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현판 복원하면 누군가 또 떼어낼 것"

[현장] 양수철씨 구속영장 발부... 민족문제연 등 비난성명

등록 2005.03.08 12:11수정 2005.03.11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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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장실질심사를 끝낸 직후 법정 앞에 선 양수철씨는 "박정희 글씨를 복원하면 다른 사람이 또 떼어낼 것"이라고 말했다. ⓒ 오마이뉴스 심규상

[5신 : 9일 오후 6시15분]

민족문제연구소-민노당 충남도당 양수철씨 석방 촉구


검찰이 박정희 전 대통령 친필 휘호를 철거한 양씨를 구속한 것에 대한 비난 여론이 일고 있다.

민족문제연구소 대전지부와 충남지부는 9일 오후 성명을 내고 “전국적으로 찬반 격론이 있었지만 (박 전 대통령의 현판 철거는) 친일의 잔재를 제거해 민족의 정기 바로 세우기 위한 용기있는 결행이었다”고 평했다.

이들 단체는 “와중에 검찰이 갑자기 양씨를 구속했다”며 “민족적 양심으로 대의에 입각해 결단하고 행동한 양씨를 석방하라”고 촉구했다.

민주노동당 충남도당도 이날 논평을 내고 “양씨가 윤 의사를 욕되게 했던 박 전 대통령 친필 현판을 철거한 것은 민족적 쾌거로 높이 평가한다”며 “사법당국은 역사발전에 역행하는 판단을 하지 말고 양씨를 즉시 석방하라”고 요구했다.

도당은 이어 “현판 철거의 정당성을 널리 알리고 역사와 민족앞에 입증하기 위해 적극 대응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민족문제연구소 충남지부 이정학씨는 “사법당국이 무리한 법적용으로 양씨를 구속 수사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일부의 오도된 여론에 따른 오판으로밖에 생각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예산경찰서에 수감돼 있는 양씨는 이날 지인들과의 면회를 통해 변호사 선임과 사식을 거부하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4신 : 9일 오후 1시 5분]

낮 12시경 양수철씨 구속영장 발부... 단체들, 소송비용 모금 예정


충의사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 친필 현판을 떼어낸 양수철 전 민족문제연구소 충남지부장의 구속영장이 낮 12시에 발부됐다. 양 전 지부장의 구속 사유는 공용물 손상과 건조물 침입 혐의다.

민족문제연구소측은 구속영장이 발부되자 "변호사를 선임해서 적극 대응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민족문제연구소측은 또 변호사 비용 등 이번 사건에 필요한 법정 소송 비용을 모금할 예정이다.

현재 민족문제연구소 충남지부 일부 회원들이 예산경찰서에 수감되어 있는 양 전 지부장을 면회하고 있다.


[3신 : 9일 오전 11시30분]

충의사 현판 떼어낸 양 전 지부장, 영장심사 마쳐...오후 2시께 결정될듯


삼일절 아침에 충의사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 친필 현판을 떼어낸 양수철 전 민족문제연구소 충남지부장의 구속영장 실질심사는 오늘 오전 10시30분에 열렸다.

홍성지원(형사부 방영달 판사)에서 열린 15분 가량 진행된 이날 실질심사에서 판사는 "혐의 내용을 인정하냐"고 심문했고, 이에 양 전 지부장은 "인정하지만 잘못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반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 전 지부장의 구속영장 발부 여부는 오후 2시께 결정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양 전 지부장의 신병은 관할 경찰서인 예산경찰서로 인도됐다.

한편 이날 양 전 지부장은 지난 3월1일 현판을 떼어낼 때 입었던 개량한복 차림으로 법정에 출두했고, 직전까지 담담한 표정으로 <오마이뉴스> 기자에게 최근의 소회를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이다.

- 검찰이 당초 입장을 바꿔 구속 영장을 청구했다.
"불구속 수사를 하려 하다가 구속을 시키려고 입장을 바꾼 것은 여론재판 때문인 것 같다. 여론에 너무 민감하게 반응한 것이다. 검찰이 너무 줏대가 없는 것같다."

- 어제 윤봉길 의사의 후손인 파평 윤씨를 대표하는 대종회가 항의시위를 벌였는데.
"과거사가 규명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분들이 한쪽만을 알고 다른 한쪽을 알지 못하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다. 박정희의 전력에 대한 규명이 제대로 된다면 현판 뗀 것을 문제삼지 않았을 것이다."

- 전 대통령이 붙인 것을 함부로 뗄 수 있는가라는 지적도 있다.
"왕권주의적인 시각이다. 슬픈 일이다. 어제 서천문화원 앞에서 2시간 정도 시위를 한 것으로 아는 데 그 곳에는 가지 않았다. 무릎꿇고 빌라는 것인데 잘못이 없으니 빌 수는 없지 않나. 감정이 격해있는 상황에서 연세 많은 분들을 설득시킬 수도 없기 때문에 문화원에 가지 않았다."

- 사회적 합의를 거치지 않았다는 주장과 함께 문화 폭력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박정희 현판이 애초부터 사회적 합의를 거쳐 걸린 게 아니다. 잘못된 과거를 밝히자는 것은 이미 사회적 합의가 이뤄진 일이다. 정부가 현판을 바꾸는 것을 기피하고 있기 때문에 직접 나선 것이다. 부와 명예와 권력을 가진 사람은 사회적 합의 없이 아무 짓이나 해도 되고, 일반 시민들이 현판 제거할 때만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가. 지난해 초부터 1년간에 걸쳐서 충의사와 예산군측에 현판 자진 철거를 건의했었다. 기다리다 못해 뗀 것이지 우발적인 것은 아니었다."

- 현판을 다시 박정희 글씨로 복원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복원해선 안된다. 말도 안된다. 만약 박정희 글씨로 재복원한다면 이제는 내가 아닌 다른 사람들이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 최근 한승조 고려대 명예교수의 '식민지배 찬양'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친일 청산이 안된 현실이 그대로 드러난 것이다. 친일청산은 과거의 일이 아니라 현재진행형이고 그래서 현판을 떼는 것은 또한번 필요하다는 것을 반증한다."

- 만약 구속된다면.
"현판을 뗀 것이 잘못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현행법으로 구속시킨다면 감수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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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수철씨가 지난 1일 오전 충의사 현판을 떼어내고 있다. ⓒ 이정희

[2신 : 8일 밤 8시]

양씨 "실정법 위반에 대한 처벌은 각오했다"
구속 수사 방침 둘러싸고 논란일듯


"실정법 위반은 맞다. 내가 잘못했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처벌하겠다면 각오는 되어 있다."

매헌 윤봉길 의사의 사당인 충의사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 친필 현판을 떼어낸 양수철(46) 전 민족문제연구소 충남지부장의 말이다. 그는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함에 따라 9일 오전 홍성지원에서 열리는 영장실질심사에 참석할 예정이다.

하지만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경찰의 구속수사 방침이 전례에 비해 너무 심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번 충의사 현판 철거와 비슷한 경우로 지난 2001년 11월 23일 '한국민족정기소생회'의 곽태영(69)씨와 우경태(43)씨가 서울 종로2가 탑골공원의 삼일문 현판을 박정희 전 대통령의 친필이라는 이유로 철거했다가 벌금형을 선고받은 일이 있다.

이들은 불구속기소됐고, 이듬해 5월 1심에서 '공용물 손상죄'로 각각 100만원씩의 벌금형을 선고 받았다. 이들은 이에 거듭 항소, 결국 지난 2004년 10월 대법원에서 각각 벌금 100만원이라는 원심이 확정됐다.

당시 삼일문 현판을 철거했던 두사람 중 한명인 곽태영씨는 양씨에 대한 구속영장이 신청됐다는 것에 대해 "형평에 어긋난다"며 "구속영장이 발부되지 않을 것"이라고 단정했다.

4년전 삼일문 현판 떼낸 곽씨 "양씨 구속은 민족정기 파괴행위"

곽씨는 "2001년 당시엔 경찰서에서 조사가 끝나고나니 아무런 조건없이 훈방조치했다"며 "내가 삼일문 현판을 철거한 것과 충의사 현판을 철거한 것은 성격이 똑같은 사건인데 구속수사한다면 형평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곽씨는 실정법 위반이라는 지적에 대해서 "시민단체들이 삼일문 현판을 떼라고 수년간 진정과 탄원을 했지만 묵살당했다"며 "이번 일에 대해 실정법 위반이라면서 법적 책임을 묻는다는 것은 박정희의 민족반역행위를 옹호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곽씨는 또 "일제의 잔재가 시퍼렇게 살아있고 독도를 일본땅이라고 하는 등 일제의 재침략 야욕이 고개를 들고 있는 이 때에 정부는 일본군 장교가 쓴 현판을 떼낸 것을 문제삼고 있다"며 "민족반역자인 박정희가 쓴 현판을 '복원' 운운하고 양수철씨를 구속하는 것은 민족정기를 스스로 파괴하는 범죄행위"라고 정부를 강하게 성토했다.

한편 '충의사 현판 철거 사건'에 대한 찬반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오는 18일 문화재청(청장:유홍준)은 문화재위원회(사적분과)를 개최하여 훼손된 현판을 수리하여 사용하는 방안과 예산군이 보관하고 있는 현판 글씨 원본을 이용하여 다시 제작하여 설치하는 방안 등 현판의 원상복원 방안을 심의할 계획이다.


[1신 : 8일 낮 12시 10분]

충의사 박정희 현판 철거 양수철씨 구속영장 청구


검찰이 매헌 윤봉길 의사의 사당인 충의사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 친필 현판을 떼어낸 양수철(46) 전 민족문제연구소 충남지부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씨는 "관할 예산경찰서 관계자로부터 구속영장이 청구돼 9일 오전 홍성지원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벌일 예정이라며 출두요청을 해왔다"고 8일 밝혔다.

경찰은 양씨에게 공용물 손상과 건조물 침입 혐의를 적용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경찰은 당초 '삼일문 현판 철거' 사건에 대한 법원의 판례 등에 비춰볼때 현판 하나만을 지정문화재로 보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한때 예산군이 문화재관리법 위반 혐의로 고발해 오자 이를 반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사회적 파장이 커지고 문화재청이 나서 '현판글씨가 문화재는 아니지만 전체로 볼 때 포함된다고 판단된다'며 예산군에 재차 문화재보호법에 의거, 고발조치토록 하자 적용여부를 놓고 고심을 거듭한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그동안 양씨가 경찰서에 자진 출두했고 혐의사실을 시인한 점 등을 감안해 불구속입건한 상태에서 조사를 벌여왔다.

한편 예산 매헌 윤봉길 의사 사당 앞에는 이날 오전 11시부터 파평 윤씨 대종회가 충의사 현판 철거를 규탄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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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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