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틋한 시루바위한성수
멀리 봉긋한 처녀의 젖가슴을 닮은 시루봉이 보입니다. 우리는 마지막 힘을 쏟아 붓습니다. 다시 헬기장이 나옵니다. 시루봉 오르는 길은 넓어서 좋습니다. 드디어 시루봉에 닿았습니다. 우리는 시루봉을 둘러친 난간을 돌아 천천히 정경을 감상했습니다. 바위를 상처내어 새긴 낙서에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진해시 자료에 따르면, 이곳 시루봉은 지도상에는 웅산으로 표기되어 있으나 웅암이 마치 시루를 얹어 놓은 것 같다 하여 '시루봉'이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웅산은 진해시, 창원시, 김해시에 걸쳐 있는 산으로 북서쪽으로 장복산, 남서로는 산성산, 남으로는 천자봉과 연결됩니다.
웅산은 진해의 명산으로 신라시대에는 나라에서 국태민안을 비는 고사를 지낸 산이며, 조선 초까지 산신제가 올려진 곳이기도 합니다. 조선 말 명성황후가 순종을 낳은 후 세자의 무병장수를 비는 백일제를 올렸다고 전해지는데, 또한 쾌청한 날에는 멀리 대마도가 보이기도 합니다.
이 시루바위에는 조선시대 웅천을 일본에 개항하였을 때 웅천을 내왕하는 통역관을 사랑하게 된 기생 아천자가 이 바위에 올라 대마도를 바라보며 기약 없이 떠난 임을 그리워했다는 애달픈 사랑 이야기가 전해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높이가 10m, 둘레가 50m나 되는 시루바위는 왜구들이 우리 나라 해안을 노략질할 때 항해의 표석으로 활용하기도 했다는 이야기가 아픔으로 함께 전하기도 합니다. 시루바위는 시리바위, 웅암, 곰바위, 곰메라고도 불리웁니다.
해병대에 갔다 온 친구의 말에 따르면 해병훈련소에서 이곳까지 구보로 와서 애인 이름을 목청껏 불렀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웅산에는 하얀 페인트칠을 한 돌들에 ‘해, 병, 혼’을 새겼는데 곰바위 옆에는 그 중 ‘병’자가 새겨져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