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좋은나무학교 멋쟁이들이랍니다. 병아리와 함께 찰칵!박철
오늘 오전에 볼 일이 있어 아내와 외출을 하고 돌아왔더니 우리 교회 1층 좋은나무학교(공부방)에서 아이들이 떠드는 소리와 함께 어디선가 "삐약 삐약!" 병아리 소리가 들리는 것이었습니다. 우리 교회에서는 결손 가정 아이들을 중심으로 작년부터 방과 후 학교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공부방 문을 열고 들어섰더니 아이들이 종이 박스를 가운데 놓고 무엇엔가 몰두하고 있습니다. 노오란 병아리 두 마리였습니다. 부화된 지 얼마 되지 않은, 털이 보송보송하게 자란 햇병아리였습니다.
| | | 병아리 | | | |
삐약 삐약 노오란 병아리 노랗고 작은 몸을 이리 저리 흔들면서 작은 박스 안을 뛰어 다닌다
유치원 아이들처럼 쫑알쫑알 아장아장 귀여운 병아리
작은 날개를 펄럭이면서 세상을 향하 힘차게 나아간다
/ 이란정(초등학교 4학년) | | | | |
아이들에게 병아리를 어디서 났느냐고 물었더니 학교 앞 문방구에서 돈을 주고 샀다고 합니다. 병아리 값이 한 마리에 300원이랍니다. 아이들은 종이 박스 안에 들어 있는 병아리에게 서로 시선을 끌려고 머리를 맞대고 떠드는데 정신이 없습니다.
"애들아, 병아리를 보니 어떤 마음이 드니?"
"예쁘고 귀여워요."
"병아리 값이 엄청 싸요. 양념 통닭은 한 마리에 만원인데 병아리도 크면 닭이 될 텐데 값이 너무 싼 것 같아요."
"병아리가 조금 불쌍해요. 엄마와 떨어져서요. 그리고요, 아까 똥에 밥(사료)이 떨어졌는데 병아리가 그걸 막 먹는 거예요."
"이 병아리 어떻게 하려고 돈을 주고 샀니?"
"제 방에서 키울 거예요. 밥도 주고 물도 주고 한 3년 쯤 키우면 닭이 되겠지요."
올해 초등학교에 갓 입학한 성빈이가 의젓하게 대답을 합니다. 그렇게 한참 병아리와 노는 아이들을 보고 있자니 아이들 모두가 병아리같이 느껴졌습니다.
우리 교회에서 운영하는 좋은나무학교에는 17명 어린이가 있습니다. IMF 이후 엄마 아빠가 헤어져서 할머니가 키우는 아이도 있고, 엄마 아빠가 직장에 나가는데 학원 보낼 형편은 못 되고 집안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이 대부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