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경대학교 김영환 교수는 “문화재 복원을 빌미로 나라의 상징적 건축물에다 오랜 전 사라져 자취조차 희미한 사대주의의 유산을 되살린다면, 이는 역사를 거꾸로 돌리는 것이다”며 “겨레의 자주와 자강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일은 중단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이민우
부경대학교 김영환(철학과) 교수는 “상징성이 크고 온 겨레가 자랑하고 아껴야 할 광화문과 그 현판이 대립과 분쟁의 씨앗이 된 것은 불행한 일”이라며, “문화재청이 광화문 한글현판 떼어내려 내세운 이유인 ‘문화재 원형 복원’과 ‘쓴 사람이 과거 식민지 시절 장교이자 독재자였다는 것’에 대해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원형 복원과 관련해 김 교수는 “문화재청에서 식민통치자들이 우리를 지배하기 위해 모은 자료에 기대어 구차하게 디지털 복원을 하겠다고 하지만 그것도 어디까지나 모조품일 뿐”이라며 “본디 현판이 사라진 상황에서 지금의 현판을 또 하나의 원형으로 보지 못할 이유는 없다”고 주장했다.
“박정희에 대한 좋지 않은 생각으로 과거역사에 대한 정치적 가치 판단을 문화재에까지 적용하는 것도 문제입니다. 부끄러운 부분, 잘못된 것이라고 해서 광화문 한글 현판을 떼어내는 식이어선 안 됩니다. 정치적 평가를 잣대로 문화재에 손을 댄다면 제대로 남아날 문화재가 거의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김 교수는 “독재와 친일찌꺼기를 씻어내지 못한 것은 분명 우리 역사의 큰 흠집”이라고 지적한 뒤, “한문 숭상-한글 천대는 그 보다 훨씬 폐해가 크고 뿌리가 깊은 흠집이기에 한자현판으로 바꾸기는 절대 안 된다”고 힘주어 말했다.
한글 단체들은 이날 토론회에서 제시된 각계 인사의 뜻을 정리해 문화재청 등 정부 기관과 국회의원, 정치인들에게 보내 ‘광화문 한글 현판’의 중요성을 호소할 계획임을 밝혔다. 또한 이들은 문화재청이 광화문 한자 현판을 계속 강행하려 한다면 법적 대응 등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무슨 일이 있더라도 막아내겠다고 결의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가 끝난 뒤, 객석에 앉아 있던 문화재청 궁능활용과 김치기 과장 등 2명의 문화재청 직원들이 사회를 본 이대로 공동대표에게 다가가 인사를 했다. 처음부터 토론회를 지켜보고 있었던 것이다. 김 과장은 왜 토론이 진행될 때 문화재청의 의견을 밝히지 않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대해 “한글단체에서 어떤 생각을 갖고 계신지 의견을 듣기 위해 참석한 것”이라고 짧게 답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인터넷 신문 [참말로](www.chammalo.com)에도 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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