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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 안까지 연탄을 배달하는 아이들. 진욱이, 사랑이, 중한이 ⓒ 이선미
꾸러기 공부방은 한 달에 한 번 춘천연탄은행에 가서 연탄 배달 봉사를 합니다. 저학년 아이들은 그 시간에 공부방에 있고, 고학년 아이들만 가서 봉사를 하고는 했는데 지난달 25일에는 동생들도 함께 따라나섰습니다.
공부방이 나눔을 실천하는 곳인데 정작 우리 아이들이 나누는 기쁨을 모르고 받는 기쁨만 알게 된다면 아마 공부방의 의미는 무색해질 것입니다. 주변의 후원으로 우리 아이들이 밥도 먹고, 공부도 하고, 동화책도 읽고, 신문도 만들고, 축구도 하는데 만약 아이들이 이런 분들의 마음을 모른다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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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탄 배달 봉사 전에 한 컷 찍었습니다. ⓒ 이선미
'당연히 받는다'라는 수혜자 입장이 아닌, 아무리 형편이 어려워도 나눌 수 있는 마음만 있다면 실천할 수 있다는 것을 아이들이 몸소 체험하게 해주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이 날만은 저학년 아이들도 함께 연탄 배달 봉사에 참여한 것이지요.
아이들과 공부방 선생님들은 춘천연탄은행에 도착해 연탄을 트럭에 싣고 혼자 사시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을 찾아갔습니다. 이 날 세 개의 동, 다섯 집에 연탄 배달을 했는데, 아이들이 힘들어 할 줄 알았는데 쉬이 지치지 않고 묵묵히 연탄 배달을 하는 모습을 보고 그 근성에 놀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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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쌓아놓은 연탄을 트럭에 실어야 합니다. ⓒ 이선미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은 연탄 한 장씩 들게 했는데 중한이는 연탄을 두 장씩 번쩍 번쩍 잘 듭니다. 가장 맏이인, 올해 중학교를 입학한 용진이는 역시 덩치답게 4개씩 쉽게 드는군요. 평소 수줍게 웃는 진영이도 몸을 기우뚱하면서도 연탄을 들고 잘 걸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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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항상 수줍어하는 진영이 ⓒ 이선미
한 집 당 100장씩 총 500장을 배달했습니다. 처음에는 다들 쉬이 하는 듯 보이더니 어느새 저마다의 얼굴에 땀이 송글송글 맺힙니다. 그런데도 쉬는 시간에는 장난을 치느라고 힘든 기색이 안보이네요.
이 날 봉사를 마치고 공부방으로 오는 길에 아이들에게 뭐라 물어보지는 않았습니다.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아마 마음으로 느끼겠지요.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얼굴을 보면서 아마 자신의 할아버지, 할머니가 떠올랐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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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초등 2학년이 된 개구쟁이 최중한 ⓒ 이선미
공부방에는 할아버지, 할머니랑 사는 아이들이 많은데, 아마도 그래서 다른 아이들보다 더 짠한 마음이 일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작은 힘이나마 다른 이들을 도와주었다는 그 마음이 아이들을 더 자신있고, 당당하고, 뿌듯하고, 힘차게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더 많이 웃고, 더 많이 느끼는 아이들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아이들의 검댕이 얼굴이 유난히 빛나 보이던, 아이들의 얼굴을 거울삼아 다시 나 자신도 비추어 보았던 참 행복했던 하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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