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거리 굿을 하는 정원씨.한성희
천혜굿당에서 내림굿을 받는 정원씨는 이미 7년 전에 내림굿을 받은 적이 있다. 실제로 내림굿을 받는다 해서 다 점을 보고 굿을 할 수 있는 만신이 되는 건 아니다. 신이 실려서 공수를 내리는 '말문'이 트이지 않아 몇 번이고 하는 경우도 있고, 신어머니의 욕심 때문에 제대로 인도해주지 못해서 실패하는 경우도 많다. 내림굿을 받고도 무당으로 나서지 않는 사람도 있다. 만신으로 성공하는 경우는 70% 정도라 한다.
"왜 내림굿을 받았는데 실패했다고 생각하나요?"
"인간적인 갈등이 컸기 때문이지요."
서낭놀음과 부채찾기, 방울찾기가 끝나고 중간에 잠시 쉬면서 밤참으로 국수를 먹었다. 반찬이라곤 딱 김치 하나뿐. 밤새 뛰었던 정원씨와 구 법사는 밤참도 먹지 않고 다른 방으로 가서 누워버렸다.
상다리가 휘어질 정도로 사방에 가득 제물이 놓인 굿당에서 김치 하나 달랑 놓고 국수를 먹고 커피를 마셨다. 이제 시작하자는 할머니 만신의 재촉으로 12거리를 시작한 시간이 새벽 5시 반.
무엇보다 궁금했던 게 작두를 타는 것이었는데 마지막으로 작두를 탄다고 한다. 아침 10시나 돼야 작두를 타게 될 것이라는 할머니 만신 말에 그때까지 여기서 버티긴 무리라는 생각에 6시에 이곳을 출발하기로 결정했다.
노할머니 만신은 "내림굿은 아주 힘들어서 다시는 내림굿 안하려고 했다"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어깨를 주무르며 장구를 잡는다. 겨울에 굿을 할 때는 바깥을 연신 드나들어야 하기 때문에 만신들은 감기가 안 떠난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