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와의 '눈빛 만남'에 친구 고양이도 동참했습니다. (지난 해부터 본 고양이는 위쪽에 앉은 녀석입니다)박성필
필자는 '애완용' 고양이를 한 번도 키워 본 적이 없지만 '도둑 고양이'는 몇 달 키워본 적이 있습니다. 군대 시절의 일입니다. 행정병이었던 필자의 일과는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사무실 안에서 대부분 이루어졌습니다.
비가 오던 어느 날 밤이 깊도록 사무실에서 작업을 하고 내무실로 향하려던 때였습니다. 건물의 처마 아래에서 간신히 비를 피하고 있던 고양이 한 마리가 눈에 띄었습니다.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새끼 고양이의 모습이 안쓰럽기만 했습니다.
다시 발길을 돌려 필자가 근무하던 사무실 안으로 고양이를 안고 들어갔습니다. '얼마나 추웠을까'하는 생각에 고양이를 안고 수건으로 젖은 털을 정성스럽게 닦아줬습니다. 그렇게 고양이와의 동거가 시작되었습니다.
아침 저녁으로 식사를 마치면 조금이나마 고양이 몫을 얻어다가 먹이곤 했습니다. 먹을거리 때문이었는지 그 고양이도 제법 필자를 따랐고 사무실 문이 열려 있는 때가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녀석은 그 곳에서 도망치지 않았습니다.
휴가를 나와 부모님과 수의사로 일하던 선배에게 고양이에게는 무엇을 어떻게 해주어야 하냐고 질문을 했습니다. 선배의 대답은 너무나 명확하고 또 냉정했습니다.
"도둑고양이 보살펴 줄 필요 없다. 언젠가는 도망칠 테니까…."
그러나 고양이에 대한 저의 애정은 변함이 없었습니다. 부대로 복귀하고 나서도 휴가를 떠나기 전 했던 것과 똑같이 고양이에게 정성을 쏟았습니다. 몸집도 제법 불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선배의 말이 옳았는지 어느 날 아침 하루 종일 고양이가 제 눈에 띄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평소의 습성대로라면 아침은 얻어먹고 밖에 나갔을 법한데 보이지 않았습니다. 온종일 기다렸지만 고양이는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그 후로는 부대 안 어디에서도 고양이의 모습을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때 필자는 다시는 고양이를 키우지 않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물론 집이 없는 고양이를 제멋대로 애완 고양이처럼 키웠던 것이지만 어느 날 갑자기 필자의 곁을 떠난 고양이에게 상당히 마음이 상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요즘 부쩍 또 다시 '집 없는 고양이'에게 마음이 갑니다. 예전처럼 고양이의 밥을 챙기는 정성까지는 쏟아주지 못하지만 매일 아침 고양이가 왔는지 창문을 열고 확인하곤 합니다. 대부분의 시간을 필자가 녀석을 지켜보는 입장이고 가끔씩 눈빛만 주고받는 사이지만 부쩍 애정이 갑니다.
녀석이 사람보다는 고양이가 좋은지 함께 나타난 고양이에게 더 신경을 쓸 때면 질투도 느끼곤 합니다. 누군가와 공유할 수 없는 이름이라 할지라도 뒷집 뜰에 머물고 있는 고양이 녀석과 그 친구에게 이름 하나를 지어줘야겠습니다. 또 언젠가는 흔적 없이 훌쩍 떠난다고 할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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