도 가지고 다녔다. 눈에 띄는 대로 오렸다. 집 안으로 유입되는 모든 상품은 뜯기기도 전에 나에게 검열 당해야 했다. 이렇게 모인 적립 포인트는 도서 구입, 핸드폰 무료 통화 충전에 이용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