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공간 확보를 위한 백태 4최관묵
완패로 끝난 나의 주차싸움
올해로 5년째 이곳 성남에 살고 있는 우리 가족도 이사 초기에 주차문제로 인한 이웃간 다툼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내 경우 주차와 관련한 동네의 불문율(?)을 어긴 죄로 타이어 3개를 펑크 당하기까지 했다.
이러한 주차분쟁은 일터로 나갔던 자동차들이 귀가하는 저녁 시간대에 대부분 발생한다. 따라서 저녁시간에 낯선 번호로 걸려오는 전화에 대해 동네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경계하는 버릇을 가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며칠 전, 퇴근 후 저녁밥상을 물리고 하루 중 가장 편안한 자세로 TV를 시청하고 있는데 핸드폰 벨소리가 울렸다. 핸드폰 액정에 뜨는 발신자 전화번호를 확인해 보니 낯선 번호다. 순간 ‘한동안 주차 싸움이 뜸하더니 오랫만에 올 것이 오고야 말았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약간은 긴장되면서도 굳은 마음으로 통화버튼을 눌렀다.
목소리에 한껏 힘을 넣은 필자는 “여보세요”라고 말했다. 곧바로 "XXXX번호 차량 주인 되시죠?"라는 상대방의 질문이 날아온다. 순간 나의 예상이 적중되었음을 직감한다. 이 동네에 5년을 살면서 무수한 주차싸움을 통해 갈고 닦은, 베테랑의 실력을 보여줘야 할 순간이다. 그간 나의 주차싸움 경험을 통해서라면, 이런 때일수록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상대방의 초기 기선제압이라는 것을 나는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목소리를 최대한 깔고, 다소 불량스럽기까지 한 목소리로 “그래서요?”라고 선제공격을 시도했다. 이쯤되면 상대방의 대답은 뻔하다. “여기 우리집 앞이니까, 차 빼세요 !”라는, 본격적으로 주차싸움의 시작을 알리는 상대의 반격이 날아올 것이 예상된다.
그러나 이러한 예상을 정면으로 깨는 상대방의 한 마디. “아저씨! 자동차에 라이트가 켜져 있어요”, "아? 아! 예! 예!”라며 말끝을 얼버무리는 필자의 목소리는, 사뭇 상대에게 카운터 펀치를 제대로 한방 맞고 쓰러져 가는 복서의 비명에 가까웠다.
이웃에 대한 배려와 정으로 주차다툼만은 해결하자
초저녁에 주차해 놓았던 골목으로 급히 나가보니 필자의 승용차는 미등이 켜진 채로 주차되어 있었다. 성격 급하고 꼼꼼하지 못한 성격 탓에 승용차의 미등을 미처 끄지 않은 채로 주차해 놓았던 것이다. 그리고 지나가던 이웃주민이 이를 발견하여 승용차에 메모된 핸드폰 번호로 필자에게 전화를 해주었던 것이다.
자동차 라이트를 제대로 끄지 않고 주차했다가 다음날 출근시간에 밧데리 방전으로 자동차 시동이 걸리지 않는 황당함을 경험했던 사람이라면 이것이 얼마나 고마운 일이라는 것쯤은 잘 알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