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씨년스럽다”의 유래를 아시나요?

<을사늑약 1905, 그 끝나지 않은 백년>을 읽고

등록 2005.02.27 01:11수정 2005.02.27 16:11
1
원고료로 응원
우리는 역사상 몇 차례의 국권을 침탈당하는 아픔을 간직하고 있다. 그 역사를 더듬어보면 외적으로부터 침략에 의한 “병자호란”이 처음이고 그로부터 268년 후인 1905년 일본에 의한 을사늑약과 5년 후 있은 1910년 강제합병에 이르는 슬픈 역사가 그것이다.

그렇게 일본에 의해 강제적으로 국권이 침탈당한 지 올해로 꼭 100년이 된다.

우리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국사교과서를 통해 일본의 강제적인 조선의 국권침탈행위를 “을사보호조약”이라는 단어로 교육을 받아왔다. 지금도 일부 학자와 언론인, 지식인들은 거침없이 “을사보호조약”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최근 들어 역사의식이 있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을사늑약”으로 불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즉, ‘늑약(勒約)’이란 강제로 맺은 조약이라는 뜻이기 때문에 우리 입장에서는 반드시 “을사늑약”이라고 표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사전적으로 봤을 때 조약(條約)이라 함은 국가간의 권리와 의무가 서로간의 합의에 따라 법적 구속력을 갖도록 규정하는 행위를 말하지만 “을사늑약”은 그러한 형식을 취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a

을사늑약 1905 (그 끝나지 않은 백년) 표지 ⓒ 시대의창

이러한 출발선상에서 <을사늑약 1905, 그 끝나지 않은 백년>( 김삼웅 지음, 시대의 창)은 1905년 을사늑약을 중심으로 일제가 침략을 개시한 강화도조약에서부터 1910년 합병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정리한 하나의 사건 기록이라 할 수 있다.

지난 100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우리는 세계에서 주목받는 경제발전과 국민의식의 변화로 일제의 그늘에서 과감히 벗어나 이제는 세계사의 당당한 일원으로 그 역할을 충실히 하는 세계적인 위상을 가지는 국가로 발전했다.

이 같은 변화는 지난 시절 우리가 경험했던 가슴 아픈 국권침탈의 상처를 스스로 치유하고 밝은 내일을 향해 끊임없이 도전한 결과라고 하겠다.

그러나 저자는 책의 서문을 통해 지금 우리의 경제력, 군사력, 국민수준 등은 을사늑약 때와는 사뭇 다르지만 우리 나라를 둘러싸고 있는 늑대와 승냥이, 독수리, 북극곰의 형세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말한다. 또 100년 전의 상황이 씨줄과 날줄을 달리해 같은 무대에서 비슷한 각본으로 재현되고 있음을 강조한다.

이러한 상황인데도 외세의 침략사와 국난 극복사는 점점 잊혀지고 역사교육은 실종하다시피 했으며 독립운동사는 소수의 전문가들의 영역이 되어 버렸다고 저자는 말하고, 을사늑약 이후 지난 100년간 아직도 끝나지 않은 한일과거사 문제에 대해 안타까워하고 있다.

책은 모두 4부로 나뉘어 을사늑약의 내용과 일제의 조선침략을 위한 치밀한 전략, 그리고 을사늑약 이후 조선에서의 국권침탈 내용과 과정, 한일 합병 이후의 국내외 관계 등에 대해서 차례로 서술 하고 있다.

“을씨년스럽다”라는 말의 어원에 대해 저자는 "우리 역사에서 가장 치욕스러운 ‘을사늑약’이 강제되면서 백성들의 마음이나 날씨가 어수선하고 흐린 것을 ‘을사년스럽다’로 표현하다가 ‘을씨년스럽다’로 전이된 것이다. 근래의 ‘오노스럽다’의 유래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는 말로 우리 국민이 생각하는 “을사늑약”의 의미를 함축적으로 표현하며 내용을 풀어간다.

저자는 책을 통해 일제가 조선을 단 한순간에 집어삼킨 것이 아닌 철저하고 치밀한 계산과 계획에 의거해서 차근히 공략하다 결정적인 순간에 그들의 손아귀에 넣었다고 주장한다. 그 예로 ‘강화도조약’의 빌미가 된 운양호 사건의 치밀함을 이야기한다. 1975년 9월 20일 강화도 앞바다에 불법 기착한 일본 군함 운양호의 내용으로부터 강화도조약까지의 과정을 상세하게 소개하는 것.

저자는 이 같은 과정에서 드러난 조선 위정자들의 무능함을 지적한다. 그러나 이보다 두드러지는 것은, 일제의 국권침탈 과정에서 저항하고 고민하던 일부 조선 관리들이 결정적인 순간에 자신의 안위를 위해 돌아서 버리는 기회주의적 태도에 대해 아쉬움을 나타내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의 5000년 유구한 역사 중에 지난 100년간의 역사는 매우 가슴 아픈 이야기를 간직한 시간이라고 할 수 있다. 을사늑약 이후 일제로부터의 강압적인 통치와 주권을 빼앗기기도 했으며 1950년에는 동족간의 전쟁이라는 경험도 간직해야만 했다. 이러한 역사는 결코 잊혀질 수 없으며 과거의 시대적 상황이라고 자위하며 덮어둬서도 안 될 일들이다.

따라서 역사는 지속적으로 연구되어야 하며 올바른 사실을 밝혀내기 위한 노력은 지속적으로 이어져야 한다. 이제 막 ‘을사늑약’ 이후 100년의 시간이 흘렀다. 지난 100년 사이 우리는 많은 것을 잃었으며 또 많은 것을 얻었다. “을사보호조약”이라는 표현에서 “을사늑약”을 말하기에 이르렀듯이 말이다.

그러나 저자가 지적하듯이 지금 우리의 주변상황은 ‘을사늑약’이 체결된 당시와 별로 다르지 않다. 그럼에도 우리 국민들 대다수는 지난 가슴 아픈 역사를 쉽게 잊고 있으며 역사 연구는 일부 학자들의 고유한 역할인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렇게 우리가 일상에서 역사를 잊고 있는 사이 청산되어야 할 을사늑약이 남긴 '친일'이라는 이름의 찌꺼기에 대해서 우리는 필요 이상의 과분한 포용력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은 오늘을 사는 우리들에게 1905년 ‘을사늑약’ 그날의 생생한 모습을 보여주는 역사 다큐멘터리이자, 아직도 청산되지 못한 “친일”의 역사와 실체를 올바르게 이해하게 하는 좋은 지침서라 하겠다.

덧붙이는 글 | 을사늑약 1905 (그 끝나지 않은 백년) / 저자 : 김삼웅 / 출판사 : 시대의창 / ISBN : 8989229898

덧붙이는 글 을사늑약 1905 (그 끝나지 않은 백년) / 저자 : 김삼웅 / 출판사 : 시대의창 / ISBN : 8989229898

을사늑약 1905, 그 끝나지 않은 백년 - 스스로 주인이지 못했던 뼈아픈 역사의 교훈

김삼웅 지음,
시대의창, 2005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미디어 그리고 조선중후기 시대사를 관심있어하고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기획을 하고 있습니다.. *^^*

AD

AD

AD

인기기사

  1. 1 제발 하지 마시라...1년 반 만에 1억을 날렸다
  2. 2 아파트 놀이터 삼킨 파도... 강원 바다에서 벌어지는 일
  3. 3 나의 60대에는 그 무엇보다 이걸 원한다
  4. 4 이성계가 심었다는 나무, 어머어마하구나
  5. 5 시화호에 등장한 '이것', 자전거 라이더가 극찬을 보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