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레정종을 따르는 모습 - 술을 따르며 알코올에 불을 붙인다.이인우
잠시 후 나온 히레정종은 그 따르는 모습부터가 눈요기감으로 충분했는데, 고급스러운 칵테일 바에서 가끔씩 보여주는 알코올을 태우는 모습과 비슷한 방법으로 술잔에 불을 붙여 손님에게 내는 모습이 신기했다.
우리가 받아든 술잔에는 생선 지느러미를 불에 구운 듯 한 무언가가 몇 개씩 들어있었는데, 주변 손님들의 말을 들어보니 그것이 바로 '히레'라고 했다. 그것은 바로 복어 지느러미를 햇빛에 말려 불에 약간 구운 것이었다. 정종을 한 모금 입에 넣으니 약간의 생선 냄새와 불에 탄 향이 꽤 독특한 맛을 느끼게 해주었다.
역시 정종은 어묵과 함께 마셔야 제 맛이라고 하는 회사 동료와 히레정종에 대한 나름대로의 평가를 주제로 퇴근길 직장인들의 풍경은 그렇게 이어졌다. 나중에 알게 된 일이지만 일본어 '히레'는 육류의 안심부위를 말하고 또 다른 뜻으로 생선의 '지느러미'를 뜻한다고 한다.
어묵은 역시 국물 맛이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묵이 가지는 고유한 맛과 향을 그대로 옮겨주는 것이 바로 국물인데, 이곳의 어묵국물은 다른 곳과는 달리 간장 빛이 날 정도로 탁하고 검게 보였다. 그러나 그렇게 강한 맛이 나지 않는데는 이 집만의 비법이 숨어있는 듯 했다.
손님들이 자유롭게 국물을 떠먹는만큼 줄어드는 어묵 국물을 채우는 모습은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또 다른 진기한 풍경이다. 커다란 그릇에 따로 우려낸 국물을 채우는 주인 아주머니의 모습은 매우 인상적이다. 비좁은 가게에 가득 들어찬 사람들과 어묵 국물에서 솟아나는 자욱한 수증기로 식당 내부는 흡사 화재 현장을 방불케 하고 너희와 우리의 구분이 없는 손님들의 어깨를 마주한 모습 또한 이 집만의 풍경이 아닐까 싶다.
회사업무에 지친 직장인들에게는 이러한 선술집 문화는 하루를 살아가는 나름대로의 방식이며 피로와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이기도 하다. 한여름 시원한 생맥주가 생각나듯 요즘과 같은 추운 겨울에 어묵꼬치 하나에 소주 한 잔 역시 계절의 별미를 즐기는 직장인의 소박한 모습이 아닐 수 없다.
오늘 저녁 퇴근길에 동료와 함께 어묵 꼬치와 따뜻한 국물에 복어 지느러미가 들어간 조금은 색다른 '히레정종' '히레소주'는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