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생각을 더듬으며 어렵게 구한 강정과 부럼김훈욱
대보름은 공식적으로 술 먹는 날
제가 여렸을 적 정월 대보름은 설날에 딸린 작은 명절이라는 의미가 강했습니다. 설날이 친척들이 모두 모여 차례를 지내는 큰 명절이었다면 대보름은 가족들이 모여 식사를 하는 작은 명절이었습니다.
시집살이 하는 누나도 설에는 친정나들이를 하지 못했으나 대보름에는 친정에 오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대보름이 되면 어머니는 밤새 여름부터 산에서 뜯어다 말린 아홉 가지 산나물을 손질하고 오곡밥을 준비했습니다. 이렇게 새벽이 되어 음식준비가 끝나면 마지막으로 부엌에서 창호지를 태워 날리면서 가족이 건강하게 해 달라는 기원을 하고 식사를 했습니다.
이 날은 식사를 하면서 나이에 상관없이 공식적으로 술도 한잔씩 먹는 날이었습니다. 정월 보름날에는 귀밝이술을 마십니다.
집에서 술을 담그면 보름날 아침 귀밝이술로 쓰기 위해 어머니는 술독의 위에 맑게 뜨는 청주를 미리 떠서 모아두었다 따라 주셨습니다.
이 귀밝이술을 마시고 얼굴이 발그레한 상태에서 학교에 간적도 있었는데 저 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그런 얼굴로 온 걸 보면 대부분의 가정에서 귀밝이술 한잔정도는 마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