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홈피에 개인 주민번호 버젓이

기무사·검찰·국회·행자부 등 100곳 중 34곳... 개인정보관리 '심각'

등록 2005.02.15 12:30수정 2005.02.15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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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캡처 화면 상의 직사각형은 웹페이지 URL과 개인정보 일부를 조사단체가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감춘 것이다.

캡처 화면 상의 직사각형은 웹페이지 URL과 개인정보 일부를 조사단체가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감춘 것이다. ⓒ 지문날인반대연대 등


검찰청·행자부·기무사·국방부·국세청·국회·육군·해군·병무청·선거관리위원회 등 방대한 양의 개인정보를 보유하고 있는 공공기관 홈페이지가 주민등록번호를 무방비로 노출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개인정보 보호에 적신호가 켜졌다.

주민번호 유출 정부기관 34곳은..

홈페이지에서 주민등록번호 유출이 드러난 공공기관 34곳은 다음과 같다.

검찰청, 행정자치부 전자정부지원센터, 국가인권위원회, 국군기무사령부, 국방부, 국세청, 대통령 경호실, 국회, 육군, 해군, 병무청, 선거관리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문화관광부,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국가보훈처, 국립도서관, 법무부, 법제처, 보건복지부, 재정경제부, 한국관광공사, 환경부, 교육인적자원부, 노동부, 노사정위원회, 농촌진흥청, 비상기획위원회, 산업자원부, 식품의약품안전청, 중앙인사위원회, 국민건강보험공단, 국민고충처리위원회, 해양경찰청
지문날인반대연대와 정보인권활동가모임이 지난해 12월 3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정부 부처 등 100개 공공기관 홈페이지 및 하위 웹페이지를 대상으로 '주민등록번호 노출실태 조사'를 벌였다. 조사는 검색엔진과 유사한 웹로봇인 웹사이트 품질관리 솔루션 '쿨첵 엔터프라이즈'를 이용했다.

조사 결과 국가 공공기관 100곳 중 34곳(34%)의 홈페이지에서 주민등록번호가 발견됐다. 공공기관 홈페이지의 개인정보 관리실태가 총체적으로 점검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주민등록번호제도와 전자정부사업의 주무부처인 행정자치부가 관리하는 전자정부지원센터 홈페이지조차 주민등록번호가 노출돼 개인정보 보호정책의 전면적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우리나라의 주민등록번호는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개인 식별번호로 유명하다. 그럼에도 '누출 홈페이지 34%'라는 수치는 국가 공공기관의 취약한 정보인권 의식과 주민등록번호의 무분별한 활용에 따른 허술한 개인정보 관리 실태가 위험수위를 넘었음을 보여준다.

행정자치부 전자정부지원센터 홈페이지조차 주민등록번호 유출

a 왼쪽의 정상적인 화면 옆에 프로그램 오류 때문인 것으로 보이는 깨진 텍스트가 노출되어 있다. 왼쪽의 주민등록번호는 뒷자리수가 *표로 가려져 있지만, 오른쪽에는 전체 주민등록번호가 드러나 있다.

왼쪽의 정상적인 화면 옆에 프로그램 오류 때문인 것으로 보이는 깨진 텍스트가 노출되어 있다. 왼쪽의 주민등록번호는 뒷자리수가 *표로 가려져 있지만, 오른쪽에는 전체 주민등록번호가 드러나 있다. ⓒ 지문날인반대연대 등

주민등록번호 노출 현황을 공공기관별로 보면 부(部가) 9개로 가장 많았다. 이어 청(廳) 6개, 대통령 직속기구와 기타 공공기관이 각각 4개, 총리 직속기구와 군 기관이 각각 3개, 처(處) 2개 등으로 뒤를 이었다. 반면 사법부 3개 기관(대법원, 대법원 등기소, 헌법재판소)의 홈페이지에서는 주민등록번호 노출이 전혀 없었다.


주민등록번호 노출 사유를 유형별로 정리하면 사용자가 입력한 번호를 방치한 경우가 24개로 가장 많았다. 사용자가 자신의 주민등록번호를 게시하는 사례는 진정, 고소, 고발, 각종 민원상담, 홈페이지 이용문의 등으로 다양했다.

또 관리자 화면공개로 인한 번호노출이 10개, 공공기관이 번호를 공개한 곳이 7개, 일반 사용자에게는 보이지 않으나 웹로봇에 의한 검색허용으로 드러난 경우가 6개였다. 해당 기관이 실명확인 등의 목적으로 수집한 주민등록번호가 유출된 곳도 4개나 됐다. 이중에는 웹사이트 설계 및 프로그래밍 과정의 부주의로 게시판 전체에 주민등록번호가 노출된 사례도 있다.


국내 처음으로 체계적인 주민등록번호 노출실태 조사를 실시한 지문날인반대연대와 정보인권활동가모임은 이번 조사결과에 대해 "웹사이트 전체 분석이 가능하기 때문에 책임 소지가 분명하고 노출 유형에 따른 대처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또 "공공기관의 개인정보 관리실태를 총체적으로 점검함으로써 각 기관의 개인정보 보호능력과 의지를 검증하는 의미를 갖는다"면서 "만시지탄이지만 이미 인터넷에서 떠돌고 있는 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정보 현황을 파악하고 개선책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사용자가 입력한 번호 방치한 경우가 가장 많아

두 단체는 극소수를 제외한 대부분 인터넷 홈페이지들이 주민등록번호를 수집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조사의 유효성을 강조했다. 인터넷에서 무차별로 수집된 주민등록번호가 어떻게 관리되고 있는지, 과연 수집될 필요가 있는지에 대한 조사가 이뤄진 바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에 주민등록번호 노출 경로가 파악됨으로써 주민등록번호의 위험성을 알리고 방지 수립에 기초 자료가 될 것으로 주최측은 평가했다.

두 단체는 이번 조사결과를 각 기관에 통보한 뒤 ▲주민등록번호 발견 웹페이지 즉각 삭제 또는 수정 ▲자체 추가조사를 통해 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정보 유출 웹페이지 삭제 ▲주민등록번호 노출사유 및 경로파악 뒤 재발방지 조처 ▲개별 기관의 개인정보보호 정책 수립 및 추진 등을 요구했다.

또 주무부처인 행정자치부에는 개선방안 제시와 함께 전자정부 사업 재고, 주민등록번호의 사용제한 및 폐지를 포함한 주민등록법 전면개정 추진도 함께 촉구했다. 이어 인터넷상의 개인정보보호를 위한 실효성 있는 정책 제시를 정보통신부에 요구하면서 "주민등록번호 등 과다한 개인정보를 수집하는 관행을 없애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두 단체는 개인정보보호를 위한 근본적 대안으로 독립적인 개인정보 감독기구 설립을 제안했다. 현재 행정자치부(공공영역), 정보통신부(민간영역) 등으로 나뉜 개인정보보호 관리감독 권한과 조직을 통합·확대해 별도의 독립적인 감독기구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 정부와 열린우리당이 내놓은 개인정보보호기본법안에 따른 국가인권위원회 산하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신설에 대해서도 전문성 부족으로 포괄하기 어렵다는 이유를 들어 반대했다.

두 단체는 이번 조사에 이어 지방자치단체 및 정당·정치인 홈페이지와 교육기관·언론·주요 인터넷기업 홈페이지 등을 대상으로 추가조사를 하겠다고 밝혔다. 또 실태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주민등록번호 사용제한 및 폐지, 주민등록법 전면개정, 개인정보보호보호 활동을 계속 펼쳐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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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언론운동협의회(현 민언련) 사무차장, 미디어오늘 차장, 오마이뉴스 사회부장 역임. 참여정부 청와대 홍보수석실 행정관을 거쳐 현재 노무현재단 홍보출판부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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