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1월의 봄정헌종
본토가 한참 겨울의 중반을 넘어 봄을 향해 고개를 돌렸을 일월의 끝자리 즈음 남쪽나라 제주에서 시작된 봄은 그렇게 조용한 혁명을 노래하고 있었습니다.
마을 언저리 돌담 밑에서는 수선화가 너무 태연하게 꽃 봉우리를 간지럽게 흔들어대고 있었습니다. 이제 막 시작된 것 같은 제주의 봄은, 수줍은 처녀 비바리를 꼭 닮아 뭇 사내의 가슴을 흥분시킵니다. 알 수 없는 자연의 조화라고 하면 맞는 말일까요?
바닷바람에 가까이 있는 노란 유채꽃은 졸음처럼 따뜻한 환상을 만들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론 마치 부모를 잃어버린 불쌍한 아이처럼 계절을 잃어버린 슬픔에 빠져 있는 것도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