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자 재산공개 부실, 언론도 책임

[참언론 참소리] 재산 형성 과정 심층보도 아쉬워

등록 2005.03.08 19:36수정 2005.03.09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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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말 고위 공직자의 변동 재산 신고 내역이 공개되었다. 지난해 전반적인 경기 불황 속에서 이들의 재산 상태는 어떠했을까. 관심의 대상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런데 일반 가계의 어려움과는 달리 이들의 상당수가 재산을 불린 것으로 드러나 세간의 화재가 되었다. 이를 두고 일부 네티즌들은 ‘재테크 비결을 알려 달라’는 등 쓴소리를 내기도 했고, 또 대다수 국민들도 고위 공직자의 재산 증식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다.

현 고위공직자 재산공개제도는 국민 불신만 키워

'공직자 윤리법'에 따라 고위 공직자들의 재산을 공개토록 한 것은 '공직자의 부정한 재산 증식을 방지하고, 공무집행의 공정성을 확보함으로써 국민의 신뢰를 확고히 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올해로 13년째인 공직자의 재산 공개는 공직자들에 대한 국민의 신뢰 확보는커녕 국민들의 막연한 불신만 가중시키고 있다.

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하나는 그 제도상의 미흡함 때문이다. 17대 국회에 첫 진출한 한 의원의 신고 내역을 살펴보면 얼마나 제도가 허술한지 알 수 있다.

<국회공보>에 따르면 이 의원은 본인 채무 란에 '사인 간 채무 감소로 재산이 4천만원 늘었다'고만 신고했다. 그리고 배우자 채무 란에도 '외환은행 채무 감소로 재산이 4천여만원 늘었다'고만 되어 있다. 어떻게 마련한 자금으로 빚을 갚았는지는 알 수 없다. 재산의 형성 과정은 밝히지 않고 있다.


또 현재의 공직자 윤리법에 따르면 이런 일도 있을 수 있다. 재산 변동 신고 기준일인 12월 31일 직전에 예금을 타인명의 통장으로 옮겼다가 신고 후에 다시 가져오는 방법으로 신고 재산을 축소할 수도 있다. 이 밖에도 재산을 숨길 수 있는 여러 가지 편법이 존재하는 것이 현재의 공직자 윤리법이다.

매일신문 2월 28일
매일신문 2월 28일매일신문

재산 형성 과정 알 수 있도록 개정해야


재산 형성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도록 법령이 개정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만 재산 형성 과정에서 공직을 이용해 재산을 불린 것은 아닌지 파악할 수 있다.

다행히 <내일신문>에 따르면 정부에서 이런 방향으로 법을 개정하여 내년부터 시행한다고 한다. 하지만 입법 과정에서 제대로 법이 개정될지 감시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된다.

그리고 좀 더 보완한다면 부동산을 공시지가로 신고하는 것도 개정할 필요가 있다. 시가보다 2-3배 낮은 공시지가에 의한 신고는 재산을 축소 신고할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현금 10억을 가지고 있던 고위 공직자가 시가 10억짜리 부동산을 구입하면 재산의 변동은 없다. 그런데 재산 변동 신고는 2-3배 낮은 공시지가로 하기 때문에 이 공직자의 재산은 그 만큼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영남일보 2월 24일
영남일보 2월 24일영남일보

언론 보도는 국민의 불신을 부채질

고위 공직자의 재산 공개가 애초 의의를 살리지 못하는 또 다른 이유는 언론의 수박 겉핥기 식 흥미위주 보도 때문이다. 대부분 언론들은 위에서 언급한 제도상의 문제점이나 아니면 신고한 재산 변동의 이면을 파고드는 심층적 보도는 하지 못했다. 단지 '누가 얼마 늘었는데 이 불경기에 이럴 수 있느냐'는 식으로 보도하는데 그쳤다.

하지만 이런 식의 보도는 공직자 재산공개 제도 도입의 애초 취지인 고위 공직자의 부도덕한 축재 소지를 차단할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고위 공직자들에 대한 국민들의 막연한 불신만 증폭시킨다는 점에서 바람직하지 못하다. 대구경북지역 신문을 통해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우선 <영남일보>부터 살펴본다. <영남일보>는 2월 24일자에 '고위 공직자 75% 재산 불어'라는 기사를 실었다. 그리고 2월 28일자에는 'TK의원 74% 재산 늘었다'는 기사를 실었다.

또 2월 25일자의 '재테크는 역시 부동산'이란 기사와 2월 28일자의 '재테크 솜씨도 가지각색'이란 기사 등을 통해 주요 공직자의 재산 불리기 수단을 설명하는 등 독자들의 흥미만 부추기는 보도를 했다.

그리고 <매일신문>도 비슷한 보도태도를 보였다. <매일신문>은 2월 24일자에 '행정부 고위공직자 75% 재산 늘어'란 기사와 '노 대통령 5816만원 순증'이란 기사를 실었다. 그리고 2월 28일자에는 '대법 헌재 등 사법부는 80%가 증가', '서갑원 의원 8개월새 3억↑'(증가)' 등의 기사를 실었다.

특히 <매일신문>은 대구경북의 고위공직자 재산 공개에 대해 2월 28일자에 '조 시장 3천만원↓(감소) 이 지사 4천만원↑(증가)-대구 평균 신고액 4300만원 줄어'라고 크게 보도했다. 대부분 공직자들이 불경기 속에서도 재산을 불린 점을 감안하면 조 시장과 대구시 고위 공직자들은 상대적으로 청렴해 보인다.

하지만 그 내용을 살펴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선 조해녕 대구시장의 재산 변동 보도는 오보였다. 대구의 고위공직자 재산이 발표된 2월 28일자 대구시 공보에 따르면 조 시장의 재산은 291만7천원 줄어드는데 그쳤다.

그리고 대구의 평균 신고액이 크게 줄어든 데에는 류승백 대구시 의원의 역할이 절대적이었다. 류 의원은 재산이 1년 사이에 무려 20억원이 줄었는데 그 이유는 상속세 납부 10억과 전세 보증금이 10억 늘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것이 엄밀한 의미에서 재산 감소라고 할 수 있는지 의문이지만 어쨌든 류 의원 한 사람의 재산을 빼고 나면 대구시 고위 공직자들도 평균 2360만원 정도 늘었다.

매일신문 2월 28일
매일신문 2월 28일매일신문

언론은 어떻게 보도해야 하나

물론 고위 공직자들의 재산 변동에 많은 독자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또 재산의 증감이 꼭 도덕성과 직결된다고는 할 수 없지만 요즘과 같은 불경기 속에서 지나치게 재산이 늘어났다면 곱지 않은 시선을 받는 것 또한 사실이다. 그래서 이런 점을 언론이 보도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해 보인다.

하지만 언론이 독자들의 감성을 자극하고 흥미만 유발시키는 보도에서 그쳐서는 안 되는 것 또한 당연한 일이다. 제도상의 미비점을 지적하고 개선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또 고위 공직자들의 재산 형성 과정의 이면을 밝히는 심층보도를 통해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고 권력 감시라는 언론 본연의 임무를 다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고 언론이 막연하게 재산 증식에 불평만 늘어놓는다면 고위 공직자들에 대한 국민의 혐오감만 키울 뿐이고 더 나아가 국정에 대한 국민들의 무관심을 초래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대구경북 오마이뉴스> 바로가기→dg.ohmynews.com

*<참언론 참소리>

참언론대구시민연대는 대구에서 처음으로 결성된 언론개혁운동단체다. 지역사회 민주주의가 안착되기 위해서는 법제도적 장치 마련과 더불어 지역사회를 정비하고 발전시킬 참언론의 존재가 그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참언론 참소리>칼럼은 기존의 <참언론 대구시민연대 언론신경쓰기 칼럼>을 확대 개편했다. <참언론참소리>칼럼을 통해 개혁을 거부하고, 기득권층과 유착 그들만의 이해를 대변하는 언론의 그릇된 모습을 날카롭게 지적하고, 사회 주요 이슈에 대한 올바른 해법을 제공할 예정이다. 

안태준 기자는 참언론대구시민연대 언론모니터팀장입니다.

자세한 문의 : 053-423-4315 / www.chammal.org

덧붙이는 글 *<대구경북 오마이뉴스> 바로가기→dg.ohmynews.com

*<참언론 참소리>

참언론대구시민연대는 대구에서 처음으로 결성된 언론개혁운동단체다. 지역사회 민주주의가 안착되기 위해서는 법제도적 장치 마련과 더불어 지역사회를 정비하고 발전시킬 참언론의 존재가 그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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