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함평의 5일장에 나가봤습니다

내 고향 설 대목 장날 풍경 스케치

등록 2005.02.07 16:19수정 2005.02.07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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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한두방울씩 떨어지는 점심 무렵 제 고향 전남 함평의 5일장에 한 번 나가봤습니다.


경기가 안 좋다는 이야기가 나온 것이 벌써 몇 해째고, 매번 고향에 와서 5일장에 들러보면 이 곳 시골의 경기는 도시의 몇 배씩 안 좋음을 느낄 수 있었는데 오늘만은 그게 아닙니다. 천변주차장이 부족할 정도로 사람이 많이 나왔습니다.

a 평소에 한산하던 천변주차장이 오늘은 꽉 들어찼습니다.

평소에 한산하던 천변주차장이 오늘은 꽉 들어찼습니다. ⓒ 정상혁

경제가 나아지려는 신호일까요? 아니면 잠깐 반짝하고마는 명절효과일까요? 이곳 시골에서 시작된 경기회복이 온 나라에 미쳤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함평 사람들 모두 장에 나온 듯 시장은 사람들로 넘쳐나고 있지만 상인들의 얼굴은 장사하는 물건에 따라 희비가 엇갈립니다. 밝고 어두움은 항상 함께 있는 법인가 봅니다.

오랜만에 대장간에서도 뭔가를 열심히 두들기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조금은 현대화(?)되었겠지만 여전히 쇠를 뜨거운 숯불에 '뻐얼게'지도록 달군 후 두들기는 건 변함이 없나봅니다. 대장장이 옆에 서서 맡긴 연장이 제대로 만들어지는지 지켜보고 있으니 한결 신경이 쓰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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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상혁

이곳 함평 5일장은 작년에 몇 개월간의 공사끝에 위쪽에 대형구조물로 천막을 쳐서 비나 눈을 맞지 않도록 했고 일부 가게를 전통가옥 형태로 바꾸기도 하는 등 새롭게 태어났습니다. 아직 마무리 공사가 끝나지 않아 질척이는 곳이 있긴 하지만 나날이 변해가는 고향 모습은 한편으로는 옛 모습을 잃는 것같아 안쓰럽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조금씩이나마 발전해가는 것같아 뿌듯하기도 합니다.


제 부모님도 이곳에서 장사를 하십니다. 이제 한여름 갑작스런 소나기로 물건 젖을 걱정은 안 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

a 하얀색 천막이라 5일장이 훨씬 밝아졌습니다. 여름엔 좀 덥답니다.

하얀색 천막이라 5일장이 훨씬 밝아졌습니다. 여름엔 좀 덥답니다. ⓒ 정상혁

5일장에는 늘상 사람이 붐비는 곳이 있는데 바로 어물전입니다. 서해안을 끼고 있는 곳이어서 해산물이 늘 풍부해서일까요? 오늘은 빨간 포장위에 누워있는 홍어가 유난히 눈에 띄는군요. 거시기가 두 개인 것을 보니 수컷입니다.


지금은 포장위에 누워있지만 몇 시간 후면 누군가의 근사한 저녁식탁의 접시위에 자리하고 있겠지요?

a 맛을 아시는 분은 군침이 넘어가실겁니다.

맛을 아시는 분은 군침이 넘어가실겁니다. ⓒ 정상혁

다시 자리를 옮겨보았습니다. 멋진 모자의 어르신... 한쪽손엔 지팡이 다른쪽 손엔 발이 끈으로 묶인 두 마리 닭을 사셨나봅니다. 그런데 표정이 떨떠름하신 게 흥정 다 끝난 후에도 닭 크기가 별로 마음에 안 드셨을까요? 닭주인이 닭을 들어보이며 무게가 많이 나간다고 할아버지를 달래시네요.

a 할아버지는 아직도 흥정에 아쉬움이 남아있나봅니다.

할아버지는 아직도 흥정에 아쉬움이 남아있나봅니다. ⓒ 정상혁

소박한 좌판을 벌려놓고 손님을 기다리지만 얄궂은 비만 내립니다. 얼마남지 않은 나물을 다 팔아야 얼른 집으로 돌아가 명절 준비를 할텐데요.

스티로폼 박스를 깔고 앉아 손님을 기다리지만 지나가는 사람만 많을 뿐 좀처럼 아주머니의 물건에 눈길을 주는 사람이 없습니다.

a 좌판이 초라합니다. 얼른 마저 파시고 들어가셔야죠?

좌판이 초라합니다. 얼른 마저 파시고 들어가셔야죠? ⓒ 정상혁

오랜만에 보는 재콩나물입니다. 직접 시루채로 들고나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재를 털어 한쪽에 쌓고 계십니다. 시골장에서나 볼 수 있는 광경이지요. 대형마트에 깔끔하게 다듬은 투명한 봉투의 것보다 훨씬 맛나게 보이지 않습니까?

a 오랜만에 보는 재콩나물입니다. 이제는 재래시장에나 가야 볼 수 있습니다.

오랜만에 보는 재콩나물입니다. 이제는 재래시장에나 가야 볼 수 있습니다. ⓒ 정상혁

오늘 옷가게는 별 재미를 보지 못한 것같습니다. 지나가는 사람도 한산하구요. 한껏 맵시를 뽐내도 팔릴까 말까인데 비가 오는 바람에 오늘은 마네킹들도 스타일 완전히 구겼습니다.

a 이곳은 한산합니다. 비닐씌운 마네킹이 안쓰럽네요.

이곳은 한산합니다. 비닐씌운 마네킹이 안쓰럽네요. ⓒ 정상혁

이렇게 온 장터를 쏘다니다보면 빠지지 않고 눈에 띄는 것이 있지요. 바로 간식거리입니다. 김이 모락모락 뻔데기입니다. 오늘처럼 비내리는 날 사먹는 뻔데기도 별미.

a 뻔뻔 뻔데기입니다. 뻔데기 옆에는 고둥(사투리로는 고동이라고 하죠)도 있습니다.

뻔뻔 뻔데기입니다. 뻔데기 옆에는 고둥(사투리로는 고동이라고 하죠)도 있습니다. ⓒ 정상혁

돌아다니다보니 벌써 점심시간을 훌쩍 넘겼습니다. 함평의 대표적인 먹거리인 육회비빔밥과 선지국은 서울에 살면서도 늘상 그리운 음식들입니다. 어머니와 함께 점심을 먹으러 찾아간 곳은 함평 5일장내 복명식당입니다. 이곳말고도 유명한 식당들이 있는데 맛은 대체로 우열을 가리기 힘들만큼 다들 맛있습니다.

비빔밥에 얹혀 있는 빨간 것보이시죠? 함평산 한우랍니다. 콩나물이며 도라지, 시금치 그리고 싱싱한 육회에 고추장 넣고 빨갛게 비벼먹는 육회비빔밥은 장구경을 더욱 더 즐겁게 해줍니다. 어때요? 먹음직스러운가요?

a 고소한 맛을 즐기신다면 돼지비계를 달라고 하셔서 함께 비벼드세요.

고소한 맛을 즐기신다면 돼지비계를 달라고 하셔서 함께 비벼드세요. ⓒ 정상혁

사람들로 북적대어 한걸음 나아가기도 힘들었던 오늘 함평 5일장을 돌아보며 명절에 잠깐 반짝경기가 아니라 늘상 5일장이면 볼 수 있는 그런 모습이었으면 합니다.

덧붙이는 글 | 함평5일장은 2일과 7일에 열립니다. 터미널에서 내려 읍 안쪽으로 조금만 들어오시면 시장입구를 찾을 수 있습니다. 요새는 굴이 한창입니다.

덧붙이는 글 함평5일장은 2일과 7일에 열립니다. 터미널에서 내려 읍 안쪽으로 조금만 들어오시면 시장입구를 찾을 수 있습니다. 요새는 굴이 한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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