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재기념관 앞에 세워진 詩碑안병기
吾知鼓天鼓者 其能哀而怒矣
哀聲悲怒聲壯 喚二千萬人起
乃毅然決死心 光祖宗復疆土
取盡夷島血來 其흔於我天鼓
나는 아네 하늘북 치는 사람을/그는 슬퍼하기도 성내기도 하네
슬픈소리 서럽고 노한 소리 장엄하여/이천만 동포를 불러일으키나니
의연히 나라 위해 죽음을 결심케하고/조상을 빛내고 강토를 되찾게 하나니
섬 오랑캐의 피를 싸그리 긁어 모아/우리 하늘북에 그 피를 칠하리라
단재의 시 <하늘북> 전문 -박정규 역
그는 자신이 하늘북 치는 사람을 알고 있다고 말한다. 하늘북이란 우레소리를 일컫는 말이다. 단재는 하늘북을 치는 사람을 안다고 하지만 하늘북을 치는 사람은 어느 누구도 아닌 바로 단재 자신이다. 단재는 이 시에서 '섬 오랑캐의 피를 사그리 긁어모아/우리 하늘북에 그 피를 칠하리라' 고 다짐한다.
조국광복에 대한 그의 의지는 벽력보다 준엄하다. 준엄하다 못해 시를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섬뜩한 느낌마저 자아낸다. 단재기념관을 뒤로 한 채 바로 옆 언덕받이에 위치한 선생의 사당을 향해 발길을 옮긴다.
사당으로 들어가는 솟을대문 위에는 정기문(正氣門)이라는 편액이 붙어있다. 일찍이 심산 김창숙은 단재의 죽음을 두고 "들으니 군의 뼈를 금주의 불로 태웠다하는데 군이 감에 청구의 정기가 거두어졌구나"라고 애도했다.
靑丘(청구)란 우리나라의 별칭이다. 심산이 "청구의 정기가 거두어졌다"라고 한 말은 이 나라의 정기가 사라졌다는 뜻이다. 아마도 정기문이란 심산의 글에서 나온 게 아닌가 추측한다.
단정하게 다듬어진 잔디밭을 지나 돌계단을 올라가면 마침내 단재영각이라 쓰인 사당앞에 선다. 현재 사당이 있는 자리는 단재의 할아버지 신성우가 서당을 열었던 곳이다. 마을 사람들이 서당골이라 부르는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