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수지와 산성마을안병기
동장대의 턱 밑에는 꽁꽁 얼어 스케이트 타기 좋은 저수지가 아이들을 기다리고 있다. 이 저수지는 1943년 홍수로 없어진 옛 수문(水門)이 있던 자리에다 축조한 것이다.
저수지 호안을 따라 더 깊숙이 들어가면 30여 가구가 살고 있는 산성마을이 나오는데 비빔밥이나 동동주, 토종닭 따위를 파는 음식점들이 늘어서 있다.
저수지 둑길을 지나 가파른 오르막길을 200여 미터 가량 올라가면 소나무 한 그루가 고고하게 서 있는 치성 위에 올라서게 된다. 출발했던 본래의 자리로 되돌아 온 것이다.
현재까지 남아 있거나 복원된 성곽시설은 동문, 서문, 남문 등 문 세 곳과 동암문(東暗門)과 남암문 등 암문 두 곳, 그리고 치성 세 곳과 수구(水口) 세 곳, 장대(將臺) 두 곳과 포루자리 열다섯 곳 등이었다.
상당산성을 걷는 데 소요되는 시간은 줄잡아 1시간 30여 분이 걸린다. 그렇지만 굳이 서둘러 산행하지 말 것을 권유한다.
소요(逍遙)란 무거운 일상의 무게에서 놓여나 자연과 벗하면서 즐거움을 만끽하는 것이다. 아무 목적도 없이 산길을 걸으며 조용히 흐르는 물소리, 시원한 바람 소리 등 자연의 풍광을 그냥 즐기면 된다.
이 소요의 경지에서 얻을 수 있는 즐거움을 일러 장자(莊子)는 '지락(至樂)'이라 했다.
오늘날의 산성은 군사적 용도에서 바로 이 소요유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는 공원의 개념으로 바뀌어졌다. 더구나 높은 곳에 자리한 산성은 역사를 배우는 기쁨에다 조망의 즐거움까지 덤으로 선사한다.
一住寒山萬事水
更無雜念佳心頭
閑於石室題詩句
任運還同不繫舟
한번 한산에 들자 만사를 쉬었나니
다시 마음에 이는 잡생각 없네
한가히 돌집 벽에 싯줄이나 끼적이며
제대로 맡겨 두어 뜬 배 같구나.
- 김달진 역 <한산시> 중에서
햇빛 맑은 날엔 <한산시> 한 구절을 읊조리며 느긋하게 산성길을 걸어보는 것도 그리 나쁘진 않으리라.
| | | 상당산성 찾아가는 길 | | | |
①경부고속도로 청주 I.C(서청주I.C ) →청주 →36번 국도(160번 시도)→우암산 순회도로→상당산성
②청주시내에서 산성까지 시내버스 수시 운행(상당로에서 타면 수월하다.)
주변에 국립 청주박물관,청주 동물원 등 볼거리가 많으며 상당산성 안에 있는 한옥마을에는 비빔밥집 등 음식을 파는 집들이 30여 가호가 있다.
산행은 산성 남문주차장에서 시작하면 산성을 일주할 수 있으나 짧은 산행을 바라는 분들은 명암약수터 쪽에서 시작하면 된다. / 안병기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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