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열고 자연과 함께 숨쉬는 절

서산·태안 답사(3) 충남 서산 개심사

등록 2005.03.15 07:11수정 2005.03.15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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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27일 오후 2시. 이번 답사의 마지막 코스인 서산 개심사에 도착했다. 개심사는 백제 의자왕(665년) 때 창건한 절로 전해지지만 대부분의 건축물은 근·현대 이후의 것들이다. 그러나 올해 초에 ‘목조 아미타삼존불상’이 1280년에 보수했다는 묵서(墨書·먹으로 쓴 글씨)가 발견되면서 개심사는 최고(最古)의 목불을 가진 절로 더욱 유명해졌다.

목불은 조각을 하고 난 후에 뒤틀림방지, 내구성 강화 등의 목적으로 바닥 안쪽 부분을 깎아낸다. 그 안에 보통 불경이나 불상관련 기록물을 넣고 뚜껑을 덮는다. 올 1월에 불상의 제작 기법을 알기 위해 X선 촬영을 하려고 불상을 옮기는 과정에 뚜껑이 빠지고 묵서가 발견되면서 최고(最古)의 불상으로 알려지게 되었다.
목불은 조각을 하고 난 후에 뒤틀림방지, 내구성 강화 등의 목적으로 바닥 안쪽 부분을 깎아낸다. 그 안에 보통 불경이나 불상관련 기록물을 넣고 뚜껑을 덮는다. 올 1월에 불상의 제작 기법을 알기 위해 X선 촬영을 하려고 불상을 옮기는 과정에 뚜껑이 빠지고 묵서가 발견되면서 최고(最古)의 불상으로 알려지게 되었다.최장문
소나무 사이의 투박한 돌계단을 올라가면 사각형의 큰 연못이 나온다. 그 연못 중앙에 외나무다리가 하나 있는데 이 다리를 건너면 개심사 안으로 들어가게 된다. 마치 불국사의 청운교, 백운교처럼 속세에서 불가의 세계로 들어가는 관문처럼 느껴졌다.


속세로부터 불가의 세계로 들어가는 듯한 외나무다리.
속세로부터 불가의 세계로 들어가는 듯한 외나무다리.최장문
개심사에 들어서면 문화재청장 유홍준씨가 말한 것처럼 건축물의 기둥 여기저기에서 자연의 미를 만끽할 수 있다. 과학적이고 직선적인 네모반듯함만을 내세워 약간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서양 근대문물의 건축물과는 느낌이 확실히 다르다. 인공을 가하지 않은 그대로의 기둥들은 오래된 친구처럼 볼수록 정겹고 친근하게 느껴진다.

껍데기만 벗겨 기둥으로 사용한 소나무들. 굽은 것은 굽은 대로 적당한 위치에 사용한 목수의 안목이 부럽다. 우리의 교육도 네모반듯한 기둥만을 강조하기보다는 개개인의 굽은 정도를 배려하고 발전시켜주는 교육이었으면 좋겠다.
껍데기만 벗겨 기둥으로 사용한 소나무들. 굽은 것은 굽은 대로 적당한 위치에 사용한 목수의 안목이 부럽다. 우리의 교육도 네모반듯한 기둥만을 강조하기보다는 개개인의 굽은 정도를 배려하고 발전시켜주는 교육이었으면 좋겠다.최장문
창고 문에 달린 잠금장치 꼭지에서도 소박함이 엿보인다.
창고 문에 달린 잠금장치 꼭지에서도 소박함이 엿보인다.최장문
일명 고슴도치 건물. 갑자기 만난 이 황당한 모양의 건물을 이리저리 살펴보다가 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안쪽의 벽은 평평했다. 누가, 왜 이렇게 만들었을까?
일명 고슴도치 건물. 갑자기 만난 이 황당한 모양의 건물을 이리저리 살펴보다가 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안쪽의 벽은 평평했다. 누가, 왜 이렇게 만들었을까?최장문
이 건물 위쪽에는 명부전이 있다. 불교에서는 사람이 죽으면 명부전으로 가고, 그 곳에는 10명의 재판관(대왕)이 있고 그 중 한 명이 염라대왕이다. 10대왕은 7일에 한 번씩 일곱 번 재판을 한다. 그래서 49일 후에는 최종심판결과가 나오고 그 결과에 따라 윤회와 환생이 결정된다고 한다.

명부전이 중시되기 시작한 것은 조선시대부터라고 한다. 고려 때까지는 독립된 전각으로 존재하지도 않았고, 신앙의 대상이 되지도 않았다고 한다. 그럼 왜 조선왕조에 이르러 중시되었을까?

통론으로는 유교와의 접맥설이 있다. 억압당하는 불교가 살아남기 위해서 유교 윤리와 접맥 될 수 있는 것을 찾아야만 했고. 이런 노력 속에서 불교의 명부전과 윤회사상이 유교의 조상숭배·부모효도와 결합되었다는 설이다.

길준용 교사는 또 하나의 의견을 제시하였다. 돈 때문이라는 것이다. 조선시대 들어와 불교가 탄압을 받으며 국가지원이 중단되자 민간자본을 끌어들일 수 있는 방안을 모색했다. 절에서는 부모의 영전을 모셔놓고 제사를 지내주며 극락왕생을 기도하였고, 대신 이에 대한 경비를 요구했다는 것이다.


명부전 앞뜰에 줄지어 서있는 돌탑들.
명부전 앞뜰에 줄지어 서있는 돌탑들.최장문
명부전 문을 열면 양 쪽에 두 눈을 부릅뜨고 잡아먹을 듯이 쏘아보는 역사가 있다. 눈을 마주치거나 말대꾸 한번 하면 그 순간 끝장날 것 같다.
명부전 문을 열면 양 쪽에 두 눈을 부릅뜨고 잡아먹을 듯이 쏘아보는 역사가 있다. 눈을 마주치거나 말대꾸 한번 하면 그 순간 끝장날 것 같다.최장문
종루를 보면 굵으면서도 약간 굽어진 네 기둥이 자연스럽고 역동적이어서 눈을 즐겁게 한다. 그런데 그 안에 들어가서 꼼꼼히 보면 시대의 아픈 흔적들이 남아 있다.

개심사 종루
개심사 종루최장문
상처난 기둥과, 종에 새겨진 김종필씨 일가의 이름
상처난 기둥과, 종에 새겨진 김종필씨 일가의 이름최장문
소나무 생전에(?) 기둥의 중간 부분을 일부러 톱으로 상처를 낸 것이다. 누가, 왜 그랬을까? 길준용 교사는 일본의 만행이라 말했다. 1930년대 일본은 중국에 이어 미국과도 전쟁을 한다. 이 때 부족한 군수물자를 확보하기 위해 한반도의 쌀은 물론 학교의 교문까지도 무기를 만들기 위해 떼어간다. 이 때 송진채취를 위해 소나무에까지도 손을 댄 것이다. 개심사 오른편 산등성이로 가면 이런 아픔을 간직한 채 노송이 되어 서 있는 소나무들을 쉽게 볼 수 있다고 한다.


또 종에는 이 절을 보수할 때 영향을 준 사람들의 이름이 기록되어 있다. 그 첫 번째에 김종필씨와 일가족의 이름이 있다. 충청도의 중요 유적지에 가면 어김없이 나타난다.

서산 개심사는 그 누가 보아도 소박하고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절이다. 절 주변의 산과 소나무와 돌계단과 기둥들. 어느 것 하나 더 좋은 혼자만의 자리를 주장하지 않고 각자의 알맞은 곳에 위치하여 보는 이의 눈과 마음을 즐겁게 해준다. 작은 절이지만 넓게 느껴지고 포근하게 느껴진다. 특히 필자와 같은 보통 사람들의 보통 소망에 귀기울여 줄 듯한 절이기에 더욱 정겹다.

그러나 개심사를 나오며 근심이 남는다. 최근 증축하기 시작한 '상왕산 개심사'라는 절 입구의 문을 보면 돈과 현대문명의 자국들이 보이기 때문이다. 부디 옛 것을 복원한다는 명분으로 옛 것의 아름다움을 해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증축중인 상왕산 개심사
증축중인 상왕산 개심사최장문
'개심사(開心寺) - 마음을 여는 절! 이곳에 가면 흩어진 마음을 열고 다스릴 수 있으리라' 이런 여운을 뒤로 하며 대전행 승용차에 올랐다.

관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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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산·태안 답사(1)]태안 백화산에 올라보셨나요?

덧붙이는 글 | 찾아가는 길 

해미 톨게이트 - 해미읍내 - 운산방향 5km 정도 -  신창주유소 우회전- 시멘트길 3.7km - 삼화목장 - 개심사 주차장

운산 톨게이트 - 647국도따라 해미방향 7.2km - 신창주유소 못미쳐 좌회전 - 시멘트길 3.7km - 삼화목장 - 개심사 주차장

이번 답사를 주관한 충남역사교사모임과 안내를 맡으셨던 서산중학교 길준용 선생님께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덧붙이는 글 찾아가는 길 

해미 톨게이트 - 해미읍내 - 운산방향 5km 정도 -  신창주유소 우회전- 시멘트길 3.7km - 삼화목장 - 개심사 주차장

운산 톨게이트 - 647국도따라 해미방향 7.2km - 신창주유소 못미쳐 좌회전 - 시멘트길 3.7km - 삼화목장 - 개심사 주차장

이번 답사를 주관한 충남역사교사모임과 안내를 맡으셨던 서산중학교 길준용 선생님께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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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가 세월속에서 문화의 무늬가 되고, 내 주변 어딘가에 저만치 있습니다. 자세히 보고, 오래보면 예쁘고 아름답다고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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