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번개는 신의 분노를 표현하는 것으로 믿어졌다. 번개를 직접 맞기라도 하면 재앙에 가까운 피해를 보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늘날 과학적으로 이해된 번개는 구름과 구름, 구름과 대지 사이에서 일어나는 전기의 방전현상으로 이해될 뿐이다.
인간의 과학기술이 발전하면서 자연은 더 이상 인간에게 두려운 존재가 아니게 되었지요. 인간이 처음으로 전기를 이용한 건 바로 전보였습니다. 우리가 흔히 ‘모스 부호’로 알고 있는 모스가 그 원리를 발견했어요. 물론 그는 떼돈을 벌었지요.
이어서 벨은 전보를 좀 더 발전시켜서 전화를 만들었지요. 그가 전화를 발명하게 된 과정은 몹시 흥미롭습니다. 그야말로 말할 수 없는 장애를 가진 여성과의 사랑을 이루기 위해 애쓴 결과물이었거든요. 그야말로 사랑과 비즈니스의 완벽한 결합이었던 것이죠. 이 달콤한 러브스토리는 책에 자세하게 나오니 여기선 넘어가겠습니다.
그 다음부터 기라성 같은 인물들이 롤러코스터처럼 정신없이 쏟아져 나옵니다. 우리는 지금 발명왕으로만 알고 있는 에디슨의 구린 뒷모습은 물론이고 세계굴지의 대기업인 J. P. 모건이 어떻게 덩치를 불렸는지도 슬쩍 엿볼 수 있어요. 전구가 개발되고 나서 연계된 전기 산업이 어떻게 발전되었는가 하는 과정도 흥미롭습니다. 우리가 왜 전기요금을 내게 되었는지도 분명하게 알 수 있어요.
전기가 가진 힘은 단지 이것뿐이 아니었어요. 전기는 힘의 장, 즉 역장을 가지고 있지요. 자기장도 가지고 있고요. 패러데이로부터 시작해서 제임스 클러크 맥스웰로 이어지는 과학자들의 노력과 연구는 인류와 별개인 듯 보이는 순수과학연구가 우리와 얼마나 밀접한 관계를 가지는 것인지 절절히 보여줍니다.
당시 사람들은 전기의 존재를 인정하면서도 보이지 않는 힘의 장에 대해서는 인정하기를 꺼렸어요. 한 사업가의 결단(물론 그는 억수로 돈을 벌려고 한 일이었지만)으로 지금 생각하면 좀 터무니없지만 거창한 사업이 시작됩니다. 미국과 영국의 사이에 있는 대서양을 케이블로 이어서 소식을 주고받겠다는 구상이었지요. 이 과정에서 결국 힘의 장은 만천하에 공개적으로 그 존재를 인정받게 됩니다.
이 힘의 장을 이용한 하인리히 헤르츠가 전파를 발견하는 과정을 다룬 6장은 그야말로 새로운 글쓰기의 한 전범을 보여줍니다. 그의 일기와 지인들과 주고받은 편지, 연설문, 논문 등에서 발췌해서 이야기를 엮어갑니다. 그 스릴과 긴박감은 읽지 않고선 모를 걸요. 이 책의 편집자로서 '강추'하는 장입니다.
전기가 이렇게 좋은 데만 쓰였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유감스럽게도 곧 전쟁이 닥칩니다. 전자파를 이용해서 상대편 적기의 존재를 알아낼 수 있는 레이더파는 엄청난 살상을 가져옵니다. 세계 역사에서 크나큰 악몽으로 기억되는 드레스덴 폭격이 바로 그것입니다. 영국에서 먼저 개발해서 재미를 보다가 후발 주자인 독일이 더 뛰어난 레이더를 개발하고 이를 역이용하여 작전을 펼치는 장면은 스릴과 긴장이 넘치는 한 편의 할리우드 영화를 방불케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