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와의 계속되는 숫자 인연

-'창간 5주년 기념식'에 다녀와서도 숫자 인연은 이어지고......

등록 2005.02.27 17:46수정 2005.02.27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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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또 놀라지 마시라!
'2005년 2월 22일 기사까지의 미지불 원고료 22,000원을 알려주고 있는 김선영 기자의 기사현황
'2005년 2월 22일 기사까지의 미지불 원고료 22,000원을 알려주고 있는 김선영 기자의 기사현황김선영



222를 통한 <오마이뉴스>와 나와의 인연은 한 차례 더 이어졌다. 찬바람 혹독하게 불던 2월 19일(토) 저녁 여덟 시경, 무얼 먹을까 하고 우리 동네를 한 바퀴 돌아다니던 나는, 배달을 전문으로 하는 다섯 평 정도 좁은 공간의 한 중화요리점이 다른 데로 이사해 있는 것을 발견했다.

강추위를 피해 일단 들어간 나는, "식사 됩니까?"라고 물었다. 된다고 했다.
자리에 앉은 나는, 삼선짬뽕밥이 먹고 싶었다. 속풀이를 하기 위해서 맵게 해달라고 주문했다.

여덟 시 뉴스가 끝나고 스포츠 뉴스가 한창인 시각인데, 늦게 저녁 먹는 사람이 많아졌는지 철가방 몇 분이 바쁘게 드나들고 있었다. 주문이 밀려 있을 텐데도 찬바람을 피해 들어온 데다 굶주려 보이는 나의 몰골이 너무 안쓰러웠는지, 신문 들춰볼 사이도 없이 오래 걸리지 않아 삼선짬뽕이 나왔다. 수북한 밥 한 공기와 함께 나왔다.

시뻘건 국물 안에 빨간 고추가 몇 점 들어가 있었는데, 정말 매웠다. 뜨거운 땀이 정열적으로, 쭉쭉 빠져나왔다. "거의 붉은악마로군" 하며 연방 휴지로 땀을 닦아내야 했다.

그렇게 해장을 하며 무심코 그 중화요리점 창문을 쳐다보다가 나는, "앗!" 하고 소스라치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뒤쪽에서 보이는 셈인 유리창의 광고용 전화번호가 2227이 아닌가. 앞의 세 자리는 <오마이뉴스> 창간기념일인 222와 같을 뿐만 아니라, 대학생 시절까지의 나의 본가 전화번호 뒷자리 2227과는 한 자리도 다르지 않게 똑같았던 것이다.


그렇다면 내가 <오마이뉴스>를 만날 수밖에 없는 필연적인 인연은, 222를 통하여 이미 그때부터 나의 인생에 복선(伏線)으로 깔려 있었던 건지도 모른다. 그것을 우리 동네의 한 중화요리점이 문득 깨닫게 해준 것이다.

그런데 <오마이뉴스>와 나와의 숫자 인연은 거기서도 그치지 않았다.


지난 2월 22일, 시민기자 생활 6개월째에 접어들면서 처음으로 <오마이뉴스> 공식 행사에 다녀왔다. <오마이뉴스> 창간 5주년 기념식이다.

서울을 향해 출발하기 전에 나는, 부지런히 한 지역 주간신문의 연재소설을 썼다. 많은 분량이 아닌 10매이기 때문에, 이미 쓸 이야기를 생각해 놓았으니 집중만 잘하면 펑크를 낼 상황은 아니었다. 다행히 창간 기념식 시각에 늦지 않을 만큼 넉넉한 시간을 남겨두고 탈고할 수 있었다. 소설 제목이 <모래내시장 사람들>인데, 원고를 전송할 때 제목을 키보드에 두드리다 보니 또다시 22가 눈에 띄지 않는가! 소설 연재 회수가 22회였던 것이다.

나는 지금은 폐간된 애견 격주간 신문 와 월간지 의 편집주간을 맡아 창간 1주년 기념호까지 펴냈었다. 광고비가 제작비와 평형을 이룰 만큼 신문의 질을 높여놓았다는 평판이 있었으나, 애견문화의 거품이 걷히면서 애견 관련업계 역시 타격을 받게 되자 덩달아 광고 미수금도 늘어났고, 결국 국내 유일의 애견신문은 적자 부담을 덜어내지 못한 채 장렬하게 막을 내리고 말았다.

내가 아르바이트로 고물 수집 리어카를 끌고 다니기 시작한 건 바로 그즈음. 드는 시간과 노동에 비해 벌이가 너무 적다는 생각을 하다가(밤새워 리어카에 고물을 산더미처럼 쌓아올려 와서 팔아봐야 1만원을 넘기기가 힘들다), 그보다 훨씬(?) 벌이가 나은 아르바이트 일처럼 반갑게 만난 것이 사실 <오마이뉴스>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사실 나는,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활동하기 전에 이미 <오마이뉴스>와는 꽤 괜찮은 인연이 있는 사람이다. <책동네>의 '김종휘의 TV 책읽는 마을'에 저자 초청을 받은 일이 있기 때문이다. 그 연재 사이트에 접속하면 2004년 3월 15일자로 '인간혐오와 동물사랑은 최악의 조합이다'가 나온다. '김선영이 가슴으로 쓴 명사들의 애견 사랑 이야기'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 책의 제목은 <사람과 개가 있는 풍경>. 문화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는 김종휘 기자님이 내 책이 <문화일보>에 소개된 걸 보고서 책을 구입해 본 뒤 '저자와의 대담' 초청을 하게 된 것이라고 했다.

이미 <오마이뉴스>의 명성을 알고는 있었지만, 바로 이때부터 나는 <오마이뉴스>와 부쩍 가까워지게 된다. 내 얼굴이 <오마이TV> 속에 들어가 있어서일 뿐만 아니라, '사는 이야기'와 '책동네'와 '여성'을 별도의 섹션으로 분리해 놓은 점이 마음에 쏙 들었기 때문이다. 한 가지 더 있다면, 스포츠 신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읽으나마나 한 연예인 가십 기사가 눈 여러 번 비비고 아무리 찾아보아도 단 한 건도 나오지 않는 점도 좋았다.

그때부터 이를테면 열성독자가 된 것이다. 정치와 사회 기사도 다른 일간지가 흉내 낼 수 없을 만큼 그때그때 신속하게 보도하는 데다 기사 형식도 기왕의 고정된 일간지 기사의 틀을 멀찌감치 벗어나 있었으며, 접근하는 방식도 매우 다채롭고 치열하여 읽는 재미를 듬뿍 주었다. 게다가 그때그때 등장하는 여론조사에서는 젊은 네티즌들의 성향을 알 수 있었다.

"그것 참 참신하다!"
"뉴스 개혁을 일으켰어!"

이렇게 생각하며 가입한 나의 시민기자 활동도 어느덧 6개월째에 접어들었다. '시간이 참 빨리 간다'는 생각이 들 만큼 부지런히 <오마이뉴스> 사이트에 붙어 앉아 생활했다. 창간 5주년 기념일까지의 등록기사도 벌써 72건.

아무래도 문필을 직업으로 삼고 사는 사람인 데다 한때 격주간 전문지의 편집주간을 지냈으니 처음 올린 기사가 메인서브로 올라간 것이 크게 이상한 일은 아니겠지만, 내가 쓴 기사도 앞에는 더러 생나무에 머문 적이 있음을 고백한다. 이런저런 문화 정보 기사를 여느 일간지들처럼 간략하게 단신으로 써서 올린 적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 기사 몇 건이 생나무에 머물자, 그때 나는 비로소 "이런 기사는 <오마이뉴스>다운 게 아니다!" 하고 이마를 탁 치며 깨닫지 않을 수 없었다.

잉걸 이상의 기사가 여러 건 올라가자, 타 인터넷 신문 매체에서 기사 청탁 쪽지를 보내기 시작했다. 우리한테도 '사는 이야기'에 올린 기사와 비슷한 내용을 보내 달라는 거였다. 그러나 자기네는 원고료가 없다고 했다. 작은 선물을 대신 준다고 했다. 그래서 미안하니 <오마이뉴스>에 이미 올린 원고를 자기네한테도 보내줄 수는 없느냐고 했다. 실제 이중으로 원고를 보내는 이가 있는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그러나 나는 절대로 그럴 수는 없노라고 고개를 세차게 좌우로 저었다. 오로지 나는 <오마이뉴스>의 시민기자일 뿐 다른 인터넷 신문의 시민기자일 수는 없었다. 설령 원고료를 준다고 해도 마찬가지였다. 양 다리를 걸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이야기는 다시 숫자 인연으로 돌아오는데, 등록기사 72건을 확인하러 다시 미지불원고료를 살펴보았는데, 이 얼마나 오묘한 조화인가! 22.000원! 아마 마지막 올린 기사가 조회수 222회일 때 열어보았더라면 나는 아마도 "악!" 하고 까무러쳤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런데 바로 2월 27일 새벽, 서울의 한 노래방에서 '이몽룡과 성춘향의 극적인 사랑의 완성'이 내용으로 담긴 김용만의 '남원의 애수'를 부르려고 번호를 찾다가, 나는 비로소 까무러치기 일보직전일 만큼 놀라고 말았다. 그 노래의 신청 번호가 바로 222였던 것이다.

'숫자의 인연이 그 정도로 집요하게 이어졌다고 하여 무슨 대수냐?' 하는 생각이 한편으로 들지 않는 건 아니지만, 그렇더라도 <오마이뉴스>를 향한 나의 사랑을 숫자 인연으로라도 표현할 수 있다면 이 또한 좋은 일이 아니겠는가.

덧붙이는 글 | 김선영 기자는 대하소설 <애니깽>과 <소설 역도산>, 생명 에세이집 <사람과 개가 있는 풍경> 등을 쓴 중견소설가이자 문화평론가이며, <오마이뉴스> '책동네' 섹션에 '시인과의 사색', '내가 만난 소설가'를 이어쓰기하거나 서평을 주로 쓰고 있다. "독서는 국력!"이라고 외치면서 참신한 독서운동을 펼칠 방법을 다각도로 궁리하는 한편, 현대사를 다룬 신작 대하소설 <군화(軍靴)>를, 하반기 완간을 목표로 집필하고 있다.

덧붙이는 글 김선영 기자는 대하소설 <애니깽>과 <소설 역도산>, 생명 에세이집 <사람과 개가 있는 풍경> 등을 쓴 중견소설가이자 문화평론가이며, <오마이뉴스> '책동네' 섹션에 '시인과의 사색', '내가 만난 소설가'를 이어쓰기하거나 서평을 주로 쓰고 있다. "독서는 국력!"이라고 외치면서 참신한 독서운동을 펼칠 방법을 다각도로 궁리하는 한편, 현대사를 다룬 신작 대하소설 <군화(軍靴)>를, 하반기 완간을 목표로 집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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