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겨울 복수초 만난 날

등록 2005.02.21 17:52수정 2005.02.21 20:17
0
원고료로 응원
【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복수초1
복수초1김석
복수초, 그동안 순천의 우리꽃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꽃사모)에 가입하고 수년째 꽃들을 만나러 다니면서도 정작 한번도 만나지 못했다.


매년 눈속의 복수초를 만나고 왔다는 회원들의 자랑이 얼마나 부러웠는지 모른다. 올해는 기어이 두 눈으로 복수초를 담아 오리라 맘을 먹고 카메라도 챙기고 일찍 잠이 들었건만 고질병 늦잠으로 또 지각이다. 매서운 꽃샘 추위덕에 다른 사람들도 지각이었다.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모른다.

2월 20일 복수초 꽃답사에는 우리꽃 사랑님, 구절초님, 복수초님, 바람꽃님, 패랭이님, 개미취님, 민들레님, 방긋님, 양동이님(꽃사모에서는 회원들의 이름을 꽃이름으로 지어준다) 등 15명의 회원들이 기다리고 계셨다.

“동자꽃, 왜 이렇게 오랜만이여?”
“아....네 그게 좀 일이 바빠서....”
“야! 민들레 막둥이 동자와서 좋겠다”
“와 동자 보니 반갑네...”

그렇게 정겨운 인사를 나누고 고흥 외나라도로 봉래산으로 출발!

매서운 추위와는 달리 하늘도 맑고 햇살을 담은 바다는 온통 은빛이다. 가는 동안 내내 얼음새꽃으로 불리는 복수초를 만날 생각을 하니 가슴이 벅차오른다. 제작년에 회원들이 발견한 복수초 군락지에서 터트렸던 환호를 내가 이어받을 차례다.

꽃사모는 낮은 뒷동산에 핀꽃을 찾아 다닌다. 그러다 꽃들을 만나면 어린아이가 되어 한참 동안 그 자리를 떠나지 못했다. 남산의 얼레지 군락, 고흥에서 만난 상화화 군락에서 터트린 환호와 감동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군락지 중 최고는 아마도 언젠가의 달개비 군락이었을 것이다. 어느덧 99년에 시작된 이 모임이 벌써 7년째 이어지고 있다.


꽃을 찾아 떠나는 꽃사모 회원들 복수초님, 우리꽃 사랑님, 바람꽃님, 개미취님 등등
꽃을 찾아 떠나는 꽃사모 회원들 복수초님, 우리꽃 사랑님, 바람꽃님, 개미취님 등등김석
봉래산 중계소에 도착하고 난 후 걱정이 앞섰다. 평범한 산, 추운 날씨, 내심 복수초를 보지 못할 것에 대한 불안감이 밀려왔다.

걱정이 환호로 바뀌는 시간은 채 5분도 지나지 않았다.


“피었네, 피었어...”
“우와, 야, 복수초 천지구만...”

산행을 시작하자마자 복수초가 民쨍?드러내었다. 차마 발을 어디로 옮겨야 할지 모를 정도로 엄청난 군락지가 내 눈앞에 나타났다.

우리꽃 사랑님이 2002년 홈페이지에 올린 복수초를 만나던 감동의 글이 생각났다.

당시 이곳을 찾은 사람들은 아수라장이 되었다고 한다. 수십년 꽃을 찾아 다디던 우리꽃사랑님도 이렇게 많은 복수초 군락을 만나 적이 없었다며 감동을 전하기 위해 회원들은 연신 전화기에 대고 누나, 언니, 동생, 선생님, 친구, 엄마, 아빠를 찾았다고 했다. 그때 그 자리에 함께 하지 못한 것이 왜 이렇게도 후회가 되는지.

그래도 감동은 여전했다. 꽁꽁 얼어버린 땅에 꽃이라고는 있을 것 같지 않은 풍경에서 찬바람 맞으며 고고한 자태를 뽐내는 복수초의 기운은 대단했다. 한걸음 한걸음 옮길 때마다 터지는 환호와 탄성. 오로지 자연만이 우리에게 주는 고귀한 선물이 아닐까?

봉래산 중턱에서 만난 얼음새꽃(복수초)덕에 자연이 주는 고마움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

이제 3월, 4월이면 꽃잔치가 벌어질 것이다. 남산제비꽃, 얼레지, 쇠뜨기, 개불알꽃, 쇠별꽃, 개별꽃, 애기똥풀, 양지꽃, 금난초, 뱀딸기, 애기풀, 피나물, 광대나물, 인동초, 자운영, 할미꽃 등등 곧 만나게 될 꽃님들이 벌써부터 그리워진다.

여기저기에 피어난 복수초 군락지
여기저기에 피어난 복수초 군락지김석

복수초2
복수초2김석

복수초3
복수초3김석

복수초4
복수초4김석

복수초5
복수초5김석

복수초6
복수초6김석

봄을 기다리는 여우꼬리사초
봄을 기다리는 여우꼬리사초김석

복수초7
복수초7김석

덧붙이는 글 | 순천 우리꽃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은 매월 세째주 또는 네째주에 꽃답사를 전개하고 있습니다. www.sayclub.com 에서 '꽃사모'클럽으로 방문하시면 꽃사모에 대해 자세히 알 수 있습니다. 김석기자는 꽃사모에서 '동자꽃'님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순천 우리꽃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은 매월 세째주 또는 네째주에 꽃답사를 전개하고 있습니다. www.sayclub.com 에서 '꽃사모'클럽으로 방문하시면 꽃사모에 대해 자세히 알 수 있습니다. 김석기자는 꽃사모에서 '동자꽃'님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징역1년·집유2년' 이재명 "이것도 현대사의 한 장면 될 것" '징역1년·집유2년' 이재명 "이것도 현대사의 한 장면 될 것"
  2. 2 수능 도시락으로 미역국 싸 준 엄마입니다 수능 도시락으로 미역국 싸 준 엄마입니다
  3. 3 "나는 폐허 속을 부끄럽게 살고 있다" 경희대 시국선언문 화제 "나는 폐허 속을 부끄럽게 살고 있다" 경희대 시국선언문 화제
  4. 4 미국에 투자한 한국기업들 큰일 났다... 윤 정부, 또 망칠 건가 미국에 투자한 한국기업들 큰일 났다... 윤 정부, 또 망칠 건가
  5. 5 의사 아빠가 죽은 딸의 심장에 집착하는 진짜 이유 의사 아빠가 죽은 딸의 심장에 집착하는 진짜 이유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