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미아리 화재 유가족 '문전박대'

등록 2005.03.30 15:49수정 2005.03.30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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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30일 오후 서울시청을 방문한 미아리 성매매업소 화재사건 유가족과 시민단체 회원들이 시청출입문을 닫은 조치에 대해 시 관계자에게 강하게 항의하고 있다.

30일 오후 서울시청을 방문한 미아리 성매매업소 화재사건 유가족과 시민단체 회원들이 시청출입문을 닫은 조치에 대해 시 관계자에게 강하게 항의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서울시가 면담을 요청하러 온 속칭 미아리 텍사스촌 화재 피해자 유가족들을 문전박대해 이에 항의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30일 낮 12시 30분께 유가족과 여성단체 회원들 20여명이 서울시를 찾았다. 이들은 책임자 면담을 통해 사고 처리 과정에서 경찰, 소방서 등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사건재발방지 등을 요구하려 했다.

서울시청 앞에서 면담요청을 위해 얘기를 하던 유족들은 갑자기 서울시청 문이 닫히는 것을 목격했다. 이들을 시위자로 보고 조치가 취해진 것.

순간 가족들은 흥분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전날 종암경찰서 방문 때도 홀대를 받았던 데다 이날 오전 처음으로 사고 현장을 방문해 민감해진 상태였다.

면담 요구하던 유족들, 서울시 정문 닫혀 당황

곧이어 이번 사건 담당 부서인 여성정책 담당관실 관계자들이 나와서 별관에 있는 사무실로 이동해 면담을 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이미 기분이 상한 유족들은 "왜 문을 닫느냐"며 문을 열라고 주장했다.

"어제 경찰이 우리를 사람대접을 하지 않더니 시청에서도 이렇게 하면 어쩌나. 우리가 데모하러 왔나. 우리가 폭도, 테러리스트인가. 민원을 제기하러 온 힘없는 시민들을 이렇게 해도 되는 건가."


유족들은 하소연했다. 이에 서울시 관계자는 "비통한 심정 이해하지만 면담 장소로 이동하자"고 권유했다.

이런 실랑이는 2시간 30분 이상 지속됐다. 중간에 서울시 관련부서 책임자가 현장에 나왔지만 유족들은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30분 이상의 실랑이를 벌인 뒤 결국 면담장소로 가 있겠다며 혼자 시청 안으로 들어갔다.


이렇게 서울시 태도가 완강하자 유족들과 단체 회원들은 "서울시의 태도가 변하지 않을 것 같으니 일단 철수하자"며 "대신 서울시 관계자가 장례식장으로 와서 사과 및 재발방지책, 향후 대책 등을 전해야 한다"는 의사를 서울시에 전달했다. 결국 오후 3시가 돼서야 이들은 시청 앞을 떠날 수 있었다.

굳게 닫혀진 서울시 정문, 오후 3시 돼서야 유족들 돌아가

한 유족은 "이렇게 찾아온 우리들을 문전박대 하면 우리는 누구에게 하소연하나"라며 "서울시는 우리를 무시했다"고 호소했다.

당시 문을 닫았던 서울시 관계자는 "시위 참가자가 본관에 침투하려고 해서 문을 닫았다"며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날 시청 정문 앞을 지나가던 시민 이재경(21)씨는 이들이 유족임을 알고는 "시위를 하러 온 것도 아닌데 서울시에서 너무 완강했던 것 같다"고 지적했다. 김영석(43)씨 역시 "큰 일을 당한 유족들인데 서울시에서 조금 더 배려했어야 했다"는 의견을 전했다.

반면 한 시민은 "힘든 상황인지는 알겠지만 공식적인 절차를 밟아서 면담신청을 하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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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 동안 한국과 미국서 기자생활을 한 뒤 지금은 제주에서 새 삶을 펼치고 있습니다. 어두움이 아닌 밝음이 세상을 살리는 유일한 길임을 실천하고 나누기 위해 하루 하루를 지내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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