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치우는 도구도 변변치 않다. 그냥 멀건이 팔짱을 끼고 눈구경을 할 수밖에.박철
사람들 말에 의하면 부산에는 눈이 1센티미터만 와도 차를 두고 다녀야 한다는 것이다. 지형 자체가 그럴 수밖에 없을 정도로 가파른 언덕과 좁은 골목과 계단이 많다. 그래서 속으로 부산에는 눈 구경하기가 힘들 정도로 눈이 귀하다니 다행이다 싶었다. 실감이 나지 않았지만 사람들 말을 그대로 믿었다.
그런데 이게 어찌 된 일인가? 지난 1월 초에 엄청난 양의 눈이 왔다. 아침에 일어났더니 동네 사람들이 이런 눈은 몇 십 년만에 처음이라고 어린애들처럼 좋아 하신다. 차도 다닐 수 없고 길이 미끄러워 불편한데도 얼굴은 함박웃음이다.
아이들은 골목마다 눈사람을 만들고 눈싸움을 한다. 연인들은 손을 호호 불며 종종걸음을 걷는다. 모두가 덩달아 행복했다. '이제 이런 눈은 다시 볼 수 없겠지?'라고 생각하면서…. 그런데 꼭 한 달만에 한 달 전보다 훨씬 더 많은 양의 눈이 밤새 내린 것이다.
5일(토) 저녁 나절부터 내리기 시작한 눈은 그 다음날 새벽까지 꼬박 12시간을 쉬지 않고 내렸다. 새벽에 일어나서 보니 차라리 온 세상이 눈에 파묻혔다는 표현이 맞겠다 싶을 정도로 눈부신 눈꽃 세상이 끝도 없이 펼쳐졌다. TV를 켰더니 부산 기상대 관측 이래 최고의 기록(37센티미터)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