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시설 개조한 재활용 생태공원의 나비들

선유도 공원의 <2005 새봄 한강나비축제>

등록 2005.03.25 02:39수정 2005.03.25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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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선유도공원 한강전시관의 나비축제 전시실과 철판에 나비를 부착한 포토라인 조형물

선유도공원 한강전시관의 나비축제 전시실과 철판에 나비를 부착한 포토라인 조형물 ⓒ 김성원

20년 전만 해도 서울 어디에서나 등하교 길에 나비들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 도시 아이들에게 봄 아지랑이 속에 요정같이 춤추는 나비의 기억이 있을까. 꽃샘추위가 지나고 나른한 봄이 찾아오는 주말 아이들에게 나비의 꿈을 심어주러 가보자. 3월초부터 3월27일까지 한강 양화대교 중간의 선유도 공원 한강 전시관에서는 <2005 새봄 한강나비축제>가 한창이다.

‘곤충표본 만들기’ 등 체험학습 기회

국내외 208종의 희귀 나비들이 전시되어 있고, 무료로 운영되는 ‘곤충 그리기’, ‘곤충관찰일지 쓰기’, 5천원에서 1만원에 강사와 함께 외국 ‘곤충 표본 만들기’ 1천원으로 색종이 곤충을 접어보는 ‘종이 곤충만 들기 체험’ 이벤트가 있으니 체험학습에는 그만.

‘한강나비축제가’ 열리고 있는 선유도는 정수장 시설이 있던 곳으로 노후화됨에 따라 한때 호텔부지로의 매각이 검토되다 정수장 시설을 재활용하여 2002년 4월 개장, 국내 최초의 재활용 생태공원으로 탈바꿈 한 곳.

이곳은 조선시대 한강하류의 낙조와 강북의 인왕산, 남산과 옛 도읍을 강 한가운데서 바라볼 수 있어 절경으로 꼽혔으며, 겸재 정선의 작품에도 등장하던 선유봉이 있었다. 일제 시대 여의도 비행장 건설을 위한 골재채취로 선유봉이 사라지고, 1978년부터 2000년까지 서울 서남부에 수돗물을 공급하는 정수장으로 쓰였다

a 열대지방의 수생식물과 우리나라 남부지방의 수생식물을 볼 수 있는 온실

열대지방의 수생식물과 우리나라 남부지방의 수생식물을 볼 수 있는 온실 ⓒ 김성원

선유도 공원을 관람하는 요령 중에는 옛 정수지의 흔적을 찾아보며 관찰하는 방법이 있다. 옛 흔적을 쫓아가는 관찰에서 ‘물’은 과거 이곳이 정수지였음을 환기시키며 관람자를 이끌어 가는 주요한 매개이자 생태학습의 주요 주제가 된다.

공원 정문에서 들어오면 공원관리사무소 좌측의 온실을 만나게 된다. 온실에는 열대와 남부지방의 수생식물을 이용한 수질정화과정을 볼 수 있다. 수질정화수가 흐르는 스테인리스 수로는 불순물을 가라앉히던 침전지의 것을 재활용한 것.


온실 바로 밑의 수질정화원은 원래 약품을 투여하여 응집된 물속의 불순물을 가라앉혀 제거하던 침전지가 있던 곳. 기존 구조물을 이용하여 개조한 계단식 수조로 이루어져 있다. 각 수조에는 물속의 오염 물질인 유기물과 질소(N), 인(P)을 뿌리를 통해 흡수, 흡착하여 물을 깨끗이 하는 미나리, 붓꽃, 꽃창포, 부들, 줄, 갈대, 창포, 달뿌리풀, 애기부들, 갈대 등 수생 정수식물이 자란다. 이곳에서 기계장치와 인공구조물이 아니더라도 오염된 물이 자연 친화적으로 깨끗하게 될 수 있다는 것을 배울 수 있다. 그러나 공원을 찾아간 22일, 겨울을 갓 지난 초봄이라 수조는 아직 비어 있었다.

a 선유도 관리사무소 뒤의 어린이들과 함께 뛰어 놀 수 있는 환경 물 놀이터

선유도 관리사무소 뒤의 어린이들과 함께 뛰어 놀 수 있는 환경 물 놀이터 ⓒ 김성원

강변의 물가를 연상시키는 ‘환경 물 놀이터’


수질정화원에서 정수 된 물은 곧 바로 ‘환경 물 놀이터’로 흘러든다. 유아들도 안전하게 물놀이를 즐길 수 있도록 되어 있고, 모래놀이를 할 수 있는 모래밭과 강변의 물가를 연상시키는 자연석, 자연목이 설치되어 있다. 이곳을 방문한 유치원생들의 필수 코스. 매번 선유도를 방문할 때 마다 왁자지껄한 유치원생들의 재잘거림을 듣는다.

a 한강 강북 강변쪽 방향의 한강과 서울시 전경을 바라볼 수 있는 선유정

한강 강북 강변쪽 방향의 한강과 서울시 전경을 바라볼 수 있는 선유정 ⓒ 김성원

옛 선유봉에도 있었음직한 한 정자가 물 놀이터 좌측 강북 강변 쪽에 놓여 있어 발걸음을 이끈다. 선유정은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조용하되 힘 있게 흐르는 한강수와 서울의 전경을 느긋한 마음으로 바라 볼 수 있는 위치에 있다. 이곳에선 가까이 노고산과 인왕산 멀리 남산과 북한산, 도봉산이 원근을 달리하며 보인다. 가족 단위의 관람객들이 둘러앉아 간단한 도시락으로 식사를 하며 점점 따뜻해지는 봄볕 졸음에 몸을 놓여도 좋을 휴식처이다.

a 송수펌프실을 재활용한 한강 전시관의 대형 펌프모터와 황포돗배

송수펌프실을 재활용한 한강 전시관의 대형 펌프모터와 황포돗배 ⓒ 김성원

선유정을 좌측에 두고 물 놀이터 아래 광장의 경사면을 따라 걸어가면 기존에 송수 펌프실로 쓰이던 한강 전시관에 다다른다. 1층은 멀티미디어 갤러리와 휴게공간이 있고, 펌프가 남겨진 지하 전시장에는 한강의 과거와 현재, 생활, 기후와 생태, 사계의 풍경 사진 자료와 황포돛배 등을 전시하며, 이곳에서 강연홀과 녹색기둥의 정원으로 나갈 수 있다.

2층 공간은 기획전시를 위한 공간으로 현재 3월27일까지 ‘새봄 한강나비축제 관련 전시’가 열리고 있어 체험학습에 나온 유치원생들과 선생님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한강 전시관은 기존의 펌프와 배수관을 남겨두고 지하층과 1층의 일부 바닥을 드러낸 후 남겨진 콘크리트 보의 절개면을 의도적으로 두어 과거의 흔적을 건물 자체로써 전시하고 있다.

a 정수지의  상판을 들어낸 후 기둥에 담쟁이가 오르게 한 녹색기둥의 정원

정수지의 상판을 들어낸 후 기둥에 담쟁이가 오르게 한 녹색기둥의 정원 ⓒ 김성원

한강 전시관 1층이나 지하층에서 나오면 ‘녹색기둥의 정원’으로 이어진다. 과거 송수 펌프실에서 공급하기 전 수돗물을 저류 하던 곳으로 윗부분의 상판 구조물을 걷어내고 기둥들만을 남겨 둔 곳이다. 기둥에는 담쟁이를 심어 기둥들을 감싸고 있다. 지하 공간이었던 정원은 사방으로 시야가 차단된 채 오로지 남겨진 기둥들을 따라 하늘로 열려 있다. 마치 오랜 유적 속에 남겨진 사원의 기둥들처럼 사색의 발걸음을 거닐게 한다. 그러나 아이들에겐 서로의 몸을 숨기며 뛰놀 수 있는 기둥 하나하나는 아이 한명 한명의 몫이 되기도 한다.

불순물을 제거하던 여과지 수조를 재활용한 수생식물원

몰 놀이터를 거쳐 흐르던 물은 한강전시관과 녹색기둥 정원 주위의 갈대 수로와 연결된 배관을 통해 과거 여과지였던 수생식물원의 수조로 들어온다. 여과지는 침전지를 거쳐 온 물을 모래와 자갈을 이용해 불순물을 걸러내던 곳으로 현재 지붕을 철거하고, 여과수조를 재활용하여 수생식물원의 수조로 사용하고 있다. 수조를 거친 물은 다시 수생식물원 다음의 공간인 ‘시간의 정원’ 우측의 벽천(벽에 붙인 수구(水口))을 통해 ‘시간의 정원’으로 흐른 후 원 위치로 순환한다.

수생식물원의 수조 주변 통로와 수조 위의 나무마루 위를 지나며 하천이나 늪, 습지에서나 볼 수 있는 각종 수생식물과 수생곤충들을 관찰할 수 있다. 그러나 수질정화원처럼 이곳도 봄기운이 완연해지는 4월 이후에야 푸른빛이 도는 수생식물들을 볼 수 있다.

a 약품침전지를 재활용한 시간의 정원 위 수로를 이용한 관람로와 대나무 정원

약품침전지를 재활용한 시간의 정원 위 수로를 이용한 관람로와 대나무 정원 ⓒ 김성원

수생식물원을 지나 폐허처럼 노출된 콘크리트 구조물 담장 너머로 발걸음을 옮기면 ‘시간의 정원’으로 들어선다. 이곳은 약품을 투입하여 응집된 물속의 불순물을 가라앉혀 제거하던 침전지의 구조물을 재활용하였다. ‘시간의 정원’은 숲과 계곡, 풀밭 등에 자라는 관목(원줄기가 분명하지 않으면서 가지를 많이 치는 무궁화, 진달래와 같은 나무). 교목(줄기가 굵으면서 곧고 높이 자라며 위쪽에서 가지가 퍼지는 나무), 풀꽃 등 118종의 다양한 식물을 계절을 구분하여 볼 수 있다.

‘시간의 정원’에는 중앙통로 외에도 8개 주제로 나뉜 소정원 사이로 숲속의 샛길 같은 통로가 있어 새삼 호젓함을 느끼게 한다. 과거 침전지의 수로와 구조물을 활용하여 만든 통로는 지상부에서 연결되어 정원의 전후좌우를 가로지르고 이 통로를 이용하면 지하 수조를 개조한 정원을 내려다보며 나무 위 가지를 건너 듯 키 높은 나무를 자세히 관찰 할 수 있다.

a 농축조와 조정조를 재활용한 네 개의 원형공간 중 환경놀이마당과 화장실

농축조와 조정조를 재활용한 네 개의 원형공간 중 환경놀이마당과 화장실 ⓒ 김성원

농축조로 만든 화장실, 대형 송수관으로 만든 미끄럼틀

생태공원의 조성 목적이 생태학습과 생태보전이라 할 때 더 이상의 환경파괴를 막고 자연을 보전하기 위한 자원의 재활용은 기본적인 고려 사항이다. 이런 점에서 ‘선유도 생태공원’은 재활용의 창조적 적용례를 곳곳에서 보여준다.

‘시간의 정원’ 경사로를 올라 좌측으로 돌아서면 과거 정수과정에서 나온 찌꺼기를 재처리하기 위해 농축조와 조정조로 쓰이던 거대한 네 개의 원형구조물을 만난다. 지금은 화장실, 환경놀이터, 환경교실, 원형극장으로 재활용 되고 있다. 특히 환경놀이터의 미끄럼틀과 놀이 기구들은 모두 정수지의 대형 송수관으로 만들어져 있어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자원의 재활용을 배우게 한다.

a 성산대교 측의 한강 하류와 월드컵 공원을 볼 수 있는 선유교 전망대

성산대교 측의 한강 하류와 월드컵 공원을 볼 수 있는 선유교 전망대 ⓒ 김성원

3개의 물 저장탱크에서부터 시작된 물의 흐름은 ‘온실’과 ‘수질 정화원’, ‘환경 물 놀이터’, ‘수생식물원’을 거쳐 벽천을 통해 ‘시간의 정원’까지 이르러 원래의 위치로 순환된다. 그러나 발길은 경사로를 더 올라 광장인 ‘선유마당’을 거쳐 ‘선유교 전망대’에 이른다.

경사로와 전망대로 오르는 나무계단을 오르며 시선은 하늘을 향한다. 이내 ‘선유도 생태공원’의 과거가 있게 하고 현재에 드러내고자 하는 ‘물’의 본체인 한강을 탁 트인 시야 속에 바람으로 느끼게 된다. 가슴이 확 트이게 하는 바람은 또 하나의 흐름이다.

이 바람 속에 멀리 김포 방향 하류로 강폭이 넓어진 한강과 양화지구 한강 둔치, 성산대교, 한강 이동 분수대, 월드컵 공원이 시야 속으로 흘러온다.

이쯤에서 ‘무지개 다리’로도 불리는 아치교, ‘선유교’를 건너볼 만하다. 지난 여름, 밤에 찾았던 선유교의 조명과 선유도 곳곳의 야경에 대한 기억은 어느 외국 휴양지에 온 듯한 것이었다. 좀 더 봄기운이 다가오면 어느 날 밤 훌쩍 이곳에 다시 찾아오게 될 지도 모를 일이다.

카페테리아가 된 취수 펌프장

a 취수 펌프장을 재활용한 카페테리아 ‘나루’와 양화대교 북단

취수 펌프장을 재활용한 카페테리아 ‘나루’와 양화대교 북단 ⓒ 김성원

‘선유교 전망대’ 강북 쪽 끝에 이르러 고개를 돌리면 물을 끌어올리던 취수 펌프장이 바뀐 카페테리아 ‘나루’를 볼 수 있다. 그 앞뒤로 작은 전형적인 하천 둔치, 하안과 선착장이 이어진다. 그곳 카페테리아 내의 식당과 안팎 매점에서 식사와 다과를 즐길 수 있다.

‘나루’ 밖 옹벽 목책 옆에 마련된 야외 테이블들에 앉아 흘러가는 강물을 바라보며 넘쳐 나는 생명의 흐름 속에 마음과 몸을 느긋하게 놓아본다. ‘선유도 공원’처럼 모든 생태공원은 관찰과 학습의 대상만이 아니다. 도시의 각박한 일상에서 벗어나 언제라도 쉼을 얻을 수 있는 콘크리트 도시 안의 푸른 섬으로 준비되어 있다.

덧붙이는 글 | 한강시민공원 홈페이지(http://hangang.seoul.go.kr)
한강시민공원사업소 (02-3780-0590)
선유도공원 관리사무소(02-2634-7250)

이용시간 : 06:00~24:00
입장료 무료

교통 편
버스 이용 시 동교동 로터리 앞에서 5712, 6712,7011,7012, 602, 1200,1100, 604,570,603,271, 번 이용, 양평동 한신 아파트 앞에서 603, 605,5712,6514,6619,6631,6632,6633,6712,5615,5616 번 이용 
지하철 2호선 합정역 또는 당산역 하차 양화대교 방향 15분 도보
승용차 양화대교 양방향 중간지점 선유도 진입로 이용 
(선유도 내 주차공간 80대, 주차비 3000원)
가능하면 양평동 양화지구 한강둔치 주차장 주차 후 , 선유교 이용

덧붙이는 글 한강시민공원 홈페이지(http://hangang.seoul.go.kr)
한강시민공원사업소 (02-3780-0590)
선유도공원 관리사무소(02-2634-7250)

이용시간 : 06:00~24:00
입장료 무료

교통 편
버스 이용 시 동교동 로터리 앞에서 5712, 6712,7011,7012, 602, 1200,1100, 604,570,603,271, 번 이용, 양평동 한신 아파트 앞에서 603, 605,5712,6514,6619,6631,6632,6633,6712,5615,5616 번 이용 
지하철 2호선 합정역 또는 당산역 하차 양화대교 방향 15분 도보
승용차 양화대교 양방향 중간지점 선유도 진입로 이용 
(선유도 내 주차공간 80대, 주차비 3000원)
가능하면 양평동 양화지구 한강둔치 주차장 주차 후 , 선유교 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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