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와 벌의 공생은 적과의 동침이다

등록 2005.03.30 14:00수정 2005.03.30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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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우근

나비와 벌이 나란히 꽃봉우리의 꿀을 먹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입니까? 둘의 사이가 좋아 보입니까?

종교가 마음의 안식을 준다고 하지만 현실에서 해결하기 힘든 고통과 모순을 잊게하는 일종의 진통제일 뿐이고, 결혼이 사랑의 완성이라고 하지만 강한 자손을 낳기위해 적당한 배우자를 고르는 번식행위의 위장일 뿐이고, 노동이 일용할 양식을 준다고 하지만 이미 가진자가 잉여생산을 착취하는 억압적인 계급분화의 심화일 뿐이고, 법률이 사회안전을 도모한다고 하지만 외적통제를 통해 개인을 규제하고 감시하는 권력자의 도구일 뿐입니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너무 삐딱하다구요? 맞습니다. 그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모순된 부분을 전부 부정할 수는 없을 겁니다. 세상은 있는 그대로, 보이는 그대로가 아닙니다. 밝고 힘찬 청춘에 이미 주름진 노인의 모습이 내재되어 있는 것처럼 아름다움의 이면에는 추함이 있고 사랑에는 증오가 함께 있습니다.

인간세상과 마찬가지로 자연의 세계도 철저한 먹이사슬과 약육강식의 관계로 이뤄져 있습니다. 자연의 세계에 서로 돕고사는 공생의 관계는 없습니다. 꽃과 나비, 악어와 악어새의 관계가 아름다운 공생처럼 보이지만 단지 생존을 위한 욕구를 충실히 따를 뿐입니다. 모든 생명체는 철저히 이기적입니다.

그래서 나란히 꽃의 꿀을 빨아먹고 있는 나비와 벌이 친구로 보이지 않습니다. 충분한 먹거리가 만들어준 적과의 동침처럼 보입니다. 둘이 먹기에 넘치는 꿀이 있기 때문에 같이 있을 수 있는 것이고, 달콤한 꿀이 주는 포만감이 모든 것을 잊게 만들고 있는 것입니다.

60억이 넘는 인간도 풍족한 음식과 넉넉한 공간이 제공된다면 서로 전쟁을 하지 않을 것입니다. 인간은 배려와 동정이라는 다른 동물이 가지지 못한 특별한 감정을 지닌 동물이며 먹을 것 앞에서 한없이 약해지는 보통의 동물입니다. 이제 다시 봄이 왔습니다.

덧붙이는 글 | 홈페이지 www.seventh-haven.com  일곱번째 항구(안식처)랍니다.

덧붙이는 글 홈페이지 www.seventh-haven.com  일곱번째 항구(안식처)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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