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조심' 현수막은 곳곳에 붙어 있지만 사람이 주의하지 않으면 산불은 일어난다.오창경
요소요소에 '산불조심'이라는 현수막을 붙이고, '논두렁 밭두렁 태우다가 금수강산 다 태운다'라는 표어를 곳곳에 도배를 해놓아도 그 틈새를 뚫고 사람들의 실화로 산불이 일어난다. 그것으로도 부족해서 산불 조심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여자 아나운서의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흘러나오는 차량이 온 동네를 누비고 다니는 것도 봄철 시골 풍경 중 하나다.
재작년에도 한가로운 봄날 오후였는데 난데없이 헬리콥터가 저공비행을 하며 요란한 프로펠러 소리로 조용한 시골마을을 흔들어 놓은 일이 있었다. 마치 잠자리들이 물웅덩이에 꼬리를 담갔다가 빼는 유희를 즐기듯이 헬리콥터가 저수지 표면에 빠질 듯이 내려앉았다가 커다란 물주머니를 매달고는 옆 골짜기로 날아가는 것이었다.
호기심에 헬리콥터가 날아간 방향으로 따라가 보았더니 매캐한 연기 속에 동백꽃잎 같은 불꽃이 골짜기를 덮고 있었다. 그 한 가운데서 헬기가 저수지에서 퍼온 물을 뿌려대고 있는 것이었다. 뉴스에서나 보았던 그런 장면이 바로 우리 동네 코앞에서 펼쳐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