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광 안상헌 <생산적 책읽기 50>북포스
"삼장법사의 본래 이름은 현장으로 당나라 때 인물이다. 그는 중국 중북부의 여러 도시를 여행하며 불교 연구에 진력한 뒤, 많은 의문을 풀기 위해 인도로 떠났다. 그 당시에는 이민족의 침입 등으로 인해 인도로의 출국이 금지되었지만 오직 불심으로 밀입국을 시도한 것이다.
인도에 도착한 후 나란다 사원에 들어가 불교 연구에 힘썼으며 인도 사막지대의 다양한 나라들을 여행하며 경전을 연구한 끝에 645년 장안으로 돌아왔다. 그 후 인도 여행기인 <대당서역기(大唐西域記)>를 저술하였는데 이것이 <서유기>의 모태이다.
…불법으로 밀입국을 통해 불교를 연구하고 돌아온 현장에게 당태종이 왜 불법을 일삼으며 밀입국을 했는지를 묻자 현장은 이렇게 대답했다.
"경전의 해석이 나의 생각과 달라 어느 것이 올바른 것인지를 알기 위해 다녀왔습니다."
그의 말을 듣고 당태종은 그의 죄를 용서하고 학문적 성과를 남길 수 있도록 적극 도왔다.
…삼장법사가 불경을 연구하는 주요 방법들은 끊임없이 그것에 대해 의문을 품고 스스로에게 질문하는 방법이었다고 한다. 진리를 연구하고자 했던 욕구의 원천에는 '의문'을 풀고 싶은 마음이 있었던 것이다."
- 54~5쪽, '삼장법사의 의문' 몇 토막
출판가에서는 하루에도 수백 권씩 새로운 책들이 쏟아진다. 그 책들의 숨통인 서점가에서는 채 보름도 넘기지 못한 책들이 '반품'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사라진다. 이렇게 수많은 책들 중 대체 어떤 책을 사는 것이 좋을까. 그리고 그 책은 또 어떻게 읽어야 기억에 오래 남아 지혜의 피가 되고 지식이라는 살이 될 수가 있을까.
눈에 보이는 대로 무조건 많이 읽는 것이 좋을까. 아니면 단 한 권의 책이라도 형광펜으로 밑줄까지 죽죽 그어가며 꼼꼼하게 읽는 것이 도움이 될까. 책을 읽다가 언뜻 이해가 잘 가지 않는 구절이나 아무리 머리를 쥐어짜도 잘 모르는 구절이 나오면 그땐 또 어떻게 해야 할까.
지금, 국민연금관리공단 CS 컨설턴트로 일하고 있는 독서광 안상헌(34)의 책이야기 <생산적 책읽기 50>(북포스)이 나왔다. '미래를 위한 자기발전 독서법'이란 덧글이 붙어 있는 이 책에는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좀이 쑤실 정도로 책을 좋아하는 글쓴이의 책읽기에 따른 50가지 비법이 '나의 독서노트'와 함께 담겨 있다.
이 책은 모두 4부, 제1부 '책읽기, 이렇게 하라', 제2부 '책읽기, 이렇게 하면 안 된다', 제3부 '지름길 독서, 입장을 바꿔보면 책읽기가 쉬워진다', 제4부 '책읽기, 그 속에 길이 있다'에 모두 50편의 짤막한 경험담이 깨알처럼 박혀 있다. 이 모두 글쓴이의 오랜 책읽기의 경험을 통해 잘 발효되어 우러나온 장맛 같은 글들이다.
▲'잠수함과 토끼-언제나 책을 들고 다녀라' ▲'사당의 학동처럼-중요한 내용은 외워라' ▲'멀리 가는 향기-빨리 읽으려고 애쓰지 마라' ▲'테세우스의 길-남의 생각을 뜯어고치려고 하지 마라' ▲'일상에 흘리기-자기가 읽은 내용을 남들에게 들려줘라' ▲'지식의 식민지-책에서 창조성을 끌어내라' ▲'랍비와 지식노동자-지식부자가 진짜 부자다' 등이 그것.
"인간의 기술과 문명이 이처럼 급속하게 성장하고 있던 시대는 없었을 것이다. 인간의 역사가 시작된 이후 산업혁명 이후의 인간사회를 규정할 수 있는 키워드는 '속도'뿐이라고 느껴질 정도다. 우리 사회의 생산력이 이처럼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개인이 느끼는 삶의 질과 정신적인 안정은 오히려 속도 이전의 시대보다 못하다는 생각이 든다." - '서문' 몇 토막
독서광 안상헌은 "서점에 넘쳐나는 책의 홍수 속에서도 가치관은커녕 오히려 물질에 종속되어 정신적 피로감만 쌓으며 살아간다"고 말한다. 이어 "운전을 배우고 살아가는 데 필요한 기술을 배우듯이 책읽기도 배워야 한다"고 주장한다. 책을 많이 읽다 보면 자신만의 독창성이 쌓이고 좋은 책과의 만남은 그 기간을 줄여준다며.
글쓴이는 지금 우리 시대는 노동만이 가치를 추구하는 그런 시대가 아니며, 진정한 가치를 이끌어갈 다음 주자는 '지식'이라고 귀띔한다. 왜? "지식이 갇혀 있던 판도라의 상자를 기술의 속도가 그 뚜껑을 열어놓았기 때문"이다. 또한 미래는 그 지식을 통해 창조되는 새로운 개인적 생산력을 지배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좋은 구절은 서당의 학동처럼 무조건 외워라
"나는 이제 너에게도 슬픔을 주겠다
사랑보다 소중한 슬픔을 주겠다
겨울밤 거리에서 귤 몇 개 놓고
살아온 추위와 떨고 있는 할머니에게
귤값을 깎으면서 기뻐하던 너를 위하여
나는 슬픔의 평등한 얼굴을 보여주겠다. (후략)
기쁨이 아니라 슬픔을 주겠다고 말하는 사람은 '정호승' 시인이다. 우연히 군대에서 접했던 그의 시는 앞으로만 달려가고자 했던 나에게 가난과 소외를 일깨워주었고 시가 '좋다'는 것을 알려 주었다.…그리고 밤낮으로 그의 시를 외웠다. 내 손에는 항상 그의 시집이 들려 있었고 머릿속에는 그의 시가 만든 이미지들로 넘쳐났다."
- 29쪽, '슬픔이 기쁨에게-나의 독서노트' 몇 토막
군대시절, 안상헌은 우연찮게 정호승 시인의 시 '슬픔이 기쁨에게'를 읽고 외우다가 시를 쓰게 되었고, 마침내 혼자만의 시집까지 엮을 수 있게 되었다고 고백한다. 스스로 시집까지 묶을 수 있었던 것은 결국 그 시집에서 말하는 핵심적인 내용을 그대로 외워 자기 것으로 만들어 재창조시켰기 때문이다.
| | | 어느 독서광의 생산적 책읽기 | | | 안상헌은 누구인가? | | | |
| | ▲ 독서광 안상헌 | | | "이 책은 책을 읽는 순간의 감동을 넘어 자기를 보다 '생산적'으로 만드는 중요한 방법들을 키워드를 통해 쉽게 알려주고 있다. 특히 세상을 현명하게 살아가는 데 필요한 새로운 시각들을 가지려는 이들에게 중요한 메시지들을 던져준다."-윤성효(오마이뉴스 기자)
독서광 안상헌은 1971년 경남 합천에서 태어나 국민연금관리공단 CS 컨설턴트로 활동 중이며, 기업체와 행정기관 등에서 고객만족과 리더십, 자기변화와 혁신 등의 강의를 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모든 것을 고객중심으로 바꿔라> <나는 왜 변화하지 못하는가>가 있다.
/ 이종찬 기자 | | | | |
글쓴이는 "책을 읽다가 정말 맞구나 하는 느낌이 드는 부분은 줄을 그어서 자신만의 표시를 해두고 그것을 수첩에 적든 손바닥에 적든" 무조건 외워야 한다고 강조한다. "정말 맞구나"하는 내용을 그렇게 외우지 않으면 "꼭 필요한 때에 기억이 나지 않을 것이고 자기만의 것으로 재창조되는 일도 없을 것"(서당의 학동처럼)이라며.
그 한 예가 바로 히로나카 헤이스케가 지은 <학문의 즐거움>에 실린 "사람은 '잊어버리는' 것이 아니라 '정보를 뇌에 축척한 후 끄집어내지 못할 뿐'"이라는 글이다. 즉, 좋은 문장을 마르고 닳도록 외우는 것은 모방이 아니라 그 어떤 창조적 작업의 연결고리를 엮어나가는 하나의 과정이라는 것이다.
"신은 죽었다(니체)."
"니체, 넌 죽었다(신)."
"너희 둘 다 죽었다(청소부 아줌마)."
니체는 왜 신이 죽었다고 했을까? 예전에 이 말을 이해할 수 없어 그냥 넘어간 적이 있었다. 한참이 지나서야 그 이유를 아주 명확히 설명해주는 책을 만났다.… 청소부 아줌마는 낙서하는 놈들을 혼내주고 싶어 한다. 깨끗해야 할 화장실에 낙서를 해대니 청소하기가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신도 니체가 미웠을 것이다. 멀쩡한 자기를 두고 죽었다고 하니 화가 날 수밖에 없다.… 니체도 청소부 아줌마나 신의 입장과 다를 게 없을 것이다. 왜 신이 나서서 이러쿵저러쿵 자기 할 일을 규제하고 방해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인간세계는 부정한 세계이고 신의 세계야말로 신성하고 우리가 추구해야 할 이상이다."
- 94쪽, '니체의 위험한 책,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몇 토막
글쓴이는 니체가 왜 '신이 죽었다'고 했는지에 대한 의문을 품다가 어느날 고병권이 니체의 책을 리라이팅해서 쓴 책 <니체의 위험한 책,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읽고 고개를 끄덕인다. 고병권의 책에서 자신에게 꼭 한번 주어진 삶, "무엇이 옳고 어떻게 사는 것이 훌륭한 삶인지에 대한 정의 자체"를 신이 왈가불가할 수가 없다는 것을 알아냈기 때문이다.
이처럼 여러 가지 책을 읽다보면 어느 부분 무슨 뜻인지 이해하기 어려운 구절들도 종종 눈에 띈다. 그동안 쌓았던 지식으로 아무리 끼워 맞춰도 도저히 그 속내에 숨겨진 깊은 뜻을 제대로 이해하기 어려울 때도 많다. 이런 때에는 그저 "언젠가는 알아들을 날이 올 거야"라고 여기며 그냥 넘어가는 것이 좋다.
지나친 집착은 자칫하면 '나는 안 된다'라는 패배의식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그러므로 아예 무시하는 용기도 필요하다. 글쓴이 또한 한때 '세상의 어떤 것은 시적(詩的)이다"는 유명한 시인의 글을 읽고 수없이 고민을 하기도 했지만 모두 허사였다고 더듬는다. 그리고 그 말이 이해되기 시작한 것은 오랜 시간이 지난 뒤였다고 고백한다.
책읽기에도 공짜는 결코 없다
"옛날 어느 나라 임금이 현명하고 유능한 학자들을 소집, 모든 국민이 잘 살 수 있는 비결을 연구하라고 지시했다. 학자들은 3년 동안 열심히 연구한 후 책 12권에 그 내용을 수록해 바쳤다. 임금은 만족해했지만 분량이 너무 방대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다시 학자들에게 줄여오라고 했다.
학자들은 다시 3년의 토론과 연구를 거쳐 한 권으로 만들었지만, 임금은 이것도 많다며 한 페이지로 줄여오라고 명령했다. 학자들은 한 페이지로 줄여왔고 임금은 만족했지만 또 욕심이 생겨 한 줄로 줄여오라고 명령을 했다. 임금은 그렇게 길어서는 전국민이 외울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줄이고 줄여서 딱 한 줄로 축약이 되었고 그것을 읽어본 임금은 기뻐하며 국민들이 이것만 지키면 모두 잘 살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 한 줄은 이랬다.
"이 세상에 절대로 공짜는 없다."
- 201~2쪽, '공짜는 없다' 몇 토막
글쓴이는 "책읽기에도 공짜는 없다"고 말한다. 이어 "영어사전이나 전공서적 같은 두꺼운 책을 베고 자면 그것이 다 내 머릿속으로 들어왔으면 좋겠다는 농담"은 그야말로 농담일 뿐이라고 지적한다. 게다가 공짜에는 책임감이 없으므로 소중함도 애착도 주인의식도 없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 정성을 다해 책을 읽지 않으면 백 권 천 권의 책을 읽어도 수박 겉핥기와 같다. 미국 역사상 최연소로 대통령에 당선된 시어도어 루스벨트도 자신의 수필집에서 "실패는 견디기 힘든 고통이지만 삶에 있어서 단 한 번도 성공을 위해 노력한 적이 없는 것은 더 더욱 견디기 힘든 일이다"라고 말하지 않았던가.
안상헌은 미래를 위해 읽을만한 책 세 권을 소개한다. 법정스님의 <무소유>와 셰익스피어의 <베니스의 상인>, 달라이라마의 <용서>가 그것. <무소유>는 가지지 않고도 행복할 수 있는 지혜를, <베니스의 상인>은 법이나 제도보다 인간성에 뿌리내린 삶의 태도를, <용서>는 증오를 이겨내고 미래의 행복을 가져다주기 때문이다.
<생산적 책읽기 50>에는 늘상 책과 더불어 살아온 글쓴이의 책에 대한 깊은 믿음과 소망, 사랑이 듬뿍 묻어 있다. 이 책은 '사람이 책을 만들고 책이 사람을 만든다'는 말처럼 생산적인 책읽기야말로 인생의 가장 큰 즐거움이자 보다 행복하고 아름다운 세상을 가꾸어나가는 지름길이라는 것을 조목조목 파헤치고 있다.
어느 독서광의 생산적 책읽기 50 - 미래를 위한 자기발전 독서법
안상헌 지음,
북포스, 2005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