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봉길기념사업회'는 무엇을 기념하는 곳인가?

[주장] 충의사 현판 관련 성명을 보고

등록 2005.03.10 11:09수정 2005.03.10 14:54
0
원고료로 응원
<동아일보> 등 언론 보도에 따르면, 매헌윤봉길의사기념사업회(회장 김덕룡 한나라당 의원)에서 윤봉길 의사의 사당인 충의사 박정희 친필 현판을 떼어낸 양수철씨를 엄중 처벌하고 현판 원상복구를 요구하는 성명을 지난 2일 발표했다고 합니다.

...기념사업회는 성명에서 “충의사에 불법 월담해 현판을 도끼로 파괴한 범죄 행위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며 “1968년 당시 대통령 자격으로 쓴 현판은 그 자체로 하나의 역사이므로 그 누구라도 역사를 제 마음대로 파손할 권한이 없다”고 밝혔다. 성명은 이어 “국가시설물을 불법적으로 파손한 자는 구속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덧붙였다. (<동아일보> 3월 2일자 기사 중에서)

이 성명 내용을 보면 윤봉길의사기념사업회가 그 본래의 목적에서 상당부분 벗어나 있다고 생각됩니다. 과연 이러한 결정을 내린 윤봉길의사기념사업회는 어떤 조직인지 한번 인터넷에서 검색하여 찾아가 보았습니다.

윤봉길의사기념사업회(http://www.worldlaw.co.kr/company/index.html)는 그 창립 취지에서 아래와 같이 밝히고 있습니다.

“나라를 잃은 어두웠던 시대, 의연히 일어나 한국인의 혼을 일깨우며 독립운동에 일대 전기를 열고 세계만방에 한국인의 독립의지를 크게 알린 후 21세의 젊은 나이로 산화한 윤봉길 의사! 그 청사에 빛나는 윤봉길 의사와 애국선열들의 나라 사랑과 겨레 사랑의 고귀한 정신을 계승하고 선양하여 민족 정기를 바로 세우고 국민적 통합을 이룸으로써 오늘의 위기를 극복하고 통일을 이루어… 21세기 위대한 한민족 시대를 활짝 열자는 취지에 뜻을 모은 사람들이 기념사업회를 창립하였다”

좋은 뜻을 가지고 출발하였지만, 이러한 취지로 모인 기념사업회가 이번 성명에서 밝힌 입장은 역사를 배우면서 윤봉길 의사의 의거에 대하여 배웠던 우리들을 실망시키기에 충분한 내용이었습니다.

일본의 식민 지배에 온몸으로 항거했던 윤봉길 의사를 기리기 위해 마련한 ‘충의사 현판’이 이제야 올바른 방향을 잡는구나 하고 생각했었는데, 이것을 전폭적으로 추진하고 지원해야 할 윤봉길의사기념사업회가 발벗고 나서서 현판을 떼어낸 사람을 구속하고 처벌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요?

“대통령 자격으로 쓴 현판은 그 자체로 하나의 역사이므로 그 누구라도 역사를 제 마음대로 파손할 권한이 없다”라고 말하면서 박정희가 쓴 현판을 복원하려는 움직임에 동조한다면, 창립취지인 ‘청사에 빛나는 윤봉길 의사와 애국선열들의 나라 사랑과 겨레 사랑의 고귀한 정신’은 어떻게 계승하겠다는 말씀이십니까?

윤봉길의사기념사업회의 성명 내용을 보면 마치 ‘박정희기념사업회’의 성명 내용으로 보아도 손색이 없어 보입니다. 식민지 시대에 대한 역사를 바로 세우는데 앞장서야 할 기념사업회가 일본군 장교 출신으로 그 행적에 대하여 많은 논란이 진행되고 있는 박정희의 현판을지지하고 나서는 것이 가당한 이야기입니까? 대통령의 자격으로 현판을 썼다는 이유가 정당성을 가지고 있는 오늘의 상황은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독립투사들의 기념사업회가 과거 식민지 잔재를 청산하려는 국민적 열망을 외면하고 있는 오늘날의 현실을 보면서 기념사업회가 독립투사들을 이용하여 자신들의 이름을 내려는 곳으로 전락되어버릴까 심히 염려됩니다.

관련
기사
현판 처리 놓고 윤의사 선양 두 단체 시각차

덧붙이는 글 | 파평윤씨종친회, 윤봉길의사기념사업회... 어찌보면 윤봉길 의사에 대한 뜻을 올바로 세우는데 앞장서야 할 단체의 행동에 대해서 심히 안타까운 마음을 갖게 됩니다.

덧붙이는 글 파평윤씨종친회, 윤봉길의사기념사업회... 어찌보면 윤봉길 의사에 대한 뜻을 올바로 세우는데 앞장서야 할 단체의 행동에 대해서 심히 안타까운 마음을 갖게 됩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라면 한 봉지 10원'... 익산이 발칵 뒤집어졌다
  2. 2 "이러다간 몰살"... 낙동강 해평습지에서 벌어지는 기막힌 일
  3. 3 한밤중 시청역 참사 현장 찾은 김건희 여사에 쏟아진 비판, 왜?
  4. 4 "곧 결혼한다" 웃던 딸, 아버지는 예비사위와 장례를 준비한다
  5. 5 주민 몰래 세운 전봇대 100개, 한국전력 뒤늦은 사과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