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롭게 만나는 이 땅의 시인 김수영

평론가들이 다시 쓴 김수영론 <살아있는 김수영>

등록 2005.02.07 16:51수정 2005.02.07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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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김수영>의 겉표지
<살아있는 김수영>의 겉표지창비
한국문학에서 김수영의 존재는 무엇일까? 우리의 곁에 실존했던 '김수영'이란 한 인물의 활발한 창작기는 1960년대였다. 그가 살아있던 시대는 분명 1960년대이었을 것이다. 어느새 그가 세상을 등진 지도 30여 년이 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이 시대는 '살아있는 김수영'의 시대다.

그가 갑작스런 사고로 죽은 후 세상은 그의 이름을 기억하기 시작했다. 1970년대에 들어 그의 전집과 평전이 간행되었고 1980년대에는 그의 이름을 내건 '김수영 문학상'이 제정되었다. 그리고 1980년대 중반 이후 한 차례 진지한 반성을 통해 그의 문학은 제자리를 찾았다.


그가 떠난 자리에서 많은 연구자들과 평론가들이 30여년 혹은 그 이상의 시간을 들여 그에 관한 논문과 평론들을 썼다. 그런 점에서 김수영은 살아있는, 그리고 도전받는 시인이다.

한 문학평론가가 "우리에게 본격적인 김수영학(學)이 시작될 필요가 있지는 않은가?"하고 반문한 것처럼 <살아있는 김수영>이란 책은 김수영학의 작은 출발을 의미하고 있는 듯하다. 비록 특별한 목적을 지니고 집필한 것은 아니나 이 책에 실린 열 다섯 편의 글들은 '1990년대 이후 김수영이 어떻게 이해되고 있는가'하는 주제에 대한 현장 비평의 증거다.

총4부로 구성된 이 책의 1부는 김수영에 관한 4개의 작품론들로 엮어졌다. 정남영 교수의 <바꾸는 일, 바뀌는 일 그리고 김수영의 시>를 통해 김수영의 시를 새로움의 생성이라는 관점에서 이해한다. 강연호 교수의 <'위대한 소재'와 사랑의 발견>은 김수영 시에서의 산문정신의 확대에 주목하고 김수영 시를 사랑의 발견과 확인의 과정으로 파악한다.

박수연 교수의 <국가, 개인, 설움, 속도>는 1950년대 김수영 시를 개인-국가라는 맥락에서 재해석하고 있다. 임홍배 교수의 <자유의 이행을 위한 시적 여행>은 4·19 이후의 김수영의 시를 자유, 역사, 사랑 등 몇몇 개념을 통해 이해하려는 시도의 산물이다.

2부는 '김수영의 시론과 산문'으로 엮어졌다. 황현산 교수의 <시의 몫, 몸의 몫>은 김수영의 시와 산문에 대한 꼼꼼한 분석을 통해 '경험과 육체를 통한 사물의 양태와 그 추이의 확인'이 김수영의 진정한 독창성에 의한 것이라고 본다.


유성호 교수의 <김수영의 문학비평>은 김수영이 비평이 언어를 매개로 하는 현실과 현대성의 결합을 추구한 점에 주목한다. 김명인 문학평론가의 <급진적 자유주의의 산문적 실천>은 김수영의 산문을, 시적 실천에 견고한 삶의 논리를 부여하는 작업이라고 파악한다. 또, 김수영의 창작을 1960년대의 후진성에 대한 비판과 급진적 자유주의의 표현으로 이해한다.

3부는 '문학사적 의의'에 대한 다섯 편의 논의다. 김재용 교수의 <김수영 문학과 분단극복의 현재성>은 김수영이 민족문제 인식과 세계적 차원에서의 근대성 인식을 통일적으로 지니고 있었다고 본다. 남진우 교수의 <김수영 시의 시간의식>은 미래의 궁극적 순간을 향한 쉼없는 운동 속에 자리잡은 김수영의 시의 시간의식에 대한 탐구이다.


최하림 시인의 <김수영의 개인사의 문제들과 검토>는 일본 유학시절에서 포로수용소 시절까지 김수영 생의 단절과 서구시의 영향 등 전기적인 검토이다. 김규동 시인의 <소설 김수영>은 해방직후에서부터 1960년대 초반까지의 김수영 시인의 알려지지 않았던 모습들을 복원해내고 있다.

4부는 '김수영과 그 영향관계'로 엮어졌다. 한기 교수의 <박인환과 김수영, 문학사적 짝패의 초기 동행여정>은 김수영에게서 박인환이란 인물에 대한 대타자의식이 어떠한 시적 성취에 이르렀는가에 대한 해명이다. 조현일 교수의 <김수영의 모더니티관과 파르티잔 리뷰>는 김수영의 영미 혹은 일본 모더니즘시단으로부터의 영향의 급진적 현대성의 추구라는 김수영 시의 핵심을 형성했다고 파악하고 있다.

평론가 박지영의 <번역과 김수영의 문학>은 김수영에게 번역이 현대성의 전범으로 설정된 서구이론을 받아들이는 창구이자 시인으로서의 자기정체성을 형성하고 정당화해주는 거울로 작용하고 있다고 본다. 유중하 교수의 <하나에서 둘로>는 신동엽 시인과 황동규 시인을 김수영의 문학적 적자로 파악하고 이들 각각의 성취와 한계에서 김수영 시인의 문학사적 지위를 파악한다.

부조리와 모순의 시대였던 1960년대 순수 참여논쟁의 정점에 서서 김수영 시인은 "시작(詩作)은 머리로 하는 것이 아니고 심장으로 하는 것도 아니고 몸으로 하는 것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아직도 우리의 '몸'을 둘러싼 사회는 우리를 갈증나게 한다. 그의 '언어'가 그립다, 그의 '몸'이 그립다.

살아있는 김수영

김명인.임홍배 엮음,
창비,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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