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채워지지 않는 것이 '마음 속의 책꽂이'이다.박성필
두 번째 경험은 필자가 요즘 자주 찾는 문학평론가의 연구실에서의 일이다. 그 곳의 한쪽 벽은 빼곡하게 책이 꽂혀 있다. 책꽂이라고 부르기엔 바닥부터 천장까지 너무 엄청난 양의 책이 꽂혀 있어서 '책으로 쌓은 벽'이란 표현이 나아 보일 정도였다.
함께 그 곳을 찾아간 선배에게 "이 곳에 있는 책을 돈으로 따지면 얼마나 될까?"라고 질문을 해 보았다. 우리들의 호기심은 결국 그 곳에 꽂혀 있는 많은 책들의 값을 계산하게 만들었다. 그 곳에 꽂혀있는 책들의 정가를 다 계산하려 들면 족히 며칠은 걸릴 듯 했다. 그래서 우리는 "책꽂이 한 칸에 꽂혀있는 책값들만 계산해 본 다음에 짐작이라도 해 보자"고 결론을 내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의 입은 벌어지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가 추정한 책값은 그 곳 연구실에 꽂혀있는 책들만 수 천 만원을 족히 넘어서고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선물로 받은 책들도 상당수였고 책을 돈으로만 환산할 수 없기에 의미 없는 짓이었을지도 모르지만 필자에게는 놀라운 액수였다. 그 상당한 양의 책들은 아직도 부러움의 대상이다.
요즘 혼자 머물고 있는 필자의 자취방에 들어설 때면 '책꽂이 좀 몇 개 들여놓다'는 생각이 자주 들곤 한다. 고향집에 두고 온 소설책들을 몽땅 옮겨오고 싶은 생각 때문이다. 그러나 책꽂이를 더 들여놓기엔 방이 비좁을 것 같아서 포기하고 살아간다.
필자에게는 여러 가지 꿈이 있다. 그 중에서 '책부자'는 버릴 수 없는 꿈 중의 하나다. 큰 집과 고급 승용차를 소유하는 것도 누구나 한 번쯤은 가져볼만한 꿈이지만 그런 꿈보다 먼저 이루고 싶은 꿈이 하나 있다. 작은 집이나마 방 한 칸 내어 책이 빼곡하게 꽂혀있는 나만의 서재를 가져보는 꿈이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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