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한글 현판은 지켜져야 한다"

한글단체들, 토론회 통해 ‘광화문 한글 현판 지키기’ 뜻 모아

등록 2005.02.22 14:47수정 2005.02.22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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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개 한글관련 단체로 구성된 광화문 한글현판 지키기 비상대책위원회는 21일 오후 6시 세종문화회관에서 토론회를 가졌다. 토론회 장소가 세종문화회관인 것도 다 깊은 뜻이 있다.
14개 한글관련 단체로 구성된 광화문 한글현판 지키기 비상대책위원회는 21일 오후 6시 세종문화회관에서 토론회를 가졌다. 토론회 장소가 세종문화회관인 것도 다 깊은 뜻이 있다.이민우
“외국 관광객 중에서 광화문 안 보는 사람이 없습니다. 거기서 외국사람이 현판 글자를 볼 때, 한자가 써 있다면 그걸 한국문자라고 생각할 사람은 없습니다. 한문 현판은 한국문화를 알리는 게 아니라, 중국문화를 선전하는 것일 뿐입니다. 한국문화를 선전할 수 있는 기회를 포기하고 놓쳐서는 안 됩니다.”

21일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 4층 회의실에서 열린 ‘'광화문 한글 현판 지키기 토론회’에서 방송인 이참(옛이름 이한우, 참 스마트 대표)씨가 광화문 한글 현판을 지켜야 하는 이유를 제시하며 한 말이다.

문화재청(청장 유홍준)이 오는 8월 15일 광복 60주년을 맞아 광화문 한글 현판을 문화재 복원차원에서 한자 현판으로 바꾸겠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는 가운데 열린 이날 토론회는 ‘광화문 한글 현판 지키기 비상대책 위원회’에 속한 한글학회와 한국어정보학회, 세종대왕기념사업회 등 14개 단체 회원 5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진행됐다.

사회를 본 '우리말 살리는 겨레모임' 이대로 공동대표씨는 "민족문제를 같이 고민했던 후배들까지 광화문 한글 현판 지키기의 본 뜻을 모른 채 마치 독재자를 추종하는 것인 양 몰아붙이는데, 참 답답했다"고 토론회 개최 배경을 설명했다.
사회를 본 '우리말 살리는 겨레모임' 이대로 공동대표씨는 "민족문제를 같이 고민했던 후배들까지 광화문 한글 현판 지키기의 본 뜻을 모른 채 마치 독재자를 추종하는 것인 양 몰아붙이는데, 참 답답했다"고 토론회 개최 배경을 설명했다.이민우
토론회 사회를 본 '우리말 살리는 겨레모임' 이대로 공동대표는 “방송은 우리가 마치 나쁜 짓을 하는 것처럼 박정희 추종자인 양 보도해 너무 답답했다”며 “광화문 현판은 박 대통령이 한글을 좋아해 만든 게 아니라, 한글한회 등 한글운동단체가 박정희를 굴복시킨 성과물”임을 강조했다.

토론회 준비 경과와 관련해 이 공동대표는 “이 자리에 혹시 문화재청에서 나오신 분이 계시냐”고 물었으나 아무런 대답이 없자, “문화재청측에서 청장은 참석 못하지만 직원이라도 보내겠다고 했는데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며 문화재청을 성토했다.

“문화재청장에게 공손히 예의를 갖춰 토론회를 제안했습니다. 하지만, 보름이 지나도록 아무런 답변이 없더군요. 독재정권 때도 여러 가지 정책관련 제안을 정부에 했지만, 이렇게 성의없는 사람들은 처음 봤습니다.”

이 공동대표는 또 “문화재청에 전화를 했더니, 비서란 사람이 우린 신문 방송에 할 얘기를 다했다는 식의 답변을 했다”며 “국장이란 사람하고 전화 통화할 땐 직원이라도 보낸다고 했지만, 결국 오지 않았으니 우리끼리 토론해 뜻을 보아 정부에 전달하자”고 말했다.


“한글은 한국인의 문화적 잠재력을 보여주는 힘”

방송인으로 널리알려진 이참 대표는 “한글은 그 자체로 현대적이고 미학적인 매력인 균형과 긴장감이 담겨있는 한국문화를 대변할 수 있는 현대적 감각의 디자인 작품”이며, “음성인식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데도 알파벳 보다 훨씬 쉽기에 참 대단한 한글이란 말이 절로 나온다”고 한글의 우수성을 역설했다.
방송인으로 널리알려진 이참 대표는 “한글은 그 자체로 현대적이고 미학적인 매력인 균형과 긴장감이 담겨있는 한국문화를 대변할 수 있는 현대적 감각의 디자인 작품”이며, “음성인식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데도 알파벳 보다 훨씬 쉽기에 참 대단한 한글이란 말이 절로 나온다”고 한글의 우수성을 역설했다.이민우
참 스마트의 이참 대표는 “한국문화는 세계문화에 많이 기여할 수 있는 유산이 많지만 아쉽게도 우리는 한국문화의 중요함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며 아쉬움을 토로한 뒤, 자신이 1986년에 한국 국적을 취득한 것과 관련해 이렇게 말했다.


“독일국적을 버리고, 한국국적을 취득한 떳떳한 한국인의 자격으로 말씀드립니다. 제가 한국을 좋아해 한국사람이 된 이유는 한국경제가 잘 나가서가 아니고, 한국 문화에 반했기 때문입니다. 한글은 한국을 대표할 수 있는 상징이며, 우수한 한국문화의 철학적 가치가 담겨있는 소중한 자산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참 대표는 “한 나라의 상품이 갖는 부가가치는 결국 그 나라의 문화배경과 정체성에서 나오는 것”이라 지적한 뒤, “자연과의 조화라든가 홍익인간처럼 한국문화의 우수성인 철학적인 깊이가 담긴 한글은 한국을 알리는 가장 훌륭한 마케팅 요소”라고 역설했다.

이참 대표의 한글자랑은 계속 이어졌다. 그는 자신의 경험을 예로 들며 “한글은 외국사람에게 한시간 정도만 가르쳐도 읽을 수 있을 정도로 쉽고, 복잡한 말도 쉽게 표현할 수 있는 천재성이 엿보인다”며 “이는 곧 한국인의 문화적 잠재력을 보여주는 힘”이라고 강조했다.

“광화문 한글 현판은 문화재 넘어 자주 국가의 상징”

전국국어운동대학생동문회 이봉원 회장은 “광화문은 한글이 창제된 경복궁에 있는 문이고, 지금 그 위치가 세종로이기에 광화문에 걸린 한글 현판은 단순한 문화재를 넘어 자주 국가의 상징”이라고 지적했다.
전국국어운동대학생동문회 이봉원 회장은 “광화문은 한글이 창제된 경복궁에 있는 문이고, 지금 그 위치가 세종로이기에 광화문에 걸린 한글 현판은 단순한 문화재를 넘어 자주 국가의 상징”이라고 지적했다.이민우
'전국국어운동대학생동문회'의 이봉원 회장은 “광화문 한글 현판은 60년대 한글 단체들이 정부에 끈질기게 한글 쓰기를 주장하고 건의해서 얻어낸 값진 한글운동의 성과물”임을 강조한 뒤, “광화문은 경복궁의 정문이기에 앞서 그 위치로 보아 대한민국의 상징이고, 서울의 상징이기에 그 건축물엔 반드시 한글 현판을 달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우리나라 방송의 베이징 특파원들은 천안문 앞에서 현지보도를 자주합니다. 그때 천안문이란 한자 현판이 중국임을 쉽게 알도록 해줍니다. 반대로 외국 방송사 기자들이 한국 소식을 보도할 때 한자로 된 광화문 현판을 배경으로 삼는다면, 그것을 본 외국인들이 과연 어떻게 생각할까요. 대부분은 한국을 제나라 글자도 없는 열등 문화 국가로 여길 것 아닙니까.”

또한 이 회장은 “문화재 관련 직업 가진 사람들은 현재의 한글 현판과 관련 양복 입은 사람이 갓 쓴 꼴이라 비판하지만, 도포 입은 사람이 중절모도 쓸 수 있는 것”이라며 “굳이 지금 한글 현판을 떼어내야 한다면 여러 가지 대안이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회장은 사견임을 전제하며 ▶세종대왕 당시의 한글 고문서에서 집자 하거나, 명필가에게 맡겨 쓰게 하는 방법 ▶경복궁 쪽엔 한문 현판을 세종로 쪽엔 한글 현판을 각각 다는 방법 ▶한자와 만주어를 동시에 써 넣은 중국의 자금성 현판처럼 모든 현판에 한자와 한글을 보태써 넣는 방법 등을 제시했다.

“한글 현판 논란은 국내외 권력의 충돌 수렴된 문화 현상”

울진타임즈 조영환 발행인은 “각종 회사이름이 소리만 있고 뜻이 없는 영문약자들로 바뀌었고, 영어 간판은 세련되고 한글 간판은 후진 것으로 공공연히 취급된다”며 “이러한 한글무시-영어우대 현상은 세계지배세력의 공작이 한국에서 상당하게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울진타임즈 조영환 발행인은 “각종 회사이름이 소리만 있고 뜻이 없는 영문약자들로 바뀌었고, 영어 간판은 세련되고 한글 간판은 후진 것으로 공공연히 취급된다”며 “이러한 한글무시-영어우대 현상은 세계지배세력의 공작이 한국에서 상당하게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고 꼬집었다.이민우
울진타임즈 조영환 발행인은 “한글은 탄생 자체가 세종대왕이 민중을 생각하고, 중국이란 제국을 생각하는 속에서 나왔다”고 지적한 뒤, “현재 광화문 현판을 둘러싼 논란은 광화문 현판의 세 글자의 문제가 아니라 국내외 권력의 충돌이 수렴된 문화 현상”이라고 풀이했다.

“현재 전세계 인구의 50%가 11개 언어를 사용하고 있는데 이런 현상은 더 심화될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지금 금융을 다 빼앗긴 상태입니다. 돈을 빼앗아 간 세력은 언어와 문화와 영혼도 조작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조영환 발행인은 한국사람이 한국말을 중시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식민지를 거치며 한국민이 자긍심과 배짱을 다 잃었기 때문”이라며 “민족에 대한 자긍심과 배짱이 없다면 아무리 공부를 많이 해도 한국사회를 위해 제대로 공헌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조 발행인은 “나는 박정희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전제한 뒤, “하지만 민주화의 이름으로 민족의 언어와 문화를 지키지 못한 정권은 독재의 이름으로 민족의 글과 말을 지킨 정권보다 궁극적으로 민족의 안녕에 더 큰 피해를 입힌 결과를 낳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광화문 한자현판 디지털 복원은 어디까지나 모조품일 뿐”

부경대학교 김영환 교수는 “문화재 복원을 빌미로 나라의 상징적 건축물에다 오랜 전 사라져 자취조차 희미한 사대주의의 유산을 되살린다면, 이는 역사를 거꾸로 돌리는 것이다”며 “겨레의 자주와 자강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일은 중단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부경대학교 김영환 교수는 “문화재 복원을 빌미로 나라의 상징적 건축물에다 오랜 전 사라져 자취조차 희미한 사대주의의 유산을 되살린다면, 이는 역사를 거꾸로 돌리는 것이다”며 “겨레의 자주와 자강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일은 중단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이민우
부경대학교 김영환(철학과) 교수는 “상징성이 크고 온 겨레가 자랑하고 아껴야 할 광화문과 그 현판이 대립과 분쟁의 씨앗이 된 것은 불행한 일”이라며, “문화재청이 광화문 한글현판 떼어내려 내세운 이유인 ‘문화재 원형 복원’과 ‘쓴 사람이 과거 식민지 시절 장교이자 독재자였다는 것’에 대해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원형 복원과 관련해 김 교수는 “문화재청에서 식민통치자들이 우리를 지배하기 위해 모은 자료에 기대어 구차하게 디지털 복원을 하겠다고 하지만 그것도 어디까지나 모조품일 뿐”이라며 “본디 현판이 사라진 상황에서 지금의 현판을 또 하나의 원형으로 보지 못할 이유는 없다”고 주장했다.

“박정희에 대한 좋지 않은 생각으로 과거역사에 대한 정치적 가치 판단을 문화재에까지 적용하는 것도 문제입니다. 부끄러운 부분, 잘못된 것이라고 해서 광화문 한글 현판을 떼어내는 식이어선 안 됩니다. 정치적 평가를 잣대로 문화재에 손을 댄다면 제대로 남아날 문화재가 거의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김 교수는 “독재와 친일찌꺼기를 씻어내지 못한 것은 분명 우리 역사의 큰 흠집”이라고 지적한 뒤, “한문 숭상-한글 천대는 그 보다 훨씬 폐해가 크고 뿌리가 깊은 흠집이기에 한자현판으로 바꾸기는 절대 안 된다”고 힘주어 말했다.

한글 단체들은 이날 토론회에서 제시된 각계 인사의 뜻을 정리해 문화재청 등 정부 기관과 국회의원, 정치인들에게 보내 ‘광화문 한글 현판’의 중요성을 호소할 계획임을 밝혔다. 또한 이들은 문화재청이 광화문 한자 현판을 계속 강행하려 한다면 법적 대응 등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무슨 일이 있더라도 막아내겠다고 결의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가 끝난 뒤, 객석에 앉아 있던 문화재청 궁능활용과 김치기 과장 등 2명의 문화재청 직원들이 사회를 본 이대로 공동대표에게 다가가 인사를 했다. 처음부터 토론회를 지켜보고 있었던 것이다. 김 과장은 왜 토론이 진행될 때 문화재청의 의견을 밝히지 않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대해 “한글단체에서 어떤 생각을 갖고 계신지 의견을 듣기 위해 참석한 것”이라고 짧게 답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인터넷 신문 [참말로](www.chammalo.com)에도 보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인터넷 신문 [참말로](www.chammalo.com)에도 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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