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자 센터' 조한혜정 교장인권위 김윤섭
“하이, 조한!”
실천하는 지식인 페미니스트, 대안적 여성운동의 싹을 틔운 선두 페미니스트, 여성학의 선도자…. 조한 교수를 설명하는 부제는 짧지가 않다. 하지만 무엇보다 그는 새롭고 창조적인 방식으로 학생들을 가르치는 선생으로 알려져 있다. 그가 학교 밖에서 청소년들을 만나는 공간 하자센터(서울청소년직업체험센터)가 닻을 올린 지 5년이 되었다.
“서태지 같은 아이들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했지요. 자기들이 하고 싶은 것이 분명히 있는데 학교나 사회체제가 기가 막히니까, 처음엔 굉장히 센 아이들이 왔어요. 하고 싶은 욕구가 넘치는 그런 아이들이었는데, 요새는 사회의 변화 속도가 너무 빠르니 처음 목표에 맞춰 판단하기는 어려운 점이 있지요. 아이들이 사회생활이 힘들 것이라는 것을 미리 알아서인지 '찌질이'가 많아요.”
그의 얘기 속에는 싱싱한 단어들이 돌아다닌다, 조금의 머뭇거림도 없이. 그는 '찌질이'를 코쿤족, 즉 자기 속으로 들어가는 아이들을 뜻한다고 설명해 준다. 우리가 옛날에 '날라리'라고 말했던 그런 식이라고 덧붙였다. 서태지 같은 강력한 엔진 성향의 아이들도 점차 개인화하고, 내면으로 들어가는 변화를 보면서 사회가 또 변하고 있음을 절감한다고 한다.
그는 오래 전부터 십대들의 정체성 연구에 천착해 온 이다. 그가 쓴 <학교를 거부하는 아이, 아이를 거부하는 사회>(1996. 또하나의문화), <학교를 찾는 아이, 아이를 찾는 학교>(2000. 또하나의문화) 등의 저서는 십대들과 함께 하면서 내놓은 청소년에 관한 역작이다. 그가 아이들을 읽는 눈은 예리하기 이를 데 없지만 또한 한없이 부드럽고 섬세하다.
“전에는 ‘우리 모여 서로 따뜻한 분위기를 만들자’ 그러면 아이들이 재수없게 생각했어요. 내 일 하기에도 시간이 모자란다고 그랬는데, 요즘은 안 그래요. 얼마 전 강좌의 마지막 시간에 자신의 수업 참여도를 점수로 발표하라고 했지요. 전에는 아이들이 무슨 말을 어떻게 할까에 신경을 썼는데, 이번엔 친구가 나오면 아이들이 우렁찬 박수를 보내는 거예요. 네가 무슨 말을 하든, 그것보다 우리는 너의 존재를 존중하고 격려한다는 의미이지요.”
그는 그런 아이들을 탈계몽주의 시대의 새로운 세대라고 해석한다.
“언어의 수준에서 판단하지 않고 존재 자체를 인정해 주려는 것이지요. 말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 이런 태도를 보이는 거죠. 이제는 전혀 다른 유형의 교사가 등장해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아이를 언어의 수준으로 판단하지 않는 사람, 다른 차원에서의 건강함이나 상처, 에너지 이런 것을 볼 수 있고 아이가 제 속으로 들어가고 싶어할 때는 들어가게 하면서 소통할 줄 아는 사람 말이에요.”
청소년은 우리 시대의 징후를 가장 예민하게 미리 읽어 내는 존재들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수능 부정 사건이나 청소년 집단 성폭행 사건이 두려운 것이다. 우리 사회의 발걸음이 얼마나 잘못 들여졌는지 가감 없이 보여 주고 있다는 사실에서 눈을 돌릴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하자센터도 송년파티를 가졌다. 파티 컨셉트는 ‘파트너 데리고 오기’. 그는 ‘삐삐롱 스타킹’의 리드보컬인 병준씨와 함께 참석했다. 어떤 사안이든 그는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지 않다.
“우리는 너의 존재를 존중하고 격려한다.”
“심할 정도로 사람을 사람으로 보지요. 내 주위의 파트너 혹은 애인을 모아 보니 하나의 동네가 될 정도로 많더군요. 그래서 만들어진 동네가 ‘또하나의문화’예요. 또 ‘하자’의 경우도 그렇지요. 모든 친구들의 입장을 모아서 뭘 만들고 그러는 것이지요. 뭔가를 필요로 하는 아이들이 눈에는 띄고, 그래서 일을 하게 되는 것이지요. 아이들과 같이 나누고, 아이들이 자기 삶을 타협하지 않고, 버리지 않고 살게 하고 싶은 욕망이 제게 있어요. 하자에 모이는 아이들을 보면서, 아이들은 서로 구원하면서 산다는 생각을 해요. 타이밍, 다양한 선생들과의 만남이 상당히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