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에서 초등학교 나온 사람, 다 모여라

국민학교연합회 체육대회에 다녀온 날

등록 2005.03.28 08:51수정 2005.03.28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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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얼마만이고? 이런 날 아니면 언제 만나 보겠노. 반갑다 친구들아!"


여기 저기서 터져 나오는 반가운 인사, 그리고 나누는 정담, 오가는 술잔이 흥겹다. 지난 27일 촉촉하게 봄비가 내리던 날, 국민학교연합회 체육대회가 있었다.

올해로 5회째를 맞은 '77 국민학교연합 체육대회. 통영 지역의 77년도에 국민학교(지금의 초등학교)를 졸업한 각 학교 동기생들이 연합, 체육대회를 통해 친목을 다지는 행사다. 지방 소도시이기 때문에 가능한 행사이리라.

a 릴레이 경기에서 달리는 선수를 응원하는 사람들 표정이 더 역동적이다.

릴레이 경기에서 달리는 선수를 응원하는 사람들 표정이 더 역동적이다. ⓒ 김영훈

이 날, 봄비 치곤 제법 굵은 빗방울이 내리고 있었지만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운동장에서는 수중 전인 축구경기가 펼쳐졌고 또한 각 출신학교별 릴레이 대항전이 이어졌다. 모두 불혹을 넘겼지만 이날만은 마치 동심으로 돌아간 초등학생, 어린이들 같았다. 선수들은 몸을 아끼지 않는 게임을 펼쳤고 이를 지켜보는 본부석에선 연신 참가 선수들이 부상을 당하지 않도록 "친구들끼리 다치지 않게 살살 하라"는 주문이 이어졌다.

각 출신학교별로 설치된 천막에는 응원을 벌이는 이와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끼리 정겨운 소주잔이 돌고 있었다. 처음엔 오랜만에 만나 잘 못 알아 보고 서로 서먹하던 분위기는 잠깐, 옛날 학창 시절 이야기에 꽃이 피고 남녀를 떠나 스스럼없는 분위기를 이어갔다. 통영 지역의 특산물들인 장어, 생굴, 새우 등 각종 해산물들이 화로위에 올려져 미식가가 아니더라도 군침을 돌게 만들었고, 그 때마다 소주병은 눈 깜짝할 새 비워져 나갔다.

a 한쪽에선 통영 특산물인 생굴을 화로 위에 올려 놓고 정겨운 술잔이 오갔다.

한쪽에선 통영 특산물인 생굴을 화로 위에 올려 놓고 정겨운 술잔이 오갔다. ⓒ 김영훈

통영을 떠나 부산 등 외지에서 생활 터전을 잡은 친구들은 오랜만에 보는 반가운 친구도 친구지만 통영의 해산물을 맘껏 먹어서 더 좋았으리라. 결국 체육대회의 경기 결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반가운 친구들 얼굴들이 보이면 곧장 다른 학교의 천막으로 찾아가 그 곳에서 소주잔을 기울이고, 또 다른 학교의 천막을 방문해 서로 인사를 나누다 보면 어느새 얼큰하게 술이 올라 응원할 틈이 없어졌다.


체육대회 행사는 뒤로 하고 가장 눈길을 모은 것은, 비가 내리는 데도 불구하고 특별히 준비한 무대 위에서 펼쳐진 노래자랑이었다. 각 출신학교를 떠나 한데 어울려 봄비 속에 한바탕 난장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아참. 물론 이런 행사에는 당연히 경품 추첨이 빠지면 안 될 말. 조금이라도 좋은 경품을 타기 위해 추첨 번호에 귀를 기울이는 모습들이 정말이지 어린아이 그대로였다. 드디어 오후 6시, 체육대회 행사가 마무리됐다. 이날 행사에 참가한 모두는, 내년에 다시 만나자는 아쉬운 약속을 뒤로 하고 각 학교별로 뒤풀이 장소로 향했다. 불혹을 넘긴 이들이 한때나마 동심으로 돌아가 즐겁게 보낸 뜻 깊은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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