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안읍성은 매표소도 중요민속 지정가옥

중요민속자료 제97호 최창우 가옥이 현재 매표소

등록 2005.02.12 21:46수정 2005.02.13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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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하니 아무리 민속마을이라 해도 매표소까지 중요민속 지정가옥일까? 두말할 필요 없이 이곳 낙안읍성 민속마을에서는 '그렇다'고 대답해야 한다. 낙안 읍성 동문 옆에 있는 현재 매표소는 중요민속자료 제 97호로 지정된 최창우 가옥이다. 따라서 현 매표소는 어엿한 지정가옥인 셈.


a 매표소옆 지정가옥임을 표시한 안내판이 있다

매표소옆 지정가옥임을 표시한 안내판이 있다 ⓒ 서정일

하지만 매표소를 통과하는 관광객들은 이곳이 중요민속 지정가옥인지 모르고 있는 듯 했다. 서울에서 휴일을 맞아 낙안읍성을 방문한 한 가족에게 "방금 지나쳐 온 매표소가 중요민속가옥임을 아십니까?" 하고 물었더니 금시초문이라고 한다. 안내표지판을 가리키니 읽어본 후 신기한 일이라면서 웃고 간다. 입구에서 줄지어 들어오는 관광객을 대상으로 20여분동안 같은 질문을 던졌지만 역시 결론은 모른다였다. 재차 설명을 해 주면 그때서야 신기한 듯 다시 한 번 둘러보고 간다.

19세기 중엽의 건물로 추정되는 최창우 가옥은 어떤 가옥일까? 이 마을에 몇 되지 않은 'ㄱ'자 모양의 집으로 남부지방에선 흔하지 않은 형태다. 그러나 중부지방의 곱은자집과는 달리 집 가운데 대청을 두지 않고 토방인 헛청(헛간으로 된 집채)을 두고 있는 특징이 있어 보존 가치가 높은 건물로 평가받아 지정된 집이다.

a 본 가옥은 남부지방에선 흔하지 않은 'ㄱ'자 모양을 하고 있다

본 가옥은 남부지방에선 흔하지 않은 'ㄱ'자 모양을 하고 있다 ⓒ 서정일

물론 관광객들은 사적지에서 이러한 사례가 매우 드물고 생소하기에 매표소가 중요민속가옥이라는 점을 놓칠 수 있다. 그리고 그런 점 또한 충분히 이해가 간다. 알아가는 게 여행이니 새롭게 알고 가면 그것이 여행 온 보람일 것이다. 하지만 왜 설명을 해 주는 기자에게 이런 반문은 하지 않았을까? "보존해야 할 가치가 있는 건물을 매표소로 사용하고 있는 관리사무소의 처사가 이해가 가지 않는군요" 라고.

관리사무소측은 언젠가 있을 그런 질문에 대한 답을 미리 준비해 놓은 듯하다. 그 하나가 사적지기 때문에 건물을 짓는 것이 어렵고, 두 번째로 신축을 할 경우 경관을 해칠 우려가 있다는 것, 그리고 마지막으로 빈집으로 놔 둘 경우 금방 못 쓰게 된다는 점이다.

a 빈집은 매우 을씨년스럽고 노화 또한 빨리 이뤄진다

빈집은 매우 을씨년스럽고 노화 또한 빨리 이뤄진다 ⓒ 서정일

고민 끝에 사적지 보존과 관리를 위해 매표소로 사용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결정했다는 것이다. 이렇게 생각해 보고 저렇게 생각해 봐도 그것이 최선의 선택이었음을 읍성안에 있는 몇 개의 빈집을 돌아보고 난 후 느낄 수 있었다.


익히 아는 바와 같이 사람이 사는 집과 그렇지 않은 집은 분명 차이가 있다.'집에서 온기를 느낀다'는 표현대로 사람이 거주하면 그 집의 수명은 그렇지 않은 집에 비해 훨씬 오래간다는 것. 사람이 살면서 쓸고 닦고 어루만지면서 사랑해 주는 행위가 집의 수명을 그만큼 연장해 주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a 수많은 인파를 맞이하는 낙안읍성 매표소는 중요민속 지정가옥이다.

수많은 인파를 맞이하는 낙안읍성 매표소는 중요민속 지정가옥이다. ⓒ 서정일

최창우 가옥은 관광객들에겐 가장 먼저 대면하기에 낙안읍성의 얼굴과도 같은 집이다. 관광객들에게 비록 지정가옥이라 인정받기엔 다소 어색한 부분은 있지만 가장 깨끗하고 잘 정비된 곳으로 인정받는 건 그리 어렵지 않으리라 생각된다. 매표소로 이용하는 게 가장 최선의 방법이라 생각했던 만큼 가장 최선을 다해 유지 관리해 줄 것을 당부한다.

덧붙이는 글 | 함께 만들어가는 아름다운 다큐남도
http://cafe.naver.com/penfrien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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