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도 '디지털치매' 환자?

디지털 기기 사용 증가가 가져온 현대판 치매

등록 2005.02.17 07:54수정 2007.06.18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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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디지털 기기들 속에서 누구보다 편리함을 누리며 살고 있는 오늘날의 젊은이들이 치매라는 고질병을 겪고 있다면, 또 우리 모두 치매 환자가 될 수 있다면 과연 믿을 수 있을까? 최근 무절제한 디지털 기기 사용으로 인한 현상들이 문제가 되고 있다. '디지털치매'가 바로 그것이다.

그렇다면 '디지털치매'란 대체 뭘까? 이는 국립국어원이 발표한 신조어 중 하나로 디지털 기기에 지나치게 의존한 나머지 기억력이나 계산 능력이 크게 떨어진 상태를 뜻한다. '디지털치매'라는 단어 자체는 조금 생소하지만 그 뜻은 결국, 삶의 편의를 도모하기 위해 마련된 다양한 디지털 기기들에 의해 퇴화되어 가는 우리의 기억력에 대한 이야기인 것이다.


'디지털치매'는 휴대폰이나 디지털 카메라와 같은 기계들의 사용이 잦은 대학생들에게서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들은 전화번호를 외울 필요가 없어 외우는 전화번호가 몇 개 되지 않는다. 심지어 노래방 기기 없이는 노래를 부르지 못한다. 노래방 기기에서 자먹이 나오니, 노래 가사를 외울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이런 모습들은 우리 대학생들이 겪고 있는 '디지털치매'의 현주소를 알 수 있게 한다.

그렇다면, 디지털치매의 증상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디지털치매의 증상들을 보고 자신이 해당하는 목록이 많다면, 디지털치매에 해당됨을 부정하지 못할 것이다.

이혜미(학생, 19)씨는 "디지털 치매의 증상에 해당하는 부분이 많다. 치매와 같은 기억력 쇠퇴는 단순히 노년기에 오는 증상인 줄만 알았는데, 자주 사용하는 휴대폰이나 컴퓨터와 같은 디지털 기기들로 인해 젊은 사람들의 기억능력이 많이 쇠퇴하는 것 같다. 이는 공부를 해야 하는 젊은 시기에 나쁜 영향을 끼칠 것 같다"고 하며 걱정했다. 또한 "예전에는 친구들 번호나 필요한 전화번호는 외우는 편이였는데, 언제부턴가 외우고 있는 전화번호가 없다는 사실을 실감했다"고 덧붙였다.

평소에는 인식하지 못했던 부분들이 실제로는 디지털 기기에 의한 기억, 계산 능력 감퇴에 의한 것임을 알 수 있었다.

디지털치매의 증상

■ 휴대폰을 가져오지 않은 날에 친구전화번호보다 단축키번호가 먼저 생각난다.
■ 노래방 기기에서 나오는 가사 없이는 끝까지 부를 수 있는 노래가 몇 개 없다.
■ 외우고 있는 전화번호는 집과 가족이 전부이다.
■ 암산한 값을 확신하지 못해 계산기로 다시 검산하곤 한다.
■ 컴퓨터에서 찾아 쓰는 한자에 익숙해 책을 읽을 때는 막막해진다.
■ 두 번씩 물어보는 경우가 잦다.
■ 지도보다 휴대폰 자동 길 안내 장치 덕을 많이 본다.
■ 손으로 글씨를 쓰는 것보다 휴대폰 문자메세지나 키보드 입력이 더 편하다.



기계에만 의존하는 것은 큰 문제이다. "자동 길 안내, 장치 없이는 등교길도 알지 못한다거나 휴대폰을 잃어버린 순간 친구들의 연락처를 몰라서 인간관계에 문제가 생긴다면, 이것은 인간이 가지고 있는 창조적 능력을 상실하는 것이므로 큰 문제다"라고 김상훈 (조선대학교 병원 정신과) 씨는 말한다.

그렇다면 기계와 떨어질 수 없는 현대사회에서 '디지털치매'를 극복 할 수 있는 방안이 있을까? 무조건 디지털 기계를 사용하지 않을 수는 없다라고 사람들은 말한다. 하지만, 생활 속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사소한 일들에 조금만 더 신경 써보는 것이 디지털치매에서 벗어나는 좋은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김상훈씨는 덧붙였다.


디지털치매 이렇게 극복하자

▲ 집중해서 신문, 잡지 읽기
▲ 컴퓨터 게임을 할 때 직접 점수 계산하기
▲ 직접 손으로 쓰고 입으로 외우면서 생각하기
▲ 기억하는 것에 즐겁게 참여하기
▲ 기억하고 외우는 것을 반복하기
▲ 일기 쓰기
▲ 메일 주소나 짧은 문서는 직접 손으로 타이핑하는 습관
▲ 전화번호는 단축키 사용보다 손으로 직접 누르면서 걸기

전문가에게 디지털치매에 대해 묻다
[인터뷰]조선대학교병원정신과 김상훈

- 디지털 치매가 가지고 있는 가장 큰 문제점은 뭘까요?
"인체의 모든 구조물이 사용을 하지 않으면 기능이 감소합니다. 예를 들어 과거에 인간에게 꼬리가 있었으나 사용하지 않아서 퇴화된 것과 같은 맥락입니다. 요즘은 휴대폰을 사용해서 번호를 외울 필요가 없어지고 노래방 기기를 사용해서 노래가사를 외우지 않아도 되는 세상입니다.

지금 수준의 기계 사용으로 인해 인간의 뇌기능이 완전히 퇴화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뇌에서 하는 인간의 고급기능인 암기와 연산기능이 기계에 의존하다보니 창조적인 뇌 기능 자체가 퇴화할 가능성이 있기는 합니다. 이렇게 인간의 뇌기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 디지털 치매가 극복의 대상이라는 의견과 자연스런 현상이라는 의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먼저, '디지털치매'가 극복의 대상인 것은 아닙니다. 이것은 받아들이되 부분적으로는 본인이 노력을 해서 기억력이 쇠퇴하는 것을 막아야하는 정도입니다. 새로운 기계의 개발을 통해 우리는 더욱 편안한 삶을 누리게 되고 새로운 기계가 나오면 그 기계의 사용법을 공부하게 됩니다. 그러므로 기계를 사용한다고 해서 우리가 바보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현대사회는 생각해야 할 일들이 매우 많습니다. 그래서 각각의 분야가 전문화가 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현대 사회에서 기계에 몇 가지 기능을 의존하다고 해서 그것에 의해 지능이 퇴화하므로 기계를 사용하는게 나쁘다고 말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좋은 것은 그 긍정적인 기능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또한, '디지털치매'에 의해 젊은이들의 능력이 떨어졌다고 볼 수도 없습니다. 나이 든 사람들은 아무리 좋은 휴대폰을 가져다 줘도 사용할 수 있는 기능이 한정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디지털치매를 겪고 있다는 젊은이들도 금세 휴대폰의 다양한 기능을 금방 파악하고 사용합니다. 이것만 보더라도 우리는 휴대폰이나 기기들의 사용에 의해 젊은이들의 능력이 약화된다고는 볼 수 없습니다.

우리가 갖고 있는 일부 기능이 기계를 사용하게 되면서 쇠퇴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밖에 다른 기능을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이 생겨나게 됩니다. '디지털치매'와 같은 현상처럼 한 가지 측면에서 볼 때 우리가 바보가 되는 것 같지만, 다른 측면에서 보면 이것은 활용능력을 키워주므로 다양한 측면에서 이러한 현상을 해석하고자 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 디지털치매가 일종의 질병이라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것은 질병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외국의 저널이나 논문을 찾아봐도 질병으로 발표된 예는 없습니다. 혹시 공상과학영화와 같이 기계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진다면 이것이 가능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이것을 질병으로까지 볼 수는 없다고 생각됩니다."

- 그렇다면 '디지털치매'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안이 있을까요?
"우선 자기 나름의 기준이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가족이나 가까운 친구들의 번호는 외우고 좋아하는 노래 가사 정도는 외울 필요성이 있습니다.

일반 치매환자에게 머리를 자꾸 이용하게 하는 방법을 여기에 적용시킬 수 있습니다. 먼저 직접 손으로 일기를 써보는 것입니다. 이것은 지난 기억을 감정을 실어서 쓰는 것으로 사고력을 더 창조적으로 만들어 줍니다. 그리고 다른 예로는 화투놀이가 있습니다.

이것은 같은 편과의 동질성을 파악하게 하고 계산능력을 향상시켜 줍니다. 또한 신문이나 잡지를 직접 읽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자세히 기사를 읽는 것은 기억기능을 향상시키고 고등기능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 이혜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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