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평 정도의 작은방은 베틀등 길쌈하는 도구와 살림살이로 꽉 차있다. 좁은 장소임에도 이리 밀고 저리 밀고 자리를 만들어 작업을 하는 이옥례 할머니가 애처러워 보인다서정일
"쪄지면 삼의 껍질을 벗긴다. 벗기면 널찍하다. 그러면 묶어서 볕에 말린다. 대가리 묶은 곳이 완전히 바싹 말려질 때까지 그리고 째서…."
안 해준다던 길쌈 얘기를 보따리 풀 듯 하나하나 천천히 풀어내 보인다. "집에 안 갈 거냐"는 할머니의 우스개 소리가 사실로 증명된 셈. 오랜 시간 길쌈 얘기는 계속되었다.
"코쟁이들도 오는데 신기한지 자기들끼리 뭐라 뭐라 한다니까" 민속마을이라 그런지 세계 각국 사람들이 다 찾아온다면서 '꼬부랑 글'도 알아야겠다고 웃는 이옥례 할머니. 하지만 웃음 속엔 힘겨운 모습들이 감춰져 있다. 비좁고 힘든 방 한 칸에서 모두가 힘들어 마다하는 길쌈을 하는 칠십 노인의 모습에 약간의 그늘이 있다.
전통을 이어간다는 것은 힘든 일이다. 그러나 그보다 더 힘든 것은 그것을 '가치 있다'고 평가하지 않을 때다. 좀더 좋은 장소에서 가치를 인정받아 마음 편하게 길쌈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기를 빌어본다.
덧붙이는 글 | 전통을 사랑하는 곳 낙안읍성
http://www.nagan.or.kr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