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 당의 지역 대의원 선출 투표를 해 보고

등록 2005.02.27 17:36수정 2005.02.27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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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매우 뜻 깊은 날이다.
남이 생각하면 대수롭지 않을 일이지만 나에게는 의미가 있는 날 인 것이다.
정치적 취향으로 보면 솔직히 초등학교 때부터 분단장이라도 한번 해보아야겠다는 꿈마저 가져보지 않은 나는 정치를 꿈꿔 본적도 없고 더욱이 정치인들을 혐오하던 내가 어느 정당의 지역 대의원선출 투표장에 가서 투표를 한 것이다.


선거 때만 되면 TV에서는 선진국 유권자들의 의식 있는 모습과 거기에 못지않은 당선자의 깨끗하고 투명한 의정 활동을 보여준다. 그때마다 그들이 부럽기도 하고 우리의 현실을 보면서 언제 저런 날이 올까 생각 하다가 우리자식 때에는 이루어지지 않겠나 하는 생각으로 지나쳐 오곤 하였다.

내가 느끼는 정당이라는 낱말엔 항상 계파니 그룹이니 하여 부정적인 모습으로 비쳤다. 전당대회 등에서 벌어지는 크고 작은 폭력과 상대를 향한 도를 넘는 비방 모습들은 정치 혐오를 주기에 충분하였다.

어렸을 때는 유신시절 소위 ‘통일주체국민회의 대의원’ 이 되기 위하여 나이 60살이 될 때까지 정치에는 전혀 문외한이던 자가 문중의 옥답까지 팔아 돈을 써가며 대의원 출마를 하는 부정적 모습을 보게 되었고 성년이 된 후 향우회나 동창회에 베풀어지는 출마자들의 향응을 보아온 나는 일부 출마자들의 위선적 허위모습과 영달을 염두에 둔 출마의 속내를 볼 때마다 정치인과 정치판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갖게 되어 선거일에는 투표도 하지 않을 정도였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아직은 미숙하지만 후보자 경선과정 모습과 정치자금의 투명성을 유지하고자 하는 선거법과 정치자금법등을 보면서 가능성 있는 변화들은 정치에 대한 관심과 희망을 갖게 하였다.

그러다가 약 1년 전 인터넷으로 나는 지지하는 정당에 매월 돈 몇 천원을 자동이체로 납부하는 당원으로 가입하였다. 나중에 보니 적은 돈이나마 당비를 정기적으로 납부하는 진성당원 이라 하여 크고 작은 행사를 알리는 문자 메시지가 심심찮게 오기도 하였으나 참여는 한 번도 하지 않았다.


어쩌다가 인터넷을 통하여 의견이나 리플을 다는 정도의 지극히 소극적인 나만의 틀을 벗어날 용기가 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다가 진성당원으로서 참여하여 대의원선출을 위한 투표를 해달라는 실무자의 수차례 부탁을 들은 후 망설이다가 난생처음 정당의 평당원으로 투표권을 행사 하였던 것이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오지 않았으나 열기는 대단하였고 짧은 시간이나마 출마자들이 나름대로 밝히는 출마 의견을 들으면서 터지는 폭소와 박수소리 그리고 밝은 분위기는 민주정치의 희망을 보는 자리였고 내가 어렴풋이 그리던 그 장면 이였다.

투표를 하면서 어느새 나는 하찮아 보이는 내 한 표이지만 이 땅의 정치 발전에 힘이 되어주길 바라고 있었다.


당선자를 인터넷에 게시하겠다는 선거관리자의 말을 듣고 자리를 뜨면서 무슨 큰일이라도 한 것 같은 느낌과 아울러 정치적 관심도에 못지않은 우리국민들의 건전한 정치 참여가 적극적으로 이루어지길 바랐다.

TV에서 보아온 선진국 국민들의 정치 참여 모습을 내가 따라 할 정도로 긍정적으로 변화된 이 땅의 정치문화가 계속 발전 될 것으로 믿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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