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판 처리 놓고 윤의사 선양 두 단체 시각차

기념사업회 "원상복구"...월진회 "새 현판"

등록 2005.03.05 15:26수정 2005.03.05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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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헌 윤봉길 의사의 업적을 기리고 정신을 계승하는 대표적인 두 단체가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 이번 기회에 각각의 정체성을 선명히 드러내고 있다.

(사)매헌윤봉길의사기념사업회(회장 김덕룡, 이하 기념사업회)는 지난 2일 “매헌 윤봉길 의사 사당에 난입해 현판을 파괴한 범죄 행위를 강력히 규탄한다”면서 간판 훼손자의 구속수사를 요구했다.

기념사업회는 “1968년 당시 대통령 자격으로 쓴 친필 현판은 그 자체로 하나의 역사이며 그 누구라도 역사를 제 마음대로 파손할 권한이 없다”면서 “중요 국가사적지 시설물을 파괴한 자를 즉시 구속해 엄중 처단하고 예산군은 즉시 현판을 원상복구”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반해 예산지역에서 윤의사 정신계승사업을 계속하고 있는 월진회는 다른 시각으로 이 사태를 바라보고 있다.

월진회 윤규상 회장은 인터뷰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이 애국선열사업을 한 부분에 대해 높이 평가하지만 현판은 본래 명필가들이 쓰는 것이지, 권력자가 쓰는 게 아니다”는 원론을 상기시킨 뒤 “일이 이렇게 된 만큼 권위있는 작가가 쓰게 하던가, 디지털기술을 이용한 현판을 만드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윤 회장은 예산군이 원본복원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과 관련해 “구태의연한 사고방식을 갖고는 21세기를 건설할 수 없다. 더욱이 과거사 청산에 힘을 기울이고 있는 이 때 잘못된 것은 고치는 게 당연하다”고 일갈한 뒤 “박 전 대통령 글씨로 복원해 놓으면 또 다시 윤 의사 사당이 수난을 겪을 수도 있지 않느냐”고 우려했다.

윤 회장은 기념사업회가 이번 사태를 범죄행위로 규정한 것과도 의견을 달리했다. “현판을 느닷없이 뗀 게 아니라 그동안 이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어왔고, 또 왜 이런 행위를 하는가에 대한 입장이 선명히 알려진 만큼 범죄로 보기는 어렵지 않느냐”는 얘기다.

또한 박 전 대통령의 친일행적과 관련해서 “4월에 과거사청산법이 통과되면 평가가 되겠지만 그가 일제 때 활동한 것은 이미 밝혀진 내용이다. 아마 그런 과오를 속죄하는 뜻으로 충의사와 현충사 등 많은 기념사우를 지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힌 뒤 “박 전 대통령의 과거사에 관한 내용과 관련 없이 현판은 명필가가 쓴다는 역할분담차원에서 새롭게 바라보고 대처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월진회는 매년 4월 29일 윤의사 상해 의거일에 맞춰 올리는 매헌문화제를 주최하고, 윤의사와 관련한 각종 선양사업에 앞장서며, 매월 한 차례씩 월례강연회를 벌여 윤의사의 정신계승에 힘을 쏟고 있다.

기념사업회는 윤의사 정신계승을 목적으로 1965년 6월에 설립돼 기념사업과 장학사업을 펼치고 있으며 김덕룡 한나라당 의원이 회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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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봉길기념사업회는 무엇을 기념하는 곳인가?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충남예산에서 발행되는 <무한정보신문>에도 실릴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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