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은 했지만 수뢰 직접증거 없다"

법원, '굴비상자2억원' 안상수 인천시장 무죄선고... 검찰 항소키로

등록 2005.02.17 11:08수정 2005.02.17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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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대체 : 17일 오후 2시30분]

17일 인천지법에서 '굴비상자 2억원' 사건과 관련, 안상수 인천시장이 무죄 판결을 받고 법정을 나서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정인봉 변호사, 안상수 시장, 남충현 변호사, 강범석 시장 비서실장.
17일 인천지법에서 '굴비상자 2억원' 사건과 관련, 안상수 인천시장이 무죄 판결을 받고 법정을 나서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정인봉 변호사, 안상수 시장, 남충현 변호사, 강범석 시장 비서실장.연합뉴스 강종구

“안상수 시장이 현금 2억원을 클린센터에 신고한 이후 거짓말로 인해 의혹이 계속 증폭됐다. 수사결과, 사건의 실체가 하나둘씩 드러나면서 피고인의 발목을 잡았고, (피고가) 진실을 말해도 아무도 믿지 않았다.

(안 시장의 거짓말은) 모든 사실을 불리하게 작용케 했다. 클린센터에 신고한 것도 자기 이미지 제고하는 정치적 목적이었다. 추측이 난무하는 가운데 사건의 실체가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피고인은 자기 거짓말의 함정에 빠졌고, 재판부는 피고인의 거짓말이 주는 선입견에 의해 (이번 사건의) 판단을 내리는데 있어 가장 힘들었다.”


인천지방법원 형사합의6부(재판장 김종근 부장판사)는 17일 ‘굴비상자 2억원’ 사건과 관련해 뇌물수수 혐의로 불구속기소돼 징역 1년6월이 구형된 안상수 인천시장 선고에 앞서 이와 같이 밝히면서도, 안 시장에 대해 “검찰이 제시한 공소사실을 입증할 만한 증거가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안 시장이 돈을 인지한 시점을 최대한 불리한 시점을 기준해서 살펴봤을 때, 이기승씨로부터 돈을 건네받은 후 5일간 보유했던 기간 중 공사다망한 바쁜 일정을 제외하면 실질적으로 이틀 가량 돈을 가졌다”며 “결과적으로 안 시장이 클린센터에 신고를 하면서 뇌물수수를 용인했다고 생각하는 것이 어렵지 않나 하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재판부 "법이란 고도로 청렴한 사람을 재판하지 않는다"

특히 재판장인 김종근 부장판사는 “고도로 청렴한 사람이 아닌 일반인의 관점에서 생각해봤을 때 이런 사실만으로 뇌물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고도로 청렴한 사람이라면 돈을 받은 즉시 돌려줬을 것이고 ‘법’이란 고도로 청렴한 사람을 재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재판부는 이번 사건의 쟁점에 대해 “안 시장이 금품이 든 굴비상자를 건네받을 당시 내용물이 현금인 줄 인지했는지 여부”라면서 “이씨로부터 받은 굴비상자가 통상적이고 이례적인 선물의 범위를 벗어난 현금 등의 금품으로서 직무와 관련이 있는 뇌물이라 인식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부족하고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2억원이 되는 현금을 굴비상자에 넣어 전달하는 것 자체가 극히 이례적이어서 통상적으로 이를 예측할 것을 기대할 수 없는 점 ▲만일 안 시장이 이씨가 전달하려는 물건이 현금임을 인식하고서도 조카 2명과 함께 살고 있는 여동생의 집으로 전달하게 한다는 점도 상식에 벗어나는 점 ▲이씨가 구체적인 현안을 갖고 어떤 청탁을 할 단계가 아니었고 실제로 어떤 청탁을 한 적도 없는 점 등을 지적했다.


또 재판부는 “검찰의 수사기록을 살펴봐도 안 시장의 뇌물 인지시점을 알 수 없다”며 “이 사건의 공소사실을 뒷받침하기 위해 검찰이 제시하는 가장 직접적인 증거는 뇌물공여자인 이씨의 진술로 범죄정황에 따른 추측에 근거해 검찰이 기소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무죄선고 이유를 설명했다.

이외에도 재판부는 이번 사건에서 안 시장의 거짓말은 두 가지로 했다고 지적했다. 첫 번째는 뇌물을 전달한 이기승씨를 드러나지 않게 하기 위한 안 시장이 거짓말했고, 두 번째는 안 시장 본인이 굴비상자에 든 ‘무엇’이 현금으로 인지한 시점을 최대한 늦춰 유리하게 하려고 거짓말을 했다는 것.

그러나 재판부는 첫 번째 거짓말은 이번 사건의 유죄를 결정하는데 아무런 영향을 줄 수 없고, 두 번째 거짓말은 유·무죄를 판단하는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재판부는 결국 판결에 있어서는 안 시장의 혐의에 대해 입증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결론지었다.

한편 재판부는 현금 2억원을 담은 굴비상자를 안 시장의 여동생에게 전달한 혐의(뇌물공여)로 기소돼 징역 2년6월이 구형된 광주지역 건설업체 대표인 이기승씨에 대해서는 징역 1년6월에 몰수 2억원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이번 사건은 안 시장이 지난 2004년 8월 29일 인천시청 클린신고센터에 ‘현금 2억원’을 접수하면서 불거졌다. 결국 안 시장은 지난해 8월 24일 광주지역 건설업체 보성건설 대표인 이기승씨로부터 현금 2억원이 든 '굴비상자'를 전달받은 혐의(뇌물수수)로 같은해 11월 12일 불구속 기소됐다.

안 시장 "앞으로 시정발전에 전념하겠다... 심려 끼쳐드려 죄송”

안 시장은 선고 후 법정을 나오면서 “판결 내용을 겸허히 받아들이겠고 앞으로 시정발전을 위해 전념하겠다”며 “이번 일로 심려를 끼쳐드린데 죄송하고 수사를 하느라 애쓴 수사팀에게도 미안하다”고 말했다.

이어 안 시장은 재판부도 지적한 ‘거짓말’ 부분에 대해서는 “죄송하다”라는 말만을 남기고 서둘러 법정을 빠져나갔다.

이날 인천지방법원 410호 법정을 가득 메운 150여명의 시청직원과 당원, 안시장 지지자 등은 ‘무죄’ 선고가 내려지자, “와”하는 함성과 함께 박수를 쳤다. 이때 안 시장은 법정에 들어설 때 긴장했던 모습과 달리, 그동안 심적 고생이 생각났던지 눈에 눈물이 고이면서 상기된 얼굴을 했다.

또 안 시장의 지지자들은 문을 나서는 안 시장을 향해 “시장님 만세!”, “시장님 힘내세요”라는 축하의 말을 전하기도 했다.

한편 검찰은 1심 판결에 불복하고 항소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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