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관순 열사가 빨래하던 우물가를 아십니까?

3·1절을 맞아 유 열사의 체취를 맡고 싶어 찾아간 곳

등록 2005.03.01 09:02수정 2005.03.01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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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하늘 가만히 우러러 보며
유관순 누나를 생각합니다
옥 속에 갇혀서도 만세 부르다
푸른 하늘 그리며 숨이 졌대요



강소천 작사, 나운영 작곡의 ‘유관순’노래 제1절입니다. 정부는 올해 86돌 3·1절 기념식을 이화여고 안에 있는 '유관순 기념관'에서 치렀습니다. 잘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유관순 열사를 빼놓고 3·1만세운동을 얘기할 수 없지요. 3·1정신의 표상(表象)으로 기림이 마땅합니다. 유관순 기념관에서의 3·1절 기념식. 선열들께서도 참 기특한 생각이라고 칭찬하실 것입니다. 세종문화회관에서 행하던 예년의 기념식은 왠지 요식 행위 같은 느낌이 없지 않았으니까요.

위 노래 가사처럼 3월이 오면 떠오르는 얼굴이 유관순 열사입니다. 조국의 독립을 절규하다 순국(殉國)의 넋으로 스러진 열 일곱 앳된 처녀. 많은 순국선열들 중에서도 유 열사를 먼저 생각하게 됨은 일제의 흉포한 발톱에 찢긴 짧은 생애가 너무나 안타깝기 때문일 것입니다.

흔히 유관순 열사를 프랑스의 잔다르크에 비유하지만 세계사를 둘러봐도 유 열사와 같은 애국 소녀의 예를 찾기 힘듭니다. 투철한 애국심, 불굴의 독립의지로 민족정신을 일깨워준 유 열사. 우리의 불민함과 불찰로 우리는 잔 다르크만큼 유 열사를 현창(顯彰)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일제는 유 열사에게 참으로 못할 짓을 했습니다. 유 열사가 일제로부터 당한 악행(惡行)은 보통사람으로선 도저히 감내하기 어려운 것이었습니다. 신체의 고통뿐만 아니라 순결한 처녀로선 참아내기 어려운 수모를 겪었습니다.


모진 고문 끝에 열사의 몸은 만신창이가 되었습니다. 일제의 법정에 서기를 거부하고 옥중에서도 굴하지 않고 "조선 독립 만세"를 외친 데 대한 잔혹한 보복이었습니다. 열사는 1920년 10월12일 옥사했습니다. 갓 피어나는 꽃 같은 나이 17세 때였습니다.

그에 앞서 열사는 이미 양친을 일제의 총칼에 잃었습니다. 일찍이 개신교를 받아들이고 고향에 학교를 세워 육영에 힘쓰던 부친(유중권)은 1919년 4월1일 아우내 장터 만세 시위때 일본 헌병의 발포로 다른 19명과 함께 순국했습니다.


모친(李씨)도 얼마 후 일제의 흉수(兇手)에 목숨을 잃었습니다. 고아가 되어 옥고를 치르는 동안 옥바라지인들 제대로 받았겠으며, 옥사 뒤에 시신조차 제대로 수습이 안 된 것을 생각할 때 열사 앞에 우리는 얼마나 큰 죄인입니까?

a 이화여고 교정에 있는 '유관순 열사가 빨래하던 우물'. 지금은 사용하지 않은 채 뚜껑을 덮어 보존하고 있다.

이화여고 교정에 있는 '유관순 열사가 빨래하던 우물'. 지금은 사용하지 않은 채 뚜껑을 덮어 보존하고 있다. ⓒ 이덕림

열사의 체취를 느끼고 싶어 열사의 모교인 이화여고를 찾았습니다. 정동길 쪽으로 나있는 이화여고 동문(東門)에 들어서면 얼마 멀지 않은 곳에 유 열사의 자취가 남아있는 장소가 있습니다. 아주 오래된 우물이 그것입니다.

지름이 1.5미터 쯤 되는 둥그런 우물입니다. 은행나무 거목 아래 자리잡은 우물은 높이 1미터 정도의 화강암으로 둘러 싸여 있고 주변 바닥에도 넓적한 화강암이 깔려 있습니다. ‘유관순 열사가 빨래하던 곳’이란 표지판이 서 있습니다.

1916년 이화학당 보통과에 입학한 유 열사는 이 우물가에서 빨래를 하면서 학교 생활을 했습니다. 우물은 전형적인 조선시대의 우물로 일찍이 이곳 정동 언덕에 살던 서민들이 공동으로 쓰던 우물이 그대로 보존돼 내려오는 것이라고 합니다. 지금은 두꺼운 나무로 뚜껑을 덮고 사용하지는 않습니다.

이 우물에서 물을 길어 흰 무명 교복을 깨끗이 빨아 입으며 꿈을 키우던 소녀 유관순. 소녀의 꿈은 ‘조선 독립’이었습니다.

“영원히 우리 앞에 ‘누나’로 남아 있는 유관순 열사여!”

3월 하늘을 향해 불러 봅니다.

덧붙이는 글 | 국정브리핑에 국정넷포터 기사로 실렸습니다.

덧붙이는 글 국정브리핑에 국정넷포터 기사로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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