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의 '첫 휴가 기념' 선물을 준비했습니다

그리움과 염려와 사랑으로 엮은 '글 모음' 스크랩 북

등록 2005.03.27 09:44수정 2005.03.27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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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나의 군 체험을 회고해 보면 집이 그리울 때면 편지를 자주 썼던 기억이 난다.


생활이 고달프면 고달플수록 고향산천이 그립고, 부모 형제가 있는 가정이 더욱 그리워져 편지를 보통 때보다 자주 쓰게 되었던 것이다.

그러기에 옛부터 어르신들이 이르기를 '객지의 자식은 무소식이 희소식!'이라고 했는지 모른다.

"아버지, 간밤에는 까닭 없이 집 생각이 나 잠을 이루지 못했어요. 아마도 첫 휴가가 다가오니 설렘이 작용하여 그런 걸까요?"

멀리 의경 아들로부터 이런 안부 전화를 받고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들이 입대한 지 1년이 다 되어 가는 데도 때로는 집 생각이 간절해질 만큼 힘들고 고생스런 것은 여전한가 보다.


혹한의 겨울을 용케 버티고, 이제 해동하는 계절과 더불어 신상도 좀 편해지는가 싶었는데, 뜻하지 않은 각종 치안상황으로 불철주야 심신을 지치게 하는 요인이 많은 것 같다. 그러니 고생하는 아들이 문득 집을 그리워하는 그 심정을 아비는 이해할 만하다.

옛 나의 군대시절, 해가 뉘엇뉘엇 넘어갈 무렵이면 멀리 민가의 굴뚝에서 저녁 연기가 올라간다. 이때 고향이 가장 그리워진다. 초가지붕 위로 하얀 저녁 연기가 모락모락 올라가면 '어머니의 밥 짓는 정경'이 왜 그렇게도 그립던지…


집을 그리워하는 아들의 심정을 헤아리며

요즘이야 틈나는 대로 전화로 그리운 가족과 친구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지만 나의 군대시절 때는 고작 1년에 한 번 정기휴가나 얻어야 그리운 어머니와 상면할 수 있었다.

그러니 학수고대하던 어머니가 자식의 목소리가 문밖에서 들려오면 버선발로 뛰어 나와 부둥켜안고 하염없는 눈물을 흘리시는 것이다.

이제 시대가 변하여 그런 애절한 마음은 부모나 자식이나 사라졌다지만, 그래도 집과 멀리 떨어진 곳에서 현역 복무하는 자식들은 어디 그런가.

군대간 아들이 이따금 집을 그리워하는 그 심정을 아비는 안타깝게 헤아리면서 위로의 말을 전할 수밖에 없다.

갓 자대 배치 받은 신병 때였던가. 아들은 아비가 평소 타고 다니던 자동차와 비슷한 차종만 거리에서 보아도 '아버지가 문득 보고 싶었다'고 고백하지 않았던가.

군대 생활이란 그런 것이다. 따뜻한 가정이 소중하다는 것을 몸으로 느끼고 배우게 되는 특수한 조직 생활이다.

그런 자식의 마음을 생각하면 가정의 부모는 마음이 편치 않다. 자식에 대한 그리움이 더 커지고, 하루 빨리 자식의 얼굴을 보게 휴가나 좀 나왔으면 하는 기대감이 부풀게 된다.

그런 기다림과 그리움을 삭이는 방편으로 아들은 복무수첩에 깨알같이 '일기'를 쓰고, 가정의 아비는 틈틈이 인터넷에 글을 올린다.

고생하는 아들에게 용기와 위안이 될만한 '휴가 선물'이 없을까 고민

이제 내달 초가 되면 아들이 기다리고 기다리던 '첫 휴가'를 나오게 된다. 아비는 아들이 첫 휴가를 나오면 주려고 특별한 선물을 준비하고 있다.

다름 아닌, 아들을 그리워하면서 쓴 수십 여 편의 글과 사진을 모아 둔 스크랩이다. 또 의경 아들을 소재로 글을 써서 방송국에서 받은 고급 디지털 카메라도 이번에 아들에게 '보너스 선물'로 줄 요량이다.

'첫 휴가 기념' 선물로 준비한 아버지의 글모음  - 입대한 지 어느덧 1년, 그동안 책 한 권 분량이 넘는 사연이 모아졌다
'첫 휴가 기념' 선물로 준비한 아버지의 글모음 - 입대한 지 어느덧 1년, 그동안 책 한 권 분량이 넘는 사연이 모아졌다윤승원
아들이 영장을 받고 군 입대를 차분히 준비하는 모습에서부터 논산 훈련소 입영식 풍경도 담았다. 그리고 뜻하지 않은 국군병원 입원 등 온갖 우여곡절과 잊을 수 없는 신병시절의 애환이며, 중앙경찰학교를 거쳐 대한민국에서 가장 치안수요가 많다고 하는 지역에 자대 배치되어 근무하고 있는 오늘에 이르기까지 아들을 염려하면서 쓴 아비의 지난 1년 간의 크고 작은 기록이 빼곡히 담겨 있다.

글과 사진의 목록을 대충 열거해 보면 이렇다.

◇ 아버지가 쓰는 아들 이야기
- 그리움과 염려와 사랑으로 엮어 가는 가족사 -

▲ 군 입대를 차분히 준비하는 아들을 보며
- 남자에게 군 입대는 인생의 전환점

▲ 두 아들과 함께 본 '태극기 휘날리며'
- 형과 동생·남과 북 돌아보는 계기 됐으면

▲ 둘째 아들 군대가던 날
- "그저 건강하기만" 온 가족 기도하는 마음으로

▲ 그리움만 쌓이는구나, 아들아
- 아들의 빈방에는 그리다만 친구들 초상화만

▲ 훈련병 아들의 편지
- 이 세상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소중한 편지

현역 복무자에게 위로가 되었으면 하는 글들-군대간 자식에게는 용기와 위안을, 가족들에게는 사랑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현역 복무자에게 위로가 되었으면 하는 글들-군대간 자식에게는 용기와 위안을, 가족들에게는 사랑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윤승원
▲ 국군병원에서 걸려온 전화
- 입원한 아들, 죄송하단 말이 더 가슴 아파

▲ 역경과 우여곡절 없는 삶은 없단다
- 현역 복무 중인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

▲ 아버지가 요즘 즐겨보는 TV 프로그램
- '청춘 신고합니다' 출연 장병 모두 자식 같아

따뜻한 화제가 되었던 글도 스크랩- 현역 복무자에 대한 우리 사회의 따뜻한 시선도 담았다.
따뜻한 화제가 되었던 글도 스크랩- 현역 복무자에 대한 우리 사회의 따뜻한 시선도 담았다.윤승원
▲ "이렇게 맛있는 초밥은 처음이에요"
- 보고싶은 아들 '면회 가던 날'의 기록

▲ 아들 덕분에 '서울 구경' 잘했습니다
- 서울에서 현역 복무 중인 아들 '첫 면회'하던 날

▲ 무더위와 싸우는 의경 아들
- 5킬로그램 넘는 복장에 아스팔트 열기 이겨내야

시위문화 개선을 위한 호소성 글도 소중하다-사회에 바라는 아버지의 소망도 담았다
시위문화 개선을 위한 호소성 글도 소중하다-사회에 바라는 아버지의 소망도 담았다윤승원
▲의경들 밥 먹을 땐 제발 시위 참으세요
- 한 손엔 방패, 한 손에 식판

▲ 따끈한 호빵과 유자차 한잔
- 성탄절 근무 의경들에 호빵 가져간 아버지 마음

▲ 구두 닦아주던 의경 아들이 보고 싶습니다
- '경찰관의 구두'를 통해 본 한 가정의 자식사랑

잊지 못할 날의 기록 - 기록으로 남기지 않을 수 없었던 눈물어린 사연도 많다.
잊지 못할 날의 기록 - 기록으로 남기지 않을 수 없었던 눈물어린 사연도 많다.윤승원
▲ 과격 시위 사라지는 좀더 평온한 사회됐으면
- 아버지의 '새해 소망'

▲ '감싸주어야 할 것들'에 대해
- 우연히 발견한 의경 아들의 '신발그림'이 주는 의미

▲ 중대장에게서 온 편지
- "아버지 입장에서 보살피겠다"는 구절에 가슴 뭉클


책 한권 분량이 넘는 이 같은 아비의 스크랩 글이 아들에게는 어떤 의미로 받아들여질지는 모른다.

그러나 먼 훗날이라도 아들이 군대시절을 추억하다가 이 스크랩과 사진첩을 넘기면서 "비록 고생스러운 현역생활이었지만 아버지가 이렇게 염려해 주고 사랑해 준 덕에 용기와 위안이 되었다"는 소리가 아들의 입에서 나온다면 더 바랄 게 없을 것 같다.

덧붙이는 글 | 필자의 글마당 '청촌수필'(cafe.daum.net/ysw2350)과 '국정브리핑'(news.go.kr)등에도 연재하는 글입니다.

덧붙이는 글 필자의 글마당 '청촌수필'(cafe.daum.net/ysw2350)과 '국정브리핑'(news.go.kr)등에도 연재하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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