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모아서 아파트 '한평' 사기도 힘들지만...

[내집마련 분투기]'내집 마련 꿈, 이루다'는 글쓸 때를 기약하며

등록 2005.03.18 16:58수정 2005.06.22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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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인 줄 알았는데 아직은 싸늘한 기운이 남아 있습니다. 아직은 겨울이 다하지 않은 까닭에 봄이 더욱 기다려집니다. 오늘 아침 봄옷을 꺼내 입고 거리를 나섰다가 찬바람에 집으로 돌아와 겨울옷으로 바꿔 입고 나왔습니다. 그러고 보니 아직은 봄옷을 입은 사람들이 없는데 기다리는 마음에 너무 성급했나 봅니다.


봄을 좋아한다기보다는 계절의 변화를 좋아합니다. 봄이 오면 여름을 기다리고 여름이 되면 가을을 기다리고 가을이 가면 다시 겨울을 기다릴 겁니다. 겨우내 얼어붙었던 것들이 침묵을 깨고 봄기운을 맞아 새로운 생명을 만들어 내듯 응어리졌던 마음을 모두 털어내 버리고 새롭게 시작하고 싶습니다.

올해 꽉 찬 마흔, 초등학교 6학년에 다니는 아들 하나를 두고 있고 직장생활도 10년 넘게 하고 있는 가장인 저의 가장 큰 소망 중 하나는 내 이름으로 된 집을 한 채 장만하는 것입니다. 남들처럼 큰 평수를 바라는 것도 아니고 적당한 아파트 한 채 사서 이사 걱정 없이 사는 작은 꿈 말입니다.

결혼해서부터 조금만 더 고생하면 되겠지 한 게 10년을 훌쩍 지나고 말았습니다. 어린 나이에 물려받은 재산 하나 없는 빈털터리인 나에게 시집을 와 1200만원짜리 전세방 한 칸에서 시작해 온갖 고생을 다하면서도 여태껏 큰 불만 없이 정말 알뜰하게 살림을 꾸려온 아내에게 미안할 따름입니다.

떳떳하게 일해서 받은 박봉의 월급을 이리저리 쪼개 소비를 최소화 하면서 아등바등 정신없이 살아왔는데 여태껏 집 한 채도 없으니 나의 무능력을 탓해야 하는 건지, 서민들의 고충엔 아랑곳없이 오히려 투기를 조장하고 있는 관리들을 탓해야 하는 건지 참으로 안타깝고 슬픈 현실입니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수원의 아파트 값은 평당 800만원을 호가하고 있습니다. 25평의 아파트 한 채 값이 2억원. 물론 가진 사람들에게 2억원은 적은 돈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우리 같은 월급쟁이가 저축해서 모으기에는 너무나 큰 돈입니다. 우스개 소리로 1년 모아서 아파트 한 평 사는 거라고 말하곤 하는 데 사실이 그렇습니다.


그렇다고 자꾸만 멀어져가는 내 집 마련의 꿈을 포기할 수도 없는 일이죠. 불혹의 나이를 지났고 직장생활도 할 만큼 했으니 이제 기반을 잡을 때도 됐는데 아직까지 내 이름으로 된 집 한 채 없이 전셋집을 전전하다보니 사는 재미가 없습니다. 몇 년 전만 해도 조금만 더 열심히 저축하고 살면 집을 살 수 있을 거란 꿈이 있었고, 닿을 듯 보였습니다. 그런데 천정부지로 치솟는 아파트 값을 감당할 수가 없더군요.

고생하는 아내에게 제대로 된 옷 한 벌 사준 적 없고, 가족끼리 외식한 적이 언제인지 기억을 더듬어야 할 정도입니다. 큰 마음먹고 ‘오늘 저녁은 밖에 나가 먹지’했다가도 금전적 부담으로 집에서 삼겹살이나 사다가 구워먹거나 피자나 한판 시켜 먹는 것으로 끝내고, 친척들 경조사가 있으면 얼마를 해야 할까 고민하고, 멀리 이동해야 할 일이 있으면 기름 값 걱정에 가야할까 말까를 고민합니다.


일찍 퇴근해 집에서 쉬고 싶어도 얼마 되지 않은 시간외 수당이라도 받아 용돈으로 써야 하기 때문에 할 일없이 빈둥거리다 저녁 10시가 넘어 퇴근하는 경우가 허다하고 아주 특별한 일이 발생하지 않는 한 택시를 타지 않으며 웬만한 거리는 걸어서 다닙니다.

이렇게 할 도리를 다 못하고, ‘폼 나게’는커녕 좀생이처럼 살아도 1년에 천만원 저축하기가 힘이 듭니다. 이자를 감안하더라도 2억원을 만들려면 최소한 15년 이상은 걸리는데, 그 사이에 오르는 집값은 어떻게 합니까?

그러나 포기할 수는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몇 년이 걸리든 지금보다 더 아껴가며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루어 갈 것입니다. 어렵게 장만 한만큼 기쁨도 클 것이기에 지금의 불만은 덮어두렵니다. 치열하게 살다보면 결과가 보이는 게 세상 사는 이치이겠죠. 그 꿈을 조금이라도 앞당길 수 있도록 정부에서 지금보단 더 강력한 의지를 갖고 집값 안정을 위한 대책을 마련하고 시행해야 합니다.

내 집 마련의 꿈이 이루어지는 그날 기쁨에 들떠 <오마이뉴스>에 ‘드디어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루다’라는 제목으로 다시금 글을 올릴 수 있는 시간이 빨리 왔으면 합니다.

덧붙이는 글 | 기사 공모 '내집마련 분투기'에 응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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